54년 역사상 첫 여성 부회장 탄생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은 장성숙 중기중앙회 부회장이다.

“여성 경제인 위한 고민 통해 장수기업 만들 것”
 안료시장 강소기업 우신피그먼트…뚝심 결과

중소기업중앙회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부회장이 탄생했다. 중기중앙회는 제54회 정기총회에서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를 중기중앙회 부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장성숙 대표를 비롯해 정명화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원재희 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도 부회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기존 11명의 부회장에서 25명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성 기업인들의 달라진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장성숙 부회장은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임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장성숙 대표는 “부회장에 선출되고 나서 첫 여성 부회장이란 사실을 알고 깜작 놀랐다”며 “여성 경제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후배 여성 기업인들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처럼 100년, 200년 가는 장수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업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인들이 투명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숙 대표가 운영하는 우신피그먼트는 한국 안료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작은 페인트 도매상에서 일하다가, 22살 때 도매상을 인수해 안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료 시장에만 집중해 온 그는 콘크리트, 고무, 플라스틱 등을 염색하는 데 쓰이는 고품질 무기안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우신피그먼트는 국내 친환경 액상안료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문화예술인 마을, 리움미술관, 에버랜드 등의 건물과 도로 등에 우신피그먼트의 친환경 무기안료가 사용됐다.
업계는 장성숙 대표의 뚝심에 대한 결실로 보고 있다. 그는 입자가 작고 색 편차가 없는 고품질 안료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개발에 힘써왔다.

이 결과 우신피그먼트 국내·외 500여 개 기업과 거래하며 연매출 450억 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초기 2명이던 직원은 현재 50명으로 늘었다. ‘강소기업’에 등극한 것이다.

장성숙 대표는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안료의 힘이다”며 “이 분야 최고의 글로벌 전문 기업이 돼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직원 복지 ‘눈길’

장성숙 대표는 한국염료안료공업 협동조합 이사장도 맡고 있다. 여성 CEO가 이 분야의 이사장을 맡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한국염료안료공업 협동조합 이사장 취임 직후 염료·안료 산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들의 참여와 정부 정책 반영에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소재산업이지만 화장품에서부터 스마트폰 액정, TV 등 색깔을 내는 것, 보이는 모든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산업인 만큼 정부의 지원과 젊은 세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자 동시에 경쟁자가 자리 잡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는 이기기 어려우므로 우리가 경쟁력 갖춘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분야에 집중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FTA 활용 등 업종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적용과 복잡해진 환경규제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젊은 세대들의 제조업 참여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성숙 대표는 지난해 6월에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는 “독일 란세스(Lanxess)사의 무기안료 원재료를 싸게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 및 공급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임직원의 건강과 근로 의욕 증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았다. 장성숙 대표는 직원들의 우수한 복지를 위해 힘쓰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성공을 직원들의 공으로 여기고, 직원들에게 최상의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신피그먼트는 ▲회사 이익의 10%를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제공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통한 임직원 자녀 장학금 및 학자금 지원 ▲기숙사 운영 ▲친환경 식단 제공 ▲2년에 한 번씩 직원과 가족 동반 건강검진 지원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양육수당 제공 등을 실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신피그먼트 설립 25주년에는 전 직원에게 동남아 여행을 선물했다. 30주년에는 유럽, 35주년에는 특별 상여금을 직원 선물로 제공했다.

장성숙 대표는 이 같은 복지기금 조성을 위해 관계기관에 3번 가량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진다. 중소기업이 복지기금을 만든다는 것을 믿지 못해 거절당한 것이다.

이 밖에도 함께 지역 및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매년 꾸준한 기부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장성숙 대표의 행보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데서 나왔다. 장 대표 역시 어머니이자 아내이기 때문에 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처음으로 여성 부회장을 선임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의 파격 인사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총회에서 “공정한 자원배분과 시장의 공정성 회복을 두 축으로 ‘소규모, 생계형 업종부터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제한’ 등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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