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에 가려진 위인들의 ‘불편한 진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위인들의 ‘명성’속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흔치 않은 책이 출간됐다.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볼프 슈나이더가 전작 <위대한 패배자>에 이어 이번 신간에서는 독자들이 알고 있는 승리자의 거짓과 환상을 낱낱이 짚어냈다. 칭기즈칸부터 알렉산드로 대왕에 이르기까지 역사 책에 소개된 위인들의 숨겨진 명암을 신랄하게 들춰낸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지만 종전의 역사적 사실들을 뒤집어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명성에 가려진 인물들의 이중성을 제시한 일상적인 일화는 생동감을 더한다.

이처럼 거꾸로 보는 위인들의 역사는 어린시절 전기를 읽으며 한 치의 오점도 남기지 않았을 것 같았던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데 의의를 둔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제1부에서는 역사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콜럼버스, 타넨베르크 전투의 수많은 승리자들, 유다의 배신에 대한 부분을 다룬다.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들은 대부분 탕아였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천재의 공통적인 심리학적 측면을 고려한 2부에서는 세기의 사상가, 예술가들의 다재다능함에 내재된 매혹과 위험에 대하여 전한다.

3부와 4부에서 다루고 있는 성과와 성공, 명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지상 최고의 위인 카이사르, 권력을 향한 불도저 레닌, 넬슨과 나폴레옹, 처칠과 전쟁 수혜자들에 대해 언급한다.

시대정신의 물살을 순행하거나 역행하는 자들의 내면을 들여다 봄으로써 그들 내면의 고통을 이해하기도 했다. 환호와 망각, 갈등 속에 인정받지 못한 천재들에 대해 말한 부분이 흥미롭다.

다음은 이 책에서 밝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의 일상에 대한 부분과 역사적인 의미들을 색다르게 정의한 부분이다.

# 파블로 피카소는 생의 마지막 20년 동안 매일 아침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야!” 하고 소리치며 일어났고, 실제 앓고 있는 병과 앓고 있다고 착각하는 병의 가짓수를 일일이 손으로 꼽는 것이 취미였으며, 의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암세포에 의해 침식된 것 같은 자신의 육신 대신 그림에만 관심을 보인다며 화를 냈다. 토마스 만은 1938년 일기에다 “속수무책, 근육 떨림, 오한”, 그리고 “모든 게 부질없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전율감이 인다”라고 적었다.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는 어느 화창한 날 한 친구가 공원에서 쾌활한 표정으로, 살아 있다는 게 정말 기쁘게 느껴지는 시간이라고 소리치자 “나는 그렇지 않네”라고 대답했다. 유쾌한 작품들도 결코 유쾌한 성품의 예술가들에게서 탄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는 건 사람들의 뿌리 깊은 착각일 뿐이다. -본문중에서

# 명성은 대부분 한 인간의 위대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우리가 그들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화복과 부침을 인격화하고 싶어 하는 욕구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룬다. 단순화와 숭배가 그것이다.
-본문 중에서

단순한 인물별 평가를 넘어 주제별로 해당 인물을 배치하고 키워드로 정리해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부분을 보면, 저자 특유의 깊은 통찰력과 남다른 직관이 엿보인다.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은 위인의 생애와 개인사 중에서 모순이 있는 부분을 역설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또한 별도 지면에서 ‘남성이 선택한 여자들’ ‘미국은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어린 나이에 올린 최고의 성과’ ‘고령의 최고 성과’ ‘백과사전의 위인들’ ‘올해의 인물들’등 다채로운 부분을 소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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