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환급·차량 화재·디젤게이트 등 악재 삼중고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수입차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개소세 환급을 거부하면서 국내 소비자들과의 소송이 불가피해졌다.

또 폭스바겐ㆍ아우디 디젤 게이트, BMW 차량 화재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차갑다. 여기에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신차로 맞대응할 채비를 하고 있어 수입차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작년 사상 최대 판매 수입차 리콜도 ‘최대’
개소세 환급 논란 재점화, 추가 소송 움직임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다. 실제로 수입차는 지난해 전년(2014년)대비 24.2% 증가한 총 24만2900대가 판매되는 등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수입차 수요규모가 올해 26만대에서 내년에 28만대로 2만대(7.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도 내년 수입차 시장 규모를 올해 23만5000대보다 2만대(8.5%) 성장한 25만5000대로 전망했다.

문제는 수입차량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A/S건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정비센터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의 정비센터 1곳 당 처리해야 하는 차량 대수는 1000대 이상이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 서비스센터가 1곳당 약 150대를 담당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최근 하자나 결함이 있는 수입차에 대해 리콜 조치 명령을 내리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수요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리콜 명령

실제로도 지난 14일 국토교통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파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코리아, 혼다 코리아가 각각 수입·판매한 승용차와 이륜차에 대해 리콜(결함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벤츠 코리아는 자사가 수입 판매한 C200 CDI(디젤), C230, C280 등 C클래스 10개 차종 1378대를 리콜할 예정이다.
이들 차량은 에어백 제어장치 내부결함으로 습기 유입 시 전원공급장치가 부식돼 차량충돌 시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거나 충돌하지 않아도 에어백이 터지는 등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발견됐다. 이번에 결함이 발견된 에어백은 콘티넨털 오토모티브 시스템사가 제공했다.

FCA 코리아 역시 자사가 수입, 판매한 지프 1709대를 리콜한다.
해당 차량은 2001년 3월 9일부터 2003년 3월 28일까지 제작된 지프그랜드체로키와 지프체로키(741대)의 경우 에어백 컨트롤 시스템 오류로 사고가 나지 않아도 에어백이 펼쳐지거나 충돌 시 안전띠를 조여주는 장치가 오작동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여기에 2015년 2월 24일부터 2015년 9월 3일까지 제작된 짚체로키 529대는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파워 테일게이트’ 전자제어장치(ECU) 배선 연결부에 습기가 유입돼 오작동하거나 전기배선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FCA코리아가 판매한 프리몬트 승용차 288대는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 모듈 접지단자 불량이 발견됐고, 지프컴패스 승용차 151대는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호스를 고정하는 부품에서 불량이 발견됐다.
혼다 코리아는 자사가 수입, 판매한 혼다의 이륜차NSS300(FORZA) 128대를 리콜한다. 리콜 사유는 뒷바퀴 브레이크 호스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브레이크 오일이 샐 경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정비센터 때문에 리콜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리콜 사실이 알려진만큼 해당 차량에 대해 신속하게 정비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정비센터로 인해 부담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연이은 악재로 수입차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추락한 것도 수입차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는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파문, 개별소비세 환급 논란 등 이미지 타격과 업무용 차량 세제혜택 축소 영향으로 대(對)소비자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BMW차량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자유로 방화대교 인근을 달리던 BMW 520d 차량에서 불이 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하루 뒤인 4일 전남 강진군 ‘GT550', 5일 서울 마포 상암동 ‘520d', 7일 경기도 구리 ‘525i', 8일 서울 외곽순환도로 ‘735Li', 12월 14일 경기도 이천시 ‘750Li', 12월 23일 대전 유성구 ‘X6'에서 불이 났다.
올 들어서는 1월 26일 경기 고양 자유로 마곡철교, 2월 6일 경북 군위, 2월 20일 서울 구기동 주택가 등에서도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일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발생했다.
불이 난 기종은 지난해 리콜 대상이 된 BMW 520d 모델이 가장 많았고, BMW 750Li, BMW X6 등 모델에서도 불이 났다.

BMW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체 조사결과 연료 누설로 엔진룸에 불이 났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화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며, 고객이 원할 경우 국과수로 보내 원인 규명을 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혈경쟁에 우는 딜러사

아우디와 BMW 등 수입차 업체들이 개소세 환급을 거부하면서 수입차 오너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아우디와 BMW 소유주 등 3명을 대신해 서울중앙지법에 ‘개소세 소급 인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지난번 개소세 환급 거부와 관련해 3명의 차주가 소송을 낸 데 이어 추가로 3명이 문제를 제기해 개별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우디 소유주 2명과 BMW 소유주 1명은 지난달 30일 같은 이유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BMW코리아, 국내 판매 대리점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아우디 소유주는 90만원, BMW 소유주는 20만 원의 보상을 소장에서 요구했다.

이들 개별소송은 조만간 집단소송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해당 업체들의 이미지 저하와 영업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도 수입차 오너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처음 불거진 이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배출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차량이 12만대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해당 차종까지 밝혀지면서 소유주들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해당 차량들을 리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그룹에서 시작된 ‘디젤게이트'는 여타 수입차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도 최근 배기가스 배출량이 유로5 기준의 2.2배, 유로6 기준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혼다의 디젤 차량도 배출가스 배출량이 공식 기준치의 6배 이상이라는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이런 탓인지 국내 수입차 재고가 지난해 8만3000대를 기록해 연간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누적 재고 물량은 10만대에 육박하며 5년새 10배에 가깝게 늘었다. 수입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 실패와 국산차들의 판매 호조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된 자동차는 총 32만6700대였으나 24만3900대만이 판매되어 8만3000대가 재고로 남고 말았다.
수입차 재고비율도 2011년에는 재고비율이 6.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최대치 25%를 넘어섰다. 수입된 차들 4대 중 1대는 팔리지 않은 셈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판매 증가세를 계산해 약 3개월치 정도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 그러나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조작사건 같은 악재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 호조세가 겹치며 수요 예측이 완전히 틀린 것이다.

재고물량     5년새 10배 ‘역대 최고’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 출시 임박

수요 예측이 틀려서 남은 재고는 작년기준 2700억 원 어치다. 수입차 업체는 2700억 원 어치의 재고 자동차를 떠안지 않기 위해 딜러사에게 재고를 넘기려하고 결국 딜러사들은 ‘재고떨이'를 위해 출혈경쟁을 해야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수입차 판매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에 재고가 쌓이더라도 팔릴 것으로 판단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물량을 들여왔다"면서 “3월 들어 수입차 판매량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에 올해도 수입 물량이 줄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국내차 고급화 전략 맞대응

여기에 국내차 업계의 돌풍도 수입차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기아차는 올해 다양한 신차와 고급화 전략으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친환경 전용 차량 ‘아이오닉', 기아차는 ‘K7'을 내놓고 연초부터 내수 시장 선점에 나선다.
아이오닉은 일명 ‘프리우스 킬러'로 불리며 현대차의 친환경 전용 플랫폼이 처음 적용되는 차량이다. 연간 5만여대 판매를 목표로 할 정도로 현대차가 거는 기대가 크다.

준대형 세단 신형 K7은 2009년 출시 후 7년 만에 선보이는 2세대 풀 체인지 모델로 기아차의 핵심 전략 차종이다. 뿐만 아나리 기아차는 소형 SUV니로를 통해 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니로(Niro)는 기아차 최초의 소형 SUV이자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로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유럽고객들에게 최초로 선보일 니로는 올해 안에 유럽시장에 출시되어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기아차 유럽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클 콜(Michael Cole)은 “니로는 현대적인 SUV 디자인과 뛰어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조화롭게 결합한 모델이다”고 말하며 “2020년까지 유럽 친환경차 시장이 7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니로로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니로는 ▲강인하면서도 안정된 스타일의 디자인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및 변속기 탑재 ▲초고장력 강판 53% 확대 적용 및 알루미늄 소재 활용 등 기아차의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것이 특징이다.
니로는 전장 4355mm, 전폭 1800mm, 전고 1535mm, 축거 2700mm 로 국산 소형 SUV 중 최대 수준의 제원을 확보해 공간 활용 능력을 극대화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2월 런칭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올해 안착시켜 EQ900의 판매를 늘리고 후속 모델도 조속히 출시해 벤츠 등 수입차가 독식하는 고급차 시장에서 정면 대결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의 도전이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신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내수 시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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