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 중 유일한 여성 CEO…“신성장 동력 발굴 제2도약 이룰 것”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열세 번째 주인공은 박연정 에버온 대표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그룹 주력사업 뒷받침할 ‘테스트 베드’ 역할도

에버온(씨티카)는 LG CNS 자회사로 전기차(EV) 카셰어링(시간제 렌터카)을 담당한다. 2013년 LG CNS에서 분사해 ‘씨티카’라는 브랜드로 개인 대상 전기차 셰어링, 법인 대상 전기차 장기 렌트,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보유 전기차는 씨티카 200대, 법인용 150대 등 총 350대다.

이를 이끌고 있는 박연정(44) 대표는 연세대학교 산업정보경영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1995년 LG CNS에 입사했다.

그는 LG CNS에서 시스템 엔지니어와 사내강사, 연구소를 거쳐 금융·공공사업본부 마케팅팀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LG그룹 전체 계열·자회사 중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사내에서 ‘박 교관’으로 불린다. 2001~2005년 신입사원 입문 과정과 초임 임원 대상 리더십 과정의 강사를 맡았을 때부터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임원에게 호통을 치기도 하고, 신입사원들에게 가족처럼 다독이며 다가섰던 그의 모습이 교관이란 별명을 얻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사업 초기멤버 눈길

최근 LG그룹은 자동차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전략 방향을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자동차사업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기차 등 신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박연정 대표의 취임은 LG그룹의 자동차 사업 집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표는 LG CNS 근무 당시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 등을 담당하며 전기차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참여해왔다. 또 LG그룹이 차기 주력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전기차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 역시 취임사를 통해 카셰어링 사업 확대와 그룹 신사업 지원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과거 신사업의 하나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던 중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달리는 자동차, 태양광으로 달리는 자동차, 풍력으로 달리는 친환경 자동차를 주변에서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의 진정한 가치를 피부로 느끼게 할 것”이라며 “씨티카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환경친화적 공유경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흑자전환 기대 커져

박연정 대표는 에버온의 역할을 LG그룹 전기차 사업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라는 뜻으로 원활히 작동하는지 테스트 하는 시스템)라 부른다.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와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온은 전기차를 운행하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배터리 충전과, 소모 효율 등 핵심 데이터를 수집 카셰어링과 350대 전기차 렌털을 통해 수집해 LG그룹 계열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LG화학과 신재생에너지, LG 전기차 충전모듈 등 핵심 부품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 등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그룹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전기차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충전 인프라를 깔고, 에버온은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에콰도르 키토 등 3개 도시 고속도로 등 91지점에 급속 400대, 완속 5000대 설치를 완료했다.

국내에서의 카셰어링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기차만 다룬다는 특징을 활용해 제주도,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친환경 특화 지역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에버온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번째 회사가 된다.

특히 제주도 지역을 통해 내년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 대표는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사업 파트너를 선정하고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며 “제주는 풍부한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서 처음부터 진출하고 싶었던 곳이었으나 지역 특성 상 렌터카 사업자들과 협업이 중요하고, 신사업 진출을 위한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라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부산 강서구 일대 2288만㎡(약 692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와 대구, 대전 등 다른 광역시에서도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시행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완성차업체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그 대상이다.

박 대표는 “에버온은 전기차 셰어링을 통해 구축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DB 사업, 충전 인프라 정보 연계 사업 등 IT 기반 사업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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