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제·섬유유연제 등 “못 믿어”…어쩌다 이 지경까지

탈취·방향제에도 폐에 치명적인 유독물질이
정부, 조치 없다 올해부터 전수조사 돌입, 왜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옥시사태 후폭풍이 화학제 생활용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논란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가습기 살균제 같은 주요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특히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든 PHMG처럼 흡입할 경우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 물질이 다른 국내 방향제와 탈취제 제품에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탈취제와 방향제에도 유독물질이 포함됐으며, 흡입하면 폐와 간, 신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돼 있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에서 유통된 96개 탈취제와 방향제에서 MIT 등 5개 유독 화학물질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에서는 생활용품 제조에서 이들 물질의 사용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였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제품에 유해성 표시를 지시하거나, 제품 회수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옥시사태도 유해성 확인 후 검찰 수사를 본격화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고, 2001년부터 10년 이상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규제를 받지 않고 판매돼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살생물질 2000여 종과 제품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여 제품 사용 금지나 제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수사 확대 움직임 보여

정부는 그동안 PHMG, PGH만 폐 손상 원인 물질로 인정하고 CMIT와 MIT는 제외했다. 그러나 환경부 재조사 결과에 따라 CMIT와 MIT를 넣은 제품을 판매한 애경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옥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수사도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역시 애경과 이마트, GS리테일 등을 수사 확대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제조해 유통업체에 납품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다. 옥시에는 원료인 PHMG를 팔았고, 애경에는 가습기메이트라는 완제품을 만들어 납품한 것이다. 이 외에 이마트 PB 제품 등도 제조·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SK케미칼과 애경이 2002년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어 자사의 제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어느정도 인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계약서대로라면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SK케미칼은 애경의 살균제 전량 리콜에 대한 피해 배상 요구를 거부했다. 정부가 인정한 유해성 물질은 PHMG 뿐으로,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CMIT나 MIT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후폭풍은 옥시 제품 불매운동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전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일주일간 방충제와 방향제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고, 제습제는 46% 급감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에서는 최근 보름간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15% 이상 급감했다.

이와 더불어 옥시 전 임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 제품들까지도 불매운동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제품의 위해성을 숨기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문구 도안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현재 부회장으로 있는 불스원과 대주주 지위를 가진 슈마커로 불매운동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심스러운 불스원 매각

불스원은 OCI(동양화학공업)의 계열사로 설립된 옥시의 한 사업부로 운영되다 OCI가 2001년 옥시를 레킷벤키저엔브이에 매각하면서 현재의 불스원으로 독립됐다. 신 전 대표는 2010년 불스원 지분 42.93%를 43억 원에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신 전 대표는 불스원 헐값 매각 의혹도 받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음에도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된 금액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상 경영권을 확보하는 지분거래 시 EV(기업총가치)/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 배수가 8배 안팎에서 형성되는데, 신 전 대표의 주식매입 가격을 기정으로 추정한 EV를 기준으로 불스원 EV/EBITDA를 산정해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4~6배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만약 헐값 매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세청에서 세금 문제 등을 제기할 소지도 있다.

[일요서울]은 해당 의혹에 대해 불스원 측의 공식 답변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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