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수교(1962년) 54년 만에 처음 정상회담이 열렸다. 반세기가 걸린 멀고도 먼 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36개사 500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국빈 방문했다. 비(非)이슬람권 여성 국가지도자의 첫 이란 국빈방문이라는 ‘외교사적 의미’도 큰 역사적 방문이다. 한국과 이란은 이번에 경제 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방문 성과인 52조 원 규모의 경협(經協) 합의는 대부분 철도·도로·정유 등 우리가 세계 경기침체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들이다.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2년 이상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위기의 한국 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중동붐’이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제2 중동붐’이 현실화 한다면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 회생에 청신호를 주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이번 정상 경협이 ‘제2의 중동 붐’의 초석이 되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우리나라의 중동 내 3위의 수출국이다. 한국-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 달러에 이르렀다가 핵개발에 따른 국제적인 경제 제재의 여파로 2015년 61억 달러로 격감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으로 이를 조기에 정상화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적 성과도 풍부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차례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한반도나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또 하나의 국제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성과인 한류 전파도 성공적이다. 박 대통령은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이란식 히잡인 ‘루사리’를 착용했으며 3색의 이란 국기 색깔에 맞춰 녹색과 분홍색, 흰색 재킷을 순서대로 입어 이란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와 ‘주몽’이나 ‘대장금’ 같은 한국 드라마 이야기, 그리고 이란·이라크 전쟁(1980~88년) 당시 한국 건설사들(대림 등)이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여 이란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처럼 잘 기획된 박 대통령의 문화외교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란의 경제적·외교적 잠재력은 엄청나다. 인구 8천만 명의 내수 시장과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부국이다. 올해 5.8%, 내년 6.7%가량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핵 개발 중단과 이에 따른 서방의 제재 해제로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나라다.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우리 정부는 신속하게 박 대통령 방문을 추진한 결과 여러 가지 협력사업에서 다른 나라보다 먼저 깃발을 꽂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향후 한국-이란 경협은 협력 속도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경협 합의의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웠다. 그러나 아직 양해각서(MOU)나 가계약 상황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양측의 교역 규모를 5년 내 연간 3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것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민·관이 합심해 후속조치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란에는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체 투자자금이 부족하다. 우리 기업들은 이란 현지 시장 정보에 어두워 투자 위험이 수반된다. 또한 이란 내 인프라 미비 등 리스크 요인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합리적인 자금 조달·지원 방안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제2 중동붐’ 실현과 양국의 ‘윈윈’을 위해선 체계적인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이란은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한다.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핵 개발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은 ‘노선을 바꾸면 살 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부질없는 핵 야망을 접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북한 인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남북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향후 북한은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김정은과 북 지도부는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될 것이다. 이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군사동맹 관계나 다름없던 나라로 4~5년 전 한국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동참하면 무역보복을 할 것이라고 협박했던 나라다. 그런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경제 실리를 바탕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중동판 북방정책’ 성격도 지닌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가 중동신화를 이뤄냈던 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너끈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박 대통령은 자신감을 갖고 국정에 임해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시절 거의 매달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수출입국의 기틀을 다진 경제적 성과를 재연해 주길 바란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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