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은 20대 국회 본회의를 지난 9일 열어 국회 의장단을 선출했다. 의장으로는 원내 다수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 의원을 선출했고 부의장엔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과 더민주의 박주선 의원을 뽑았다. 정 의장이 국회법에 따라 탈당함으로써 더민주 의석은 123에서 122로 줄어 새누리당과 같게 되었다.

20대 국회는 2000년 16대 국회 임기 개시 후 가장 빠른 원구성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회법은 의장단 선출을 임기 개시일(5월30일)로부터 7일 이내에 선출토록 명시하고 있다. 20대 국회도 개원 기한을 2일 넘겼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법을 어기며 출범한 것이다.

정 의장은 당선 인사에서 “협치의 모델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협치는 오늘의 극한 대치 정국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처방이고 시대가 요청하는 소명이다. 여야 3당이 지난 5월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하였을 때도 이미 협치를 다짐한 바 있다. 그들은 ‘민생경제’를 위해 대치(對峙)정치를 벗어나 협치(協治)로 간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 회동 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3당 회동과 관련, ‘협치 차원의 진전’이라고 했다.

협치란 여야의 전투적 대결과 정쟁을 벗어나 타협과 양보를 통한 합의점 도출을 의미한다.
타협과 양보의 협치는 의회정치의 기본이다. 4.13 총선의 민심은 협치를 통해 민생경제를 최우선 순위로 살펴달라는데 있었다. 18, 19대 국회처럼 ‘동물 국회’, ‘식물 국회’, 행정부 발목잡기, 장외 투쟁 등을 벗어나 협치에 나서라는 소명 부여였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제대로 이어져 갈 것인지 아직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국회 원구성이 늦어짐으로써 20대 국회도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이익을 희생시키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한 탓이다. 국회는 여소야대로 기울었으며 대통령은 레임덕(임기말 무기력) 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상기 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7일 더민주와 정의당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세월호 특별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생경제 법안이 아니었다. 여소야대에서 의정단상을 지배하는 두 야당이 민생경제 법안을 외면하고 세월호 관련법을 들고 나선 것이다. 그들이 다시금 19대 처럼 정치적 갈등과 대결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게 아닌가 불안케 한다.

한 달 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간의 소통을 위해 국회의원 좌석 배치를 지금처럼 여야로 나누지 말고 함께 섞여 앉자고 제안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총무는 협치를 위해서는 “2원집정부제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협치로 가려면 지금의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치권은 선진국처럼 상대 정당을 타협의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여야 의원들의 좌석을 섞어 배치한다 해도, 2원집정부제나 중대선거구제로 개헌한다 해도, 상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의식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협치는 기대 할 수 없다. 경쟁정당을 적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은 양보와 타협을 굴종으로 치부하고 ‘사쿠라’로 매도한다. 후진국들의 공통된 망국적 정치문화 유산이다. 2원집정부제니 중대선거구제니 하며 제도개선 타령에 앞서 후진적 정치문화 의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후진적 정치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협치는 수백 번 약속한다 해도 실현될 수 없다.

늑장 국회개원, 여소야대의 의석분포. 대통령 레임덕 도래 등을 지켜보며 협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20대 국회는 ‘동물 국회’ ‘식물 국회’라는 지탄을 받지 않도록 협치로 나서야 한다. 4.13 총선 민심대로 “민생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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