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제각각 독특한 풍미를 지니는 향신료에는 식물종마다 각기 다른 2차 대사산물인 ‘피토케미컬’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경쟁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각종 미생물·해충 등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화학물질을 뜻하는 피토케미컬은 고추의 캡사이신이나 마늘의 알리신, 후추에 들어 있는 피페린등과 같은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것들은 매운맛을 내는 성분으로 강력한 살균과 항균 작용, 혈액 순환과 소화를 돕다. 또한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와 장 속 가스를 제거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피페린은 지방 세포의 형성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운 맛을 내는 대표적인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은 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이를 통해 지방을 태우며 열을 발생시켜 갈색 지방세포를 활성화해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캡사이신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것이 사람들이 매운맛에 중독성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매운맛은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처럼 혀로 느끼는 미각에 속하지 않고 인간의 점막을 자극할 때 느끼는 아픈 감각과 타는 듯한 열감과 같은 통각 신경이 감지하는 고통의 일부다. 캡사이신은` 적당량을 먹으면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 시켜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혈액순환을 돕고,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촉진시키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점막을 자극해 위궤양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먹을 경우는 치질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식도, 위 및 십이지장의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중 위염과 십이지장염과 같은 위장 염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전체 48%로 2011년에 비해 400만 명이 증가했다. 만성 위염의 대표적인 원인은 위식도 역류질환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음식을 장기간 섭취한 짜고 달고 매운맛들이 위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음식은 위산의 역류를 촉진해 속 쓰림이나 이물감과 같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매운맛을 적당히 즐기면 혈액 순환과 소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다만 몸에서 열감이 느껴지거나 속이 지속적으로 쓰리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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