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퍼센트 인간 : 저자 앨러나 콜렌 / 역자 조은영 / 출판사 시공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영국의 동물학자 앨러나 콜렌이 쓴 ‘10퍼센트 인간'이 번역 출간됐다. 책은 인체가 살과 피, 뇌와 피부, 뼈와 근육 등 10%의 인체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90%의 미생물로 이루어졌다고 명시한다. 인간을 하나의 개체가 아닌 수많은 미생물로 이뤄진 하나의 집합체라고 보고 미생물의 주요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인체 속 미생물은 피부와 호흡기, 소화기에 노출된 항원에 적극 반응해 우리 몸을 지켜주고 먹는 음식물을 소화흡수해 인체가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폐물 배설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각기 다른 성격과 감정 등 정신적인 활동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미시적 관점에서 살펴본 이주의 권장도서 『10퍼센트 인간』은 미생물이 인간활동에 점조직처럼 지대한 영향을 주는 관점에서 그간 등한시했던 미생물의 중요성을 짚어준다.

또 여러 현대 질병에 관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비만이다. 오늘날 지구는 뚱뚱하다. 1999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총 64%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고, 예전에는 정상 체중이던 사람들 중 몸무게가 늘어 과체중이 된 비율도 34%나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왜 살이 찌는 것일까? 단지 예전보다 더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실험에서는 비만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제프리 고든 교수의 연구팀에 속한 미생물학자 루스 레이의 실험에서 마른 쥐와 비만 쥐의 미생물총을 비교했더니, 비만 쥐의 경우 마른 쥐에 비해 의간균은 절반 수준인 반면 후벽균(비만 유발균으로 알려짐)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책은 우리 몸의 지배자인 “나머지 90%”인 미생물이 어떻게 피부질환, 정신건강에 영행을 미치는징에 대하여 밝힌다. 또한 항생제 남용과 무분별한 제왕절개, 신중하지 못한 분유 수유, 항균제품에 대한 맹신 때문에 생기는 악영향을 설명한다. 더불어 획기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는 ‘대변 미생물 이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는 겨우 10% 인간일 뿐"이라며 “우리 몸에는 우리가 내 몸뚱이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를 한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해저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산호초처럼, 우리의 장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m짜리 대장 안에서 장벽의 주름을 편안한 더블베드로 삼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놓았다. 아마 우리는 평생 아프리카코끼리 다섯 마리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미생물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 의하면 현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증가한 비만, 과민성 대장 증후군, 비연, 아토피, 당뇨, 자폐증 등은 우리 몸의 미생물들의 변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식습관의 변화, 건강에 꼭 필요할 경우로 제한한 항생제 사용, 자연 분만과 모유 수유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각의 경우에 따라 우리 몸 속 미생물들이 어떻게 변하고 그에 따라서 우리몸에는 어떤 변화에 생기는가에 대해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한 독자는 “개인적으로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아이가 산도를 통과하면서 엄마의 질내 내생물과 접촉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임신 중에 엄마의 질내 미생물의 조성이 변하고 출산 과정에서 아이가 엄마의 분변에 접촉흡인한다는 사실과 엄마의 모유속에는 아이의 영양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이의 장내 미생물을 먹이기 위한 것이고 진통의 과정을 겪어야만 이런 모유 성분에 변화가 온다는 사실 등의 내용을 읽으면서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고광표교수는 "인체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다. 이 책은 인류가 지구 상의 선배인 미생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어떻게 그것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몸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들어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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