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취임의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뻔한 것 아닌가. 탄핵안 의결로 최악의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 남성 정치인들이 영남 지역주의를 조장하여 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꼼수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성에게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쾌거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여성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극단적이지 않다는 것을 가장 보수적인 정당에서조차 이젠 인정한 것이다.

- 여성의 정계 진출에 가장 큰 장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여성뿐 아니라 정치 신인에게도 정계 진출의 장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1:8이 아니라 1:1이 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여성이 능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진출할 수 없다. 과도한 돈 선거가 여성의 정계 진출의 최대 장벽이다.

- 왜 그 동안 여성 정치인이 새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보는가.▲여성정치인이 ‘꽃’으로 취급당했을 때 여성정치인의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홍일점이니 구색 맞추기니 하는 시각이 문제였다. 여성이 과거에는 개인화-파편화 되어 정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대안은 여성 정계 진출의 ‘세력화’이다. 미스코리아 식으로 보스에게 발탁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이해와 가치를 세력화해서 진출해야 한다. 이것이 과거에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이다. 지금은 분명히 달라졌다.

- 여성 대통령은 언제쯤이나 나오겠는가.▲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꼭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다. 아시아에서 아버지나 남편의 후광으로 대통령이나 수상이 된 여성은 여럿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들 나라의 여성 권익 신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별로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지금 상황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올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 긴급한 것은 겨우 5.9%에 불과한 여성 정치인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 30~40% 정도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여성이 정치적인 능력을 인정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여성대통령도 나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여성 대표, 대변인이 나왔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천막당사’니 ‘창고 당사’니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쇼’일 뿐이다.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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