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들고 나오는 매 작품마다 세계 유수 영화제들 및 각국의 배급사들로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온 김지운 감독. 그가 일제강점기 시대극 콜드느아르 밀정으로 돌아왔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 그림)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첫 공개됐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김지운 감돌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신성록, 엄태구까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사진=송승진 기자 (왼쪽부터 배우 엄태구, 신성록, 송강호, 한지민, 공유, 김지운 감독)
영화는 1923년 경성에서 발견된 대량의 폭탄으로 잡힌 의열단들과 여기에 밀정을 한 반간(적의 첩자를 역이용해 적의 동정을 살피거나 그 일을 하는 사람) 이정출(송강호 분)이라는 총독부 경찰 간부의 실화를 모티브로 1920년대 일제 강점기, 난세 속에서 항일 또는 친일이란 극단의 선택을 강요받았던 의열단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는 입체적 캐릭터인 이정출을 맡은 소감에 대한 질문에 이 영화는 누가 밀정인지를 탐구하고 쫒아가는 영화라기보다는 불합리하고 나라가 비정상인 상태에서 밀정이 될 수밖에 없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정출과 의열단들은 아픈 역사 속에서 어떻게든 호흡하며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 아닌가. 이 아픈 역사 속의 한 인물을, 그리고 그 정중앙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와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느낌에 대해 묻자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는 이정출이라는 입체적 캐릭터의 심정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놀란 점은 그게 내가 예상했던 기대를 넘어서 또 한 번 연기의 한계를 깨버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대극을 처음 접했다는 공유는 찍으며 고민도 하고 주눅도 들고 스스로 박탈감, 자학도 했던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영화를 보고나자 이 과정이 영화 속 대사처럼 실패를 하더라고 앞으로 나가면 그 실패들을 딛고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은 과정이라 생각 들었다. 스스로 배우로서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연계순 역을 맡은 한지민은 영화에서 나오는 고문 장면을 찍을 때의 고충은 없었냐는 질문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감독님께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찍으실지 궁금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연기인 상황인줄 알면서도 공포감이 크고 눈물부터 차올랐다고 회상했다.
 
또 한지민은 쇠사슬로 팔·다리를 묶는 등 고문 환경에 있다 보니 안전한데도 실제로 몸이 아픈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내가 연계순이라면 과연 입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대입시켜보며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저 작고 아름다운 얼굴에 인두를 대기가 무척 괴로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서대문 형무소촬영을 하는 날이 하필 가장 추운 날이었다. 새삼 연계순이 대표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수많은 분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는 생각이 들더라영화 속에서 연계순이 많은 장면에 나오지 않지만 저 작은 손도 지켜주지 못했던 슬픈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국이란 명제를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하시모토 역으로 나온 엄태우는 신분 상승의 욕망으로 하등의 그늘이 없는 인물로 악역을 제대로 소화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콜드느와르로 차갑게 그리려 시작했는데, 나 자신의 자의적 생각을 떠나 영화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간 첫 스타일로 나에게도 의미가 깊다영화를 통해 개인의 안위보다 조국이라는 대의를 따른 선열들과 죽음 앞에서 초연했던 그들의 위엄과 기개를 섬세하게 표현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찍었다며 영화 촬영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인사말에서 공유는 이번 영화는 배우로서 혼돈의 시대를 푹 들어갔다 나온 뜻 깊은 경험이었다. 먹고 살기 퍽퍽한 세상이지만 영화를 통해 여운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밀정은 제7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부문과 제4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한국에서는 오는 97일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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