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의학 발달은 모든 질병을 치료해 고통 없이 사는 세상을 꿈꾸게 했다. 과학 문명이 급속하게 진전을 이뤄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 크게 걱정했던 폐렴, 말라리아 등과 같은 감염·소모성 질환들은 대부분 감소했으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스트레스성 질환들이 늘어났다.

 기름진 음식 섭취 줄이고 규칙적인 하루 3회 소식 위주
담(痰)과 열(熱) 발생한 위장장애 … 경락 소통 치료가 우선

그 중 하나가 ‘역류성 식도염’이다. 한때 진단 장비의 미비로 발견 못했던 이 질병은 생활습관, 식생활문화 등의 변화로 증가 추세에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이제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질병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하부식도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식도 조직의 부종, 출혈, 점막의 괴사·박리 등을 일으켜 결국에는 섬유화 협착을 유발한다. 흉부작열감 및 위 내용물 역류와 같은 전형적 증상 이외에도 흉통, 오심, 기침, 매핵기, 만성적 소화장애 등으로 인한 체중감소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25-35%가 경험을 한다고 보고됐을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다. 문제는 이 질병이 만성화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과거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은 산의 역류에 의한 점막 상해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주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흡연, 스트레스, 운동부족, 압박의류착용, 식사 습관과 음식의 종류에 따라 원인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방치료는 생활습관의 변화와 스트레스·식생활 조절등과 함께 여러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양약은 장기간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 및 골절, 비타민이나 미네랄 흡수장애, 위장관계 감염증가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한의학적으로 탄산(呑酸), 토산(吐酸)에 해당하며 그 원인이 열(熱)에 있고, 특히 간(肝)의 기운이 실(實)하면 위산이 역류한다고 했다. 조잡은 비위의 병으로 배고픈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는 불편한 증상을 말하는데 위중담화(胃中痰火), 사려상심(思慮傷心), 비위허한(脾胃虛寒)등의 증상으로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풀이해보면 스트레스등의 원인으로 위(胃)에 담(痰)과 열(熱)이 발생해 소화기능이 약해져 생기는 것으로 소화기를 보(補)하면서 스트레스로 막힌 경락을 풀어주면 치료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상체질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이러한 증상은 모든 체질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소음인(少陰人)의 경우 스트레스를 비교적 잘 받는 체질로 특히 소화기가 약해 생기는 증상이 빈발하는 특성상, 역류성 식도염과 유사한 증상을 수시로 호소한다. 특히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점막이상이나 위산역류소견이 보이지 않음에도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빈발하면서 치료가 잘 되는 체질이면서도 재발이 자주 일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소음인의 경우 비위(脾胃)의 기운이 약해지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므로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보해주는 치료를 권장한다.

소양인(少陽人)의 경우 체질상 위(胃)에 열이 많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뿐만 아니라 위염 등의 증상도 다발하는 체질이다. 성격도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기보다는 화를 자주 내고 이를 다스리는 데 원활하지 못하고, 폭음(暴飮)등을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폭식하는 경향이 높은 태음인(太陰人)의 경우는 다른 체질에 비해 체력과 소화기가 강한 편이지만 심장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탄산, 토산의 증상보다는 조잡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이 많다. 실제 점막이상 등의 변화가 있어도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성화, 악성화 되어서야 증상을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다른 체질에 비해 치료가 잘 안 되기도 하고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성이 있지만 꾸준히 치료하면서 생활습관, 식이습관 등을 관리하면 호전된다.

다른 소화기 질환도 마찬가지이지만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호전성은 특히 생활·식이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기름에 볶은 음식, 전, 튀김, 중국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 이환율이 높다고 나와 있다. 식사횟수의 증가 및 식사량의 감소, 기름진 음식의 섭취횟수, 커피 복용횟수등이 이환율과 관련 있다. 가장 유의성이 있는 습관을 살펴보면 식사횟수는 하루 3회, 식사량은 평소보다 조금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커피는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고, 기름진 음식의 섭취 역시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흡연, 음주는 물론 피하는 것이 가장 좋고 저녁식사 후 3-4시간 이내에 눕는 것은 피하고, 특히 야식은 매우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당장 큰 병으로 진행되는 고위험군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중에 많은 불편을 느끼는 질환이고, 심하면 지속적으로 불편한 증상을 보인다. 그래서 이 질환에 있는 환자 중 예민한 성격이라면 불면, 식이장애 등 2차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일상생활에 부지불식간 지장을 주는 질환이므로 평소 식습관 및 생활습관 등을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하고 필요한 의학적 조치와 도움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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