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와 잇단 ‘엇박자 행보’를 보이던 추미애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이 지난 19일 민주당 구파와 조순형 대표에 대해 ‘최후 통첩’을 던졌다. 문제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공천혁명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탈당 등 최후의 선택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 파병동의안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을 놓고 잇따라 조 대표와 정반대의 의견을 드러냈고, 한화갑 전대표의 ‘옥중출마’ 및 ‘호남 복귀’와 관련해서도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표출하는 등 추의원의 이 같은 ‘돌출행동’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추 의원이 이처럼 당 지도부의 의견과 다른 ‘돌출행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민주당의 쌍두마차’인 추미애 상임중앙위원과 조순형 대표가 서로 ‘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다만 민주당 당직인선으로 촉발된 갈등양상이 총선 선대본부 구성을 앞두고 더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실제 당 정체성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소장개혁그룹과 당지도부간의 갈등이 선대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내홍으로 번질 조짐마저 감지된다. 문제는 선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는 것이다. 소장개혁그룹은 선거대책위 출범을 통해 제2의 창당에 버금가는 환골탈태를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추 의원이 선대위의 ‘간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장성민 청년위원장은 지난 19일 “선대위 조직과 하부인사는 미리 다 정해놓고 선대위원장만 꼭두각시 형식으로 마지막에 앉히는 방식은 안된다”며 “선대위는 당의 진로와 선거에 관련된 일체의 당무를 맡아야 하며, 공천과 총선전략 및 집행까지 주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는 총선과 같은 비상시를 돌파해 나갈 수 없고, 조대표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대구선거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조 대표는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맡고, 추 의원은 정동영 의장을 대적하는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 지도부가 구상중인 ‘조순형-추미애 투톱’ 체제를 거부하고 추미애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정치권은 민주당내 소장그룹의 이 같은 주장은 추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차기 당권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의원 등 조대표 체제 이후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세력경쟁을 벌이면서 자기 세력 사람들을 한명이라도 더 공천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더욱이 차기당권을 노리는 김영환 의원, 강운태 의원의 행보를 견제할 목적도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성민 청년위원장이 지난 17일 조순형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현재 민주당의 위기는 당의 정체성 상실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위기의 원인은 한나라당 출신인 유용태 원내총무와 민정당 후신인 민자당 국책자문위원출신인 강운태 사무총장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 의원은 지난 19일 ‘정계인사들의 분석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는 듯’, 성명을 통해 “(대선 때) 민주당 후보를 내고도 다른 당 후보에게 부역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도 지키지 않은 분과 분당에 핵심적인 책임있는 분들에 대한 공천은 절대 불가하고 철회돼야 한다”며 유용태 원내총무와 박상천, 정균환 의원 등을 정면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추 의원은 또 “옥중출마조차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럴 경우 정치불신에 가득찬 성난 민심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라며 “정치의 신뢰회복과 당의 사활적 문제에 관한 것인만큼 옥중출마 강행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구속중인 박주선, 이훈평 의원과 옥중출마 예정인 한화갑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도 요구했다.

추 위원은 “공천 혁명 없이는 민주당은 현재의 의석도 건지기 어렵다”며 “선대위 구성 이전에 공천 기준을 정하고 공천혁명의 기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추 위원은 “역동성과 개혁성, 미래지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공천 기준을 정한 뒤, 개혁 인재들을 선대위의 전면에 내세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수권 정당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추 위원은 이어 “당 안팎으로 불어닥치는 강한 외풍에도 당 지도부는 모른 척 안주하고 한줌도 안되는 당내 권력 사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날 그날의 화두에만 몰두하고 리더십 부재와 전략부재를 드러내고 있다”며 조순형 대표를 필두로 한 지도부에 대해서도 맹공을 가했다.그러나 조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선대위를 구성할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 양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성민 위원장을 비롯한 소장개혁그룹이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추 위원을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 조기 출범을 종용하고, 추위원 역시 차기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펼칠 경우 개혁파와 호남 중진 사이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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