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아파트 관리비 비리’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연예인 김부선 씨다. ‘난방 열사’로까지 불리며 아파트 관리비 관리상 문제점을 사회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막는 파수꾼들은 따로 있다. 바로 공인회계사들이다.

아파트 관리에 들어가는 다양한 비용에 대한 감사는 공인회계사들이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 관련 회계는 기업회계에 비해 잔손이 많이 가 공인회계사들 사이에서 기피되던 분야였다. 하지만 전국에 아파트 단지가 셀 수 없이 많이 늘어난 지금, 아파트 회계감사는 노다지로 불린다. 아파트 회계감사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공인회계사들은 물론 관련이익집단간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아파트 회계 감사, 이젠 모두 ‘눈독’
관계집단은 회원들 생사여탈권 쥘게 아니라 권익 보호해야

우리나라는 1999년 이전까지 구 공동주택관리령 3조2항에 의거 300세대 이상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공동주택 관리주체는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감사를 의무화했었다. 

당시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에서 감사인을 지정했으나 ‘형식적인 감사’ ‘전문 감사인 양성 기회 부족’ 등의 이유로 이 제도는 1999년 1월에 폐지됐다. 

하지만 2010년 전후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전국에서 적발되기 시작하면서 공동주택 의무 회계감사법이 2013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이 당시 확정된 공동주택 회계감사법은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 외 11인이 발의한 ‘회계감사의 감사인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다. 이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또는 「공인회계사법」 제1조1에 따른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감사인의 추천을 의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의한
감사인 선정 반대론

재미있는 점은 당시 한공회는 아파트 회계감사의 감사인을 한공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안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회계사 A씨는 “당시에는 3개 안이 논의 됐다. 최종 확정된 안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율적으로 공인회계사를 선정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한공회는 협회의 권한과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타 안건 2개를 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공회 측 관계자는 ‘아파트 회계감사 지정제도’에 대한 공식입장을 묻자 ‘노코멘트’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공회 측과 무관한 일이다. 그 제도는 국토부에서 관할하는 만큼 그쪽에서 결정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최소감사시간 100시간
감사 비용 높이기 위해

공인회계사들 사이 기피대상이었던 아파트 관리비 감사가 노른자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전국의 아파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부터다. 현재 전국 의무감사 대상 아파트는 약 9,000단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탓에 아파트 회계 관리 감사분야에 뛰어든 회계사들은 맨 땅에 헤딩하듯 관계 서류를 하나하나 직접 살펴보며 감사를 진행해 왔다.

현재 아파트 회계 관리 감사에 드는 비용은 건당 기준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선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심해 200만 원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관련 이익집단인 한공회에서는 감사비용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공회는 2014년 말 감사계획 16시간, 실증감사 60시간, 보고서작성 24시간 총 100시간으로 하는 내용을 전 회원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공회는 공식적으로 100시간 안을 폐지했다. 공인회계사들을 비롯한 내외부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공회 측 관계자도 “현재 추진 중인 사안이 아니다.”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감사시간 100시간, 최소감사수수료 1000만 원’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준칙 강화하려면
위원회 공정성 보장돼야

A씨는 “당시 한공회가 문자로 보냈던 공지내용을 보면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은 감사수수료를 높여 받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터무니없는 최소감사시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감사에 참여한 경험도 일천한 회계사들의 평균 감사보고서 작성시간은 4~6시간이었다. 다른 회계사무소 회계사들도 거의 동일한 시간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회계 감사를 주 업으로 하고 있는 공인회계사들은 최근 한공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나치게 권한이 강화된 윤리조사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공회는 2013년 3월 9일자로 개정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제78조 2항에 준칙을 삽입했는데 이 조항이 공인회계사들의 활동을 위축 시키고 한공회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유약준칙’ 제78조는 회계감사인의 선정제한에 대한 조항이다. 조항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영 제55조의3에 따른 공동주택관리 회계감사인으로 선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새로 삽입된 내용은 ‘[공인회계사법] 제41조에 따른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칙에 따라 회원자격정지기간 중에 있는자. 이 경우 공동주택관리분야 회계감사와 관련하여 받은 징계에 한한다.’는 문구다.  

문제는 공인회계사들에게 회원자격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는 부서가 윤리조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이기 때문이다. 

윤리조사심의위원회는 윤리위원회의 하부 조직으로 모든 위원이 공인회계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판단이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지 지적받는 이유다. 

윤리조사심의위원회에서 징계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은 ‘2년 이하의 회칙에 의한 회원의 권리정지’로 이 징계를 받을 경우 아파트 회계감사인으로 선정될 수 없다. 한마디로 공인회계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차라리 윤리조사심의위원회가 아닌 윤리위원회에서 공인회계사들에 대한 징계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형평성에 합당한 것 같다. 윤리위원회는 윤리조사심의위원회와 달리 공인회계사 외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임원, 대학교수, 변호사 등이 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산감사,
“한계 있다” vs “빠르고 정확하다”

아파트 회계 감사를 두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전산감사 부분이다. 일부 공인회계사들은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위해 전산감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공회 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파트관리사무소들이 각종 서류 및 계약서, 영수증 등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해 공인회계사들이 직접 서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전산감사 만으로는 제대로 된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년간 아파트 회계 감사를 진행해 온 A씨는 한공회 주장에 대해 “부정 및 횡령을 발견하기 위해 전산 감사가 꼭 필요하며 수작업 감사에 비해 월등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A씨가 주장하는 장점으로는 빠른 업무수행 속도, 높고 정확한 테이터 감사증거 능력, 전표 및 재무제표 수정 여부, 높은 계산 정확도 등이다. 
   

아파트 관리 비리 척결에 나선 지자체들

경기도 ‘빅데이터 분석’ 울산시 ‘전문가’ 활용 불법행위 찾아 

최근 경기도는 관리비 부실이 의심되는 아파트 단지 556곳을 조사한 결과, 2년간 152억 원이 부적정하게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도는 지난 12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 관리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도는 지난 4월부터 2개월간 시·군과 함께 556개 단지를 점검했다.

아파트 관리비 빅데이터 분석으로 516곳을 골라냈고 지난해 회계감사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36개 단지, 올 상반기 주민감사 신청이 들어온 4개 단지다.

빅데이터 분석은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도내 3117개 단지의 2013~2014년 관리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점검 결과, 176개 단지는 휴가를 소진한 직원에게 연차수당 4억4200만 원을 지급했다. 476개 단지는 소방협의회, 주택관리사협회비 등 직원 개인이 내야 하는 회비 1억8600만 원을 관리비로 지급했다.

아파트 보수 공사를 위해 요금을 과다부과하거나 재활용품 판매, 광고 수익 등 잡수익을 공사비로 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445개 단지에서 96억 원의 예산 전용 사례도 적발됐다.

A 아파트의 경우, 수도요금을 가구당 월평균 5000원씩 과다 부과해 만든 2500만 원을 수도배관 교체공사비로 사용했다.

도 관계자는 "아파트 보수공사 비용은 매달 관리비에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별도 징수를 하고 있다"면서 "관리비로 공사비를 부담하면서 입주민들의 부담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리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556개 단지의 입주민은 23만4342가구다. 부적정하게 사용된 금액은 152억 원으로 1가구당 연간 3만 원의 관리비를 손해본 셈이다.

도는 관리사무소의 업무 태만이나 부정으로 발생한 52억 원에 대해 해당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자체 조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중 1000만 원 이상 부당이익을 제공한 5개 단지는 고의성 확인 후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500만 원 이상 부당지출이 벌어진 28개 단지는 입주자 대표를 통해 해당 용역업체에서 2억 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도는 아파트 관리비 절감, 비리 방지를 위해, 빅데이터를 통한 관리비 점검 상시화 , 도내 31개 시·군에 아파트 관리비 조사전담팀 설치, 입찰과 계약 시 자문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 제공,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교육 등에 나서기로 했다.

도는 임의 예산 집행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 청소·경비용역의 4대 보험 지급, 인건비 정산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울산시도 아파트 관리 비리 척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울산시는 지난 5월 16일부터 7월 1일까지 '2016년 상반기 공동주택 감사'를 실시해 총 68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아파트 관리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교수와 회계사, 기술사 등 관련 전문가 20여 명을 투입해 공동주택 2개 단지에 대해 이뤄졌다.

감사 결과 환수 8건, 과태료 부과 10건, 시정명령 4건, 개선명령 46건 등 총 68건을 조치했다.

시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부녀회의 운영비 사용 부적정, 관리사무소장의 급여 부당지급, 청소 용역 퇴직금 미정산 등을 적발해 총 9300여만 원을 환수조치했다.

특히,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과 함께 수사를 요청하는 등 아파트 비리 척결을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시는 또 관리사무소에서 현금을 보유하고 지출하는 시재금(時在金)은 경비가 과도하게 지출되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즉시 폐지하고, 체크카드를 사용토록 시정명령 조치했다.

아울러 건축물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장기 수선계획 미이행 건에 대해서는 주택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과 함께 조속한 장기수선계획이 이행되도록 개선명령이 이뤄졌다.

시는 앞으로 아파트 관리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리요령 가이드 북'을 제작·배포하고, 입주자대표회 등을 대상으로 윤리교육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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