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위해 준 돈이 核개발 자금” 박 대통령, DJ 대북송금 강력 비판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한국·미국·일본 외교장관이 공동 성명을 통해 전보다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압박을 견인(牽引)해가기로 했다. 3국(國) 외교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국제사회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안보리 결의 이행 견인 ▲핵·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원 제한 강화를 위한 가능한 독자적 조치 검토 ▲북한 인권(人權) 침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모멘텀 강화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北韓)의 핵(核) 능력이 이번 5차 핵실험과 최근 일련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됨에 따라 이 시점에서 강력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東北亞) 차원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재앙(災殃)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3개국 외교장관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의 도발적이고 무모한 행위는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며 “추가 도발 및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를 중단하고 진지한 비핵화 대화의 길로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과 관련해 모든 범주의 핵뿐만 아니라 재래식 방어역량에까지 기반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하며, 강경한 대북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기시다 외무대신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제사회의 행동을 필요로 하는 바, 새로운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고립돼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이번 유엔 총회를 포함, 국제사회의 논의 모멘텀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 긴밀하고 체계적인 공조를 계속해가기로 했다.

北, “우리 식 강력 대응조치 계속해나갈 것”

이에 대한 북한은 흑백을 전도하는 날강도적 망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北)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존 케리 미국무장관은 뉴욕에서 일본외상, 남조선 괴뢰 외교부 장관과 함께 3자 회담이라는 것을 벌려놓고, 우리의 핵무력 강화조치에 대해 ‘도발’, ‘무모한 행동’이니 하고 비방하면서 다 거덜이 난 ‘비핵화 대화’ 타령을 또다시 늘어놨다"고 주장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의 핵무력은 반세기 이상에 걸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은 물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며 한·미·일 3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우리 핵무장은 국방력 강화를 위한 자위적 조치의 일환”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커다란 혜택이 차려질(주어질) 것’이라고 허튼 나발을 불어대고 있다”면서 “그것은 우리를 무장해제시켜 조선반도를 병탄하고, 나아가서 세계제패 야망을 실현해보려는 교활한 술책”이라고 억지까지 부렸다.

‘9.19 공동성명’을 어긴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기도 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노골적인 군사적 적대행위와 핵공갈에 매달림으로써, 9.19 공동성명의 근간을 제 손으로 깨버렸다”면서 “더는 그 무슨 ‘공약준수’요 뭐요 할 법률적 기초와 도덕적 명분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강변했다.

특히 ”미국이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으로는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데도 ‘인권문제’까지 거들며 우리의 ‘제도 전복’을 꾀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언제가도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이라고 말했다.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 식의 강력한 대응조치들을 다발적, 연발적으로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 내린 판단과 분별없이 저지른 망동질을 놓고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靑비서관회의서 비판 “김정은의 광적 핵집착 꺾을 것”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북한이 4차, 5차에 이르기까지 계속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대화를 위해 줬던 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야권의 대북 대화 요구에 쐐기를 박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안보와 경제가 지금 모두 힘든 상황”이라며 “북한이 고도화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바탕으로 마음 내키면 어떤 형태의 도발이라도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 일각에서 대북 제재에 반대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물밑에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그 시간을 이용했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는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두 재단의 기금 모금 과정,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K스포츠재단 인사 개입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2의 일해재단”, “창조경제 게이트”라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여기서 더 밀리면 레임덕(권력 누수) 가속화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박 대통령이 정면승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북핵 대응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의혹 제기로 응집력이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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