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이 자유롭게 주행할 날 멀지 않았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자율주행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하는가 하면, 주차와 출차까지 척척 해내는 이 기술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은 고조된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지난 8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쏘울 EV 완전자율주차’가 주인공이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조회수 2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상의 내용은 단순하다. 현대차의 차량 ‘쏘울 EV’에 탑승한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뒤 리모컨으로 명령을 내린다. 이후 차가 알아서 지하 주차장의 빈자리를 찾아 주차 및 출차한다. 이 모든 과정은 운전자 없이 이뤄진다.

해당 시스템은 완전자율주차(AVP)라는 처음 공개되는 자율주차 기술로, 스스로 이동해 지상·지하 주차공간을 탐색하고 실내·복합 공간에서 주차는 물론 출차까지 진행 한다. 교통이 혼잡한 지역에서는 주변의 주차장까지 주차대상 공간을 확장해 주차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쏘울 EV 자율주행 자동차는 현대차그룹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속도로 자율주행(HAD·Highway Autonomous Driving), 도심 자율주행(UAD·Urban Autonomous Driving), 혼잡구간 주행지원(TJA·Traffic Jam Assist), 비상 시 갓길 자율정차(ESS·Emergency Stop System), 선행차량 추종 자율주행(PVF·Preceding Vehicle Following), 자율주차 및 출차 등의 지능형 고안전 자율주행 기술들이 적용됐다.

쏘울 EV 자율주행 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자율주행 관련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 네바다 주로부터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했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자율주행은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부분 자동화 또는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운전자 없이 차량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크게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1단계는 특정 기능의 자동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운전자는 특정 주행조건 아래에서 개별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단계는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들이 통합돼 기능하는 단계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이 결합해 고속도로 주행 시 차량과 차선을 인식함으로써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자동으로 조향하는 것이 이 단계에 해당된다.

3단계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목적지 경로상 일정 부분의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4단계는 통합 자율주행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처음 시동을 켠 후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은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2020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미 많은 완성차 및 부품 업체는 물론 구글 등 IT업체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완벽한 자율화 꿈꾸며
기술 경쟁력 높여

현대기아차도 수년 전부터 단계별 발전을 통해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왔다. 현대차는 2010년 첫 자율주행차인 ‘투산ix 자율주행차’를 데모카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포장 및 비포장 도로 4㎞의 시험 주행에 성공하며 국내에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양산차 적용을 통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해 출시한 EQ900은 차간거리제어 기능과 차선유지 기능, 내비게이션 정보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전초 단계인 부분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제네시스DH로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 실도로 자율주행 임시면허증을 발부받아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신갈분기점과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호법분기점까지 총 41㎞와 일반국도 5개 구간에 해당하는 총 320㎞를 시험주행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이번 실도로 주행을 통해 ▲자동차로 유지 ▲차간 거리 및 차속 제어 ▲자동 차로 변경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분기점 자동 진출입 ▲고속도로 톨게이트 자동 진출입 ▲교차로 자동 진출입 등의 기술을 점검하여 더 진화된 자율주행 능력을 구현해낼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16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쏘울 EV를 선보이고 자율주행 기반 기술 브랜드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론칭함으로써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나섰다.

이 차량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 자율주행기술뿐 아니라 기아차가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자율주행 선행기술도 적용됐다. 또 카메라와 센서의 조합을 통해 주변 차량을 인지하고 차선을 유지하거나 변경하는 기능도 갖췄는데 이는 제네시스 ‘EQ900’의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다. 2단계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은 이미 많은 자동차에 적용돼 있고 3단계는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2~3단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2단계의 경우 제네시스 EQ900와 네바다 주에서 면허를 취득한 투싼과 쏘울을 통해 안정적인 기술 수준을 선보였다. 여기에 3단계 역시 지속적인 개발 검증을 통해 상용화 단계까지 적용시키기 위한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수립했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고도자율주행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특수환경에서 펼쳐진
기술력 관심 집중

앞서 기아자동차는 프로야구 경기 전 사전 이벤트로 펼쳐지는 시구 행사에서 쏘울 자율주행 전기차를 깜짝 등장시켜 관중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9월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NC 경기의 사전 시구 행사에서 시구자로 선정된 탤런트 이해인 씨가 쏘울 자율주행 전기차를 타고 등장하는 자율주행기술을 시연했다.

운전자가 없이 시구자만을 태우고 야구장 외야 방면 좌측 게이트에서 출발해 3루 쪽으로 이동 후 시구자를 내려주고 출발한 곳으로 퇴장하는 자율주행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행사는 야구장을 찾은 관중뿐만 아니라 TV 중계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시청자들에게 기아차의 우수한 자율주행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해 마련됐다.

시구 차량으로 깜짝 등장한 쏘울 자율주행 전기차는 올해 1월 2016 CES에서 처음 공개된 국내 최초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로, 스마트카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HAD ▲UAD ▲PVF ▲TJA ▲ESS 등의 자율주행기술이 기본 탑재됐으며, 실도로 환경에서의 주행 안정성 제고를 위해 ▲자기위치인식 기술 ▲경로생성 기술 ▲경로추종 기술 ▲장애물 인지·판단 기술 등이 추가로 적용됐다.

쏘울 자율주행차는 이 같은 핵심 요소 기술을 기반으로 보행자, 신호등, 교차로 등 실제 도로에서 최고 시속 120㎞까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선 변경, 추월, 제동, 주차 등 다양한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야구장에서의 자율주행 시연은 일반도로가 아니어서 명확한 차선이 없고 흙과 잔디로 이뤄진 특수한 환경에서 이뤄져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기존 자율주행기술은 바닥이 고른 실내 및 일반 도로의 환경에 최적화돼 있지만, 야구장은 노면이 잔디와 흙으로 이뤄져 기존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면 자동차 바퀴가 미끄러지고 울퉁불퉁한 노면에 따른 센서 측정의 정확도가 낮아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기아차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자기위치 인식기술과 경로추종 성능 등을 대폭 개선해 적용했다. 기아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 생존 경쟁의 핵심 기술로 평가 받는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16 CES에서는 기아차의 자율주행 관련 미래 비전을 담은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를 공개하며, 주행 보조 및 편의 제공을 통해 안전을 넘어 기분 좋은 운전, 운전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아차의 자율주행 기술 방향성을 제시했다.

‘드라이브 와이즈’는 ‘번거롭고 성가신 운전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콘셉트로 다양한 자율주행 기반 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향상시킴으로써 기분 좋은 운전을 지향한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기술과 텔레매틱스, 내비게이션 및 IT 등 커넥티비티 관련 융·복합 기술 등이 함께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추구한다.

기아차는 현재 ▲차선이탈 경보 ▲차선유지 지원 ▲자동 긴급제동 등 양산화에 성공한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고속도로 주행지원 ▲부주의 운전경보 ▲후측방 충돌회피지원 ▲고속도로 자율주행 ▲도심 자율주행 ▲선행차량 추종 자율주행 ▲혼잡구간 주행지원 ▲긴급제동 시스템 ▲자율주차 및 출자 등 다양한 자율주행 선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는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자율주행기술뿐만 아니라 커넥티비티, 친환경 등 다양한 미래 기술 분야의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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