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와 ‘트럼프공포’ 등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자고 나면 황당무계한 소식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자칫 중심을 잃기 쉽고 여러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진다. 사회 전반에 걸친 포비아와 무기력증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자칫 주춤하게 되면 중요한 결정과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냉정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2017년도 경제전망이나 최근 발표되는 생활지표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적어도 2017년 외식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냉정하게 그 계획을 현실화해야 한다. 통계와 지표, 전문가의 예측을 통한 과학적인 준비만이 그 계획을 알차게 만들 수 있다. 이에 최근 통계청 발표 및 전문가들의 2017년 전망을 통해 그 준비의 출발을 열어본다.

지난 10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5168만 명으로 서서히 증가 추세다. 또 가구수는 약 1850만 가구를 구성하고 있다. 인구증가율보다는 훨씬 높은 추세로 가구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1인 가구수는 약 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전체 가구수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가구 구성원수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이 외식사업과 어떤 연관성을 가질 수 있을까? 농수산유통공사가 발표한 2017년 식품·외식산업 전망의 4가지 키워드는 ‘나 홀로 열풍, 반(半)외식의 다양화, 패스트-프리미엄, 모던 한식의 리부팅’이었다.

‘나 홀로 열풍’은 ‘혼밥혼술’이란 말로 대변될 정도로 이제 혼자 즐기는 문화는 대세다. 자칫 젊은 층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40~50대의 중년층도 이미 이 문화에 많이 익숙해졌다. 외식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웃나라 일본과 달리 혼자 밥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식사시간을 놓치면 혼자서 식당을 들어가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에 낯설어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식당의 구조부터 보자. 최대한의 공간 활용을 위해 대부분의 식당이 오픈형 공간에 4인석 테이블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좌석 확보를 위해 테이블 간의 공간도 협소하다. 여기에 별도의 룸은 대부분 단체 손님을 받기 위한 대형석 위주로 되어 있다.

이런 정형화된 틀에서 조금만 생각을 바꿔 보면 혼자 즐기는 문화에 맞춰 갈 수 있다. 분리가 가능한 2인 테이블을 최대한 활용한다든가, 테이블 사이의 낮은 가림막을 사용한다면 좀 더 안정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또 회전율이 높은 대중 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것과 일정부분의 공간을 1인존(Zone)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류를 취급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저녁에 가볍게 혼자서 술 한 잔할 만한 장소를 우리는 그리 쉽게 찾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자리 공동체 문화’는 혼자 마시는 술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식당에서 혼자 술 한잔 하고자 할 때 머쓱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개인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 독서실처럼 옆자리와 칸막이로 분리된 1인 전용 술집이 등장했다. 통계에서 보듯이 실제로 1인 가구의 증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혼자 해결해야 하고, 그럴 만한 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 이어 식사 종류 역시 1인 가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식사 종류는 대부분 1인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2인 또는 3인이 식당을 찾는다면, 같은 메뉴를 시키는 확률은 매우 적다. 특히 여성들은 다양한 메뉴를 시켜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희망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 통념을 처음으로 깬 것이 ‘짬짜면’이다. 누구나 중국집을 들어서면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갈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한 번에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이며, 굳이 학술적인 용어로 옮기자면 ‘컴필레이션 푸드(Compilation Food)의 원조인 것이다. 이 조합은 모든 종류의 음식에 적용할 수 있다. 1인분의 의미를 확대해석할 필요인 것이다.

혼자 즐기지만 누구나 즐기고 싶은 음식으로 구성된 메뉴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찾게 된다. 가령 국민 대표 간식인 치킨과 떡볶이로 구성된 컴필레이션 푸드를 1인분으로 만든다면 사람들이 찾는 빈도수가 늘어날 것이다. 물론 주방 운영의 어려움 등 몇 가지 문제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소비의 형태는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소비감소 추세가 지속되지만 그 속에서 소비의 질적 향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즉 사람들은 무작정 소비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가성비’에 따른 소비를 선택하고 이를 즐긴다는 것이다. 또 본인을 위한 소비에 있어 질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게 됐다. 자신만을 위한 조그마한 사치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다. 외식사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소비자는 값싼 1인분을 찾기보다는 질적 만족의 1인분을 찾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1인분 메뉴를 구성하고 다소 가격이 있더라도 푸짐한 1인분을 준비해야 한다. 1인분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락 사업의 경우, 가성비에 충실함을 기본으로 프리미엄급 도시락이 속속들이 나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17’에 따르면 2017년도 전망을 논하며 이제 ‘가성비’는 저가격이 아닌 높은 가치 추구로의 전환이 예측된다. 또한 욜로(yolo)라이프, 1코노미 등의 용어를 통해, ‘나 홀로 열풍’이 더욱 더 강해질 것을 예측하고 있다.

근본과 원칙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트에 맞는 근본과 원칙의 유연성은 견지해야 한다. 이제 외식사업을 준비하는 분에게 ‘1인분’은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잘 준비된 ‘1인분’의 메뉴는 고객을 모으는 지름길이다. 만일 프렌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이러한 ‘1인분’을 예측, 전망하고 잘 준비되어 있는지 살펴 봐야 한다. 또한 그 질적 가치에 대해서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디테일’을 준비한 사람에게만 성공을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박정수 창업전문가 <inj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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