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옥시·니코틴 살인 우려” 대책 시급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담뱃값 인상과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 탓에 전자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자담배 이용률은 2013년 2%에서 지난해 5.1%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관세청 통계 역시 같은 기간 전자담배 수입량이 31톤에서 138톤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유해성 문제가 잇따르면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치약에 이어 제2의 옥시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제조·구매 제재 없어 안전성 검증 안 된 제품도 버젓이 판매 
유해물질 관리기준 및 표준 시험방법 등 안전기준 마련 시급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티니 아이러브스모킹은 지난 8일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자담배의 카트리지에 들어가는 니코틴 원액이 ‘생명을 앗아갈 정도’의 유해물질이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 되고 있다”며 “잘못 취급할 경우 오히려 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최근에는 전자담배의 인기를 의식해 안전성이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중국이나 미국 등지에서 값싼 고농도 니코틴 액상이 대량 수입 판매되고 있어 니코틴 액상을 구입할 때도 흡연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도 손쉽게 구매
피해 호소 글 이어져

기자가 직접 니코틴 액상을 판매하는 매장을 찾았을 때도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 없이 액상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자 저렴한 것이 있다고 건네준 액상제품은 육안으로는 일반 제품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판매원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며 “모든 제품이 가격에 따른 성분 차이는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안전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묻자 “담배가 해롭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니냐. 그것보다 조금 덜 해로울 뿐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또 다른 문제는 ‘니코틴 액상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제조법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가 어려운 미성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 유명 포털 사이트에 ‘니코틴 원액 구매’라는 단어를 검색해 니코틴을 판매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해 보니 한글로 된 인사말이 나왔다. 판매자는 ‘니코틴 순도 99.9%’, ‘한국 배송 3일’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니코틴 과다 투입 시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있었지만, 구매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오히려 ‘20㎖ 이상 구매하면 수입 과정에서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10㎖ 단위로 구매해 달라’고 말하며 저렴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문제는 고농도 니코틴은 성인 남성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남양주에서는 이혼한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내연남과 공모, 니코틴 원액에 중독시켜 남편을 살해한 B (47·여)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4일에도 인천연수경찰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미국에서 50% 농도의 니코틴 원액 3만500㎖를 수입해 시중에 유통한 혐의로 니코틴 수입업체 대표 A(50)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니코틴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제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니코틴 원액이 전자담배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관련 절차만 밟으면 아무런 제재 없이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시중에 전자담배 판매장에서는 ‘퓨어 니코틴’이라 불리는 니코틴 원액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니코틴 원액의 유통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과정 체계적 관리 필요
미국은 있고 국내는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담배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담배 규제안을 마련했다.

또 미성년자가 담배 자동판매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연령 확인 장치를 장착시키고 미성년자가 출입할 수 없는 곳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FDA는 청소년 건강을 위해 전자담배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중고교생 중 69%인 약 1800만 명이 전자담배 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고등학생이 900%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FDA 관계자는 “청소년 흡연율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전자담배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다”며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 규제를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는 현재까지도 제재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브스모킹의 주장이다. 아이러브스모킹 측은 “현행 니코틴 액상은 ‘기호약품’으로 분류돼 제조 및 구매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며 “원액을 성인기준 60mg을 한 번에 흡입하거나 섭취할 경우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유독물질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는 담배소매인을 통해 매장 내에서 소비자에게 판매 돼야 하나 음성적으로 니코틴이 함유된 카트리지와 원액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며 “청소년 등 접근이 쉬운 니코틴 액상의 불법 유통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도·단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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