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박화영 회장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새로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상·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對한반도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한·미 동맹과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대선 과정에서 쏟아낸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ㆍ한국방위분담금 인상 등과 관련한 트럼프의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한 박화영(58) 인코코 회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과 한국을 형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미동맹관계는 부서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538표 중 306표를 확보하면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꺾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었다. 미국인들의 기성정치인과 엘리트에 대한 반감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대한 백인 저소득층의 불안감 등이 트럼프의 당선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미국인들은 그들 역사에서 처음으로 아웃사이더에게 앞으로 4년간의 국정을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차기 백악관의 주인으로 선택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와 동맹관계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왜냐하면 경선기간 내내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와 ‘동맹국과의 관계 재정비’를 통해 ‘미국우선주의’를 실현할 것임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당선자는 경선과정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관계를 재정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여러 나라와 맺고 있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bilateral free trade agreements)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의 무역적자와 일자리 손실의 원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해온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당선되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낮아

트럼프는 대선기간에는 한·미 FTA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선 후보로서의 입장이 한·미 FTA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재협상하거나 폐기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먼저 국제협정의 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얻는 이익도 있다.

안보와 관련해서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및 다른 지역의 동맹국들과 군사 및 안보와 관련한 재협상을 통해 동맹국들에게 분담금을 포함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그동안 유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100%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대선 전 힐러리는 한·미 동맹을 사랑이라고 얘기한 반면 트럼프는 계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쉽게 말해서 주한미군도 가격이 안 맞으면 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 성공한 이후 트럼프는 우리 정부에게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한·미동맹관계의 근본적인 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주한미군철수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은 미국의 동아시아 역내 방어체제에 기여하는 바가 커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약은 기존 미국의 경제 및 대외정책의 틀과 매우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성을 강조해 유권자의 표를 얻었다. 따라서 당선 직후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공약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려 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국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희생에 지쳐있는 미국 “도와 달라”

이에 대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후원하며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한 교민 박화영 인코코 회장은 “한·미 동맹은 부서질 수 없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며 “트럼프에게 ‘한국인들이 한·미 동맹을 우려하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형제’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트럼프는 한국을 ‘대단한 나라’라고 평가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재정적자가 12조 달러가 늘었다. 미국이 빚더미에 앉아 힘드니 일본·한국 같은 나라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 내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미국은 아프다’고 해석한다. 미국인은 지쳐있는 만큼, 우리 스스로부터 돌보자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것.

박 회장은 “미국은 교역하는 상대방을 모두 발로 눌러 그 위에 서겠다는 게 아니다”며 “다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인 대다수는 그동안 미국의 희생이 너무 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위비를 100% 다 내라는 것은 정치적 언어였다. 유세 때 말했던 것과 달리 한국이 방위비 55%를 분담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한미 방위공약을 절대 흔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의 외교안보 자문역인 플린 전 국장이 최근 얘기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는 기본가치를 깰 미국 대통령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재협상하겠다는 얘기도 선거용일 뿐”이라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타깃은 중국으로, 한국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박 회장은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무역에서도 공정한 국제 룰을 지키지 않는데 오바마 정부는 그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기업이 7만개가 넘고 미국 상품 수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현실을 돌려놓겠다는 게 트럼프 캠프의 핵심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北核) 문제도 중국만 제대로 견제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측의 인식”이라며 “중국이 국제 룰을 제대로 지키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35%인 미국 법인세도 15%로 내려 중국으로 간 기업들을 유턴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선대본부와 탄탄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박 회장은 ‘인코코(Incoco)’라는 코스메틱 제조업체를 미국 뉴저지주에 1988년 설립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번 미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캠프에 적극적으로 가세해 한미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06년부터 공화당원으로 활동해온 박 회장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와의 인연으로 이번 대선에 관여했다. 차기 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유력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일라이 밀러 트럼프 캠프 재정국장, 새뮤얼 라이아 뉴저지 공화당 의장 등과 친분이 깊다.

박 회장에 따르면 트럼프의 장점은 협상력이다. 미국도 한국이 필요하고 주한 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 주둔시키는 측면도 큰 만큼 주고받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한국이 대등한 동반자라는 지위에서 전략을 갖고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성 떨어진 공약들 철회

한편, 미국 대선기간에 북한과 북핵문제에 대한 트럼프 당선자의 관심은 힐러리 후보에 비해 낮았고 특별한 정책제시도 없었다. 다만 경선과정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국이나 일본이 핵을 보유해 북핵을 견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25일 NYT 인터뷰 당시 한·일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언젠가는 우리가 (한국·일본을 지켜주는 역할을) 더는 할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약해지는 길을 계속 가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달 30일 CNN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서도 “북한·파키스탄·중국도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고 이란도 10년 이내에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며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미치광이’에 맞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으로 비치면서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핵 비확산 정책과 정면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한국·일본 핵무장 용인론’ 발언을 공식 부인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핵 버튼’을 누르거나 핵무장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말 바꾸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뉴욕타임스(NYT)를 비판하면서 “‘내가 핵무장을 용인한다’고 했다는데,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들은 매번 그런 억측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해온 NYT가 한·일 핵무장 용인 시사 등 자신의 외교정책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11일자로 내자 이에 반박하기 위해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또한 트럼프는 당선 직후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과 100% 함께할 것이며, 북한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방어를 위해 한국과 굳건하고 강력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거부 시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 핵무장 용인 등 한국을 향해 극단적 발언을 일삼았던 트럼프 후보가 당선 후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이 한국 안보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국가 안보 수뇌부들의 눈과 귀는 그의 행보를 쫓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방향’이란 자료를 배포하며 트럼프 시대 전략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한미 관계 지속 발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분담에 대한 공감 형성,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대비 능력 및 태세 강화 등이 대응 방향으로 제시됐다.

어쨌든 트럼프는 실제로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있지만, 대체로 현실성이 떨어졌던 공약들은 철회하면서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는 실제로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 트럼프 시위에 대해 “그들에게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는 이 나라를 다시 살려낼 것이다. 방금 선거를 치렀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의 대통령 당선을 반대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평소와 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나는 원래 진지한 사람이다. 언론은 나를 조금 거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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