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제3지대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이 집단 탈당을 했고,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는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박근혜 대통령 지우기에 나섰다. 제3지대를 주창했던 김종인, 윤여준, 정의화, 손학규 4인방 역시 개헌을 매개로 세력화 추진에 나섰다. 당초 내년초에나 제3지대 발 정치세력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계개편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하야’나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조기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윤여준의 남경필 탈당…비박계 선도… 김무성도 ‘들썩’
- 김종인-정의화 회동 손학규-안철수 ‘묶기’ 작업 속도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파문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새누리당 비박계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1월23일 ‘새누리당 해체와 보수 새판 짜기’를 앞세워 김용태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 같은 날 정문헌·정두언·김정권·정태근·김동성·박준선·이성권·김상민새누리당 소장파 출신 원외 인사들도 동참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출신 현역 의원들 역시 추가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남 지사등 새누리당 탈당파들은 원내교섭단체인 20석 확보를 우선 목표로 삼고 제4지대론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남 지사의 경우 ‘책사’ 윤여준 전 장관이 함께하면서 ‘조기 대선 출마설’과 ‘탈당 후 제3지대론’이 점쳐졌다. 윤 전 장관과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그리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3인은 진작부터 제3지대 정치세력화에 공감하고 역할 분담을 해왔다. 김종인 전 대표는 민주당 내 김부겸, 이찬열 등 손학규계보를 중심으로 탈당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손학규 전 고문이 강진에서 올라와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찬열 의원과 함께했다.

당 밖에 있는 정의화 전 의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3지대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고 선후배에 의사 출신인 두 인사는 11월 들어 두 차례나 배석자 없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장은 ‘제3지대론’보다는 ‘비패권 정상지대’에 대한 구상을 밝혔고 안 전 대표 역시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김종인, 윤여준 孫.南 탈당성사, 정의화의 철수는

이미 윤 전 장관과 김 전 대표 그리고 정 전 의장은 지난 9월23일 회동해 친박과 친문 등 양극단을 제외하고 중간지대에서 뭉치자는 ‘제3지대론’ 추진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향후 정계개편은 개헌과 탄핵을 통해 여야에서 비박계와 손학규계의 추가 탈당이 진행되고 대선이 임박해서는 안철수-손학규-비박계가 뭉쳐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제3지대론의 주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비박계 수장 역할을 해온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당에 남아 탄핵에 올인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1월23일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고 박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또한 김 전 대표는 탈당 여부에 대해 “한계점이 오면 결국은 보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김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날 비박계 원내외 인사 40명이 모여 위로와 격려의 자리를 가졌다. 참석한 인사들 면면을 보면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한선교,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영우, 김학용, 안상수, 여상규, 이종구, 이철우, 이학재, 이혜훈, 홍일표, 황영철, 김상훈, 박인숙, 오신환, 이은재, 장제원, 정양석, 홍문표, 김성태(이하비례), 김종석, 김현아, 박성중, 윤한홍, 전희경,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유승민 의원은 불참했다.

결국 비박계의 한 축은 탈당해 새누리당을 흔들고 남은 세력은 탄핵을 통해 박 대통령 하야를 추진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한때 ‘탄핵’에 부정적이던 유 의원도 최근 비상시국 회의에 참석한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비상 시국회의에 계신 분들 모두 마음이 같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에는 당장 추가 탈당이 이뤄지긴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이라는 유력한 대권 주자가 존재하고 있는 데다 탈당한 손학규 전 고문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문 전 대표에게 두 자릿수까지 차이가 나고 최근 조사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뒤지게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에 분열의 조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친문 패권주의’와 ‘문재인 대세론’에 빠져 개헌과 탄핵에 어정쩡한 스탠스가 불씨로 남아 있다. 이를 간파한 김종인 전 대표가 나서 틈새 공략중이다. 김 전 대표는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면서 친문 세력을 압박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1월21일 개헌과 관련, “지금은 개헌을 말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며 “개헌은 다음 대선 때 대선 후보들이 공약해서 다음 정부 초에 개헌을 실행하는 것이 맞는 시기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까지 5년 단임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같은 날 “최근의 현실을 보고도 시간이 없느니 등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개헌 논의를 안하려는 일부 정치세력이 있다”고 문 전 대표를 겨냥하면서 “도저히 납득을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손 전 고문 역시 “개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6공화국의 명이 다하면서 그 모순이 최순실 게이트로 폭발했는데…”라며 비판했다.

새누리 추가 탈당 예고 민주당 손학규계 ‘주목’

하지만 개헌이 탈당 명분은 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탈당요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 제3지대론이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안철수-손학규가 손잡고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참여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특히 당내 10여명에 달하는 손학규계와 김종인 사람들이 2차로 탈당할 개연성은 존재한다.

손학규 계보로 분류되는 인사를 보면 양승조, 조정식, 김민기, 이개호, 전현희,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이춘석 등 14명의 의원이 있다. 반면 김 전 대표 인사로는 진영, 박경미, 최운열 의원이 있다. 하지만 용산이 지역구인 진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이 모두 비례대표라는 점에서 출당조치를 당하지 않는 이상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당을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박계 이재오 전 의원과 최병국 전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늘푸른한국당 역시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시당에 이어 충북도당 창당대회를 가지면서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을 맞이해 대선후보도 내세우겠다고 공언하면서 제3지대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한편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제3지대론이 갑자기 급물살을 타는 배경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파문이 새누리당 분열을 가져오면서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빌미가 된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군소 잠룡의 경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권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 찬성여론이 80%에 이르렀다. 또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광화문 촛불집회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관련 특검을 대비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지만 검찰에서는 ‘공범’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대통령을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야3당이 추진하는 탄핵안의 경우 당초 300명 의원 중 200명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하지만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끝없이 나오고 박 대통령의 사적인 영역까지 들춰지면서 탄핵될 수 있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의 정면승부 스타일 상 탄핵안이 의결돼 권한이 정지될 경우 헌재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조기대선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국회는 다음달 1일, 2일, 8일, 9일 본회의를 잡고 있다. 비주류가 포함된 새누리당 방미 특사단이 5일 출국하기 때문에 2일에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 대권 구도상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가장 유리한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일 수밖에 없다. 여권 후보로 거론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내년 1월 귀국으로 출마는 할 수 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친박을 등에 업을 경우 가능하지만 반 총장 측이 난색이다.

‘찻잔 속 태풍’될 수도 화장실에서 웃는 文

반 총장을 제외하면 안철수, 손학규, 박원순, 안희정 등 야권 후보는 즐비한데 유력한 여권 후보가 전무한 상황은 여권발 제3지대 정계개편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제 3지대 정치세력화 시도에도 위험요소는 존재한다. 대권을 잡기 위해 ‘묻지마 식 헤쳐모여’ 정당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무지개 정당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하고 무엇보다 비문·비박 정치세력에 누가 간판이 되느냐에 따라 당이 요동칠 수 있다. 이래저래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은 문 전 대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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