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급부상했다. 그를 서둘러 수사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뚜렷한 정황을 찾지 못해서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비서실장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세간의 이목이 온통 김 전 비서실장의 입에 모인 터였다. 미약하게나마 최순실 씨와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인정하진 않을까란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것도 까맣게.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 군림하면서, ‘왕실장’ ‘기춘대원군’이란 별칭까지 갖고 있는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이다.

검찰은 우선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최 씨의 국정농단에 관여한 정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김 전 실장은 최 씨와의 연결고리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현 정권에서 그의 위치와 역할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통령 곁에서 당정청을 모두 장악했던 만큼, 최 씨가 청와대를 오가며 국정을 주무르는 과정에도 개입했을 것이란 추정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06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2012년 대선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당시 박근혜 후보의 자문그룹 ‘7인회’ 멤버로 활동했고, 2013년 8월부터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게다가 김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아래에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부장과 정보국장,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는 등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최태민-최순실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가 수십년간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씨 일가의 존재를 김 전 실장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 인터뷰서
모든 의혹 부정

앞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 씨로부터)선거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연설문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대통령 선거와 취임 초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당시 2인자인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 전 비서실장은 여전히 최근 불거지는 모든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까맣게 몰랐다”며 “최순실을 만난 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TV조선이 공개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과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의 진술 등은 최 씨와 김 전 실장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연합뉴스TV 인터뷰를 통해 “나는 공식적인 일만 했고 관저나 대통령 측근 비서들이 내게 귀띔을 안 해줬다. 모르는 것이 무능하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실제로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정호성 제1부속실장 등이 최 씨에 대해 비서실장인 그에게 아무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점에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최 씨를 알고 있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자문그룹이었던 ‘7인회’의 한 인사는 “우리도 최 씨를 알고는 있는데,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종 전 차관은 검찰에서 “2013년 취임 초 김 전 실장이 ‘만나보라’고 해서 약속 자리에 나갔더니 최 씨가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지난 22일 한겨레21 인터뷰에선 “내가 최순실을 모르는데 어찌 소개하겠나. 그 사람 (정신적으로) 돈 것 아닌가 싶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뱉었다.

하지만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검찰에서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이 선임되기 전 그를 김 전 실장에게 소개, 청와대에서 만나게 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은 “그런 적 없다”며 “청와대에서 만났다면 출입기록이 다 남아 있을 것이다. 조사해보면 밝혀질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6년 9월 당시 박근혜 의원을 수행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최 씨와 전 남편 정윤회 씨가 동행했고, 최 씨 소유 빌딩을 자신의 사무실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13년 취임초 박 대통령의 저도 휴가에 최 씨와 같이 갔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 김기춘-최순실
‘연결고리’ 찾기 주력

김 전 실장은 독일 동행 의혹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다. 왔는지 몰랐다”고 했다. 저도 휴가에 대해선 “(그해) 7월16일 노인 전립성비대증 수술을 받았다. 50일간 출혈이 있었고 통증이 심해 집에서 요양을 했다”고 반박했다. 사무실 사용 의혹과 관련해선 “예전부터 청와대 들어가는 날까지 내수동 대우빌딩 사무실을 썼다”고 말했다.

다시 김종 전 차관의 진술을 보자. 김 전 차관은 “차관 취임 초기, 김 전 실장이 전화로 어딘가에 나가 보라고 해서 갔더니 최 씨가 있었다”며 “이후 최 씨를 여러 번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전 차관과 최 씨의 연결책이 바로 김 전 비서실장이라는 얘기가 된다. 김 전 차관이 어떻게 ‘체육계 대통령’으로 군림하며 문화체육계 전반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퍼즐이 풀리게 된다.

그러나 김 전 비서실장이 계속해서 “최 씨의 존재를 정말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고민은 가중된다. 아직 뚜렷한 개입 정황을 찾지 못한 검찰은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핵심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는 대로 소환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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