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대응 나선 삼성 구체적 계획 발표 예고

경영권 승계 위한 유일한 방안 ‘지주사 전환’

“지주회사로 가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류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정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인 발표다. 앞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이미 예상됐다. 하지만 그 시기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편 시기를 차일피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시킨 현행법이 개정되기 전 삼성의 선제적 대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주 제안으로 명분이 생긴 현 상황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고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관한 배경과 삼성의 미래 향방을 들여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29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향후 6개월 동안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기업구조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주회사 전환 의사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

삼성그룹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도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는 단계”라며 “회사의 사업 구조 검토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장기적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구체적 방식에 대해 “검토 중일 뿐”이라며 관련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실무적이고 복잡한 과정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유 주식 매입 및 처분, 세금, 지주회사 재무구조 검토 등 이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6개월의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지주회사 전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지배구조개편 작업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삼성가의 3세 승계 필수 과정으로 이 부회장 및 오너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분기까지 11조4000억 원의 특별자사주 매입 및 소각 프로그램을 4회차에 걸쳐 완료한 바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9%,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지분은 각각 3.49%, 0.57%로 자사주를 제외하고 오너가 3명의 지분 4.84%와 삼성그룹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총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다.

반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절반이 넘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지주사가 자회사의 지분 20%(상장사 기준)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난 11월 29일 종가 기준 167만7000원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35조9192억 원이다. 즉 지분 1%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2조3591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50% 중에 배당을 한 후 남는 잔여재원은 지난해 이월된 잔여재원 8000억 원과 합해 2017년 1월 말부터 시작될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매입하는 주식은 전량 소각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추가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회사를 인적 분할(삼성전자를 지주회사(투자부문)와 사업회사(사업부문)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구조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가장 안정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의 첫 단계

특히 삼성전자의 지분을 0.62%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홀딩스(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한국거래소와 미국의 나스닥에 각각 상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역시 “최근 자문을 받아본 결과 지주회사로 가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야 한다”고 밝혀 지주사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 7.55%, 삼성물산 4.25%, 이건희 회장 3.54%, 이 부회장 0.77% 등 삼성 측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8.15%다. 인적 분할 단계에서 모든 주주는 분할 전 지분율만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보유한다. 이에 삼성 측은 지주회사 지분 18.15%와 사업회사 지분 18.15%를 가진다. 지주사가 되기 위한 상장 자회사 지분 20% 확보 요건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두 회사 간 주식 교환으로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면 이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30%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삼성 측의 명확한 답을 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최순실 모녀 특혜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으로 엮이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현재로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은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특검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여론의 동향 을 살피 후에 삼성이 내부적인 준비 방향을 잡고 향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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