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믿다가 사람 내칠라…반쪽 AI에 온식구가 들썩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자산관리 시장의 최대 화두는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 데이터 등을 분석해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해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최근 핀테크 열풍과 맞물려 주목을 받다가 올해 초 ‘알파고’가 등장하자 관심이 정점에 달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투자자들의 투자 실패를 줄여주고 개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자산관리 및 자문 역할을 해줄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이어룡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신금융그룹 역시 로보어드바이저를 역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신자산운용과 대신증권, 대신경제연구소 등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축, 관련 프로그램 및 상품 개발과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신금융그룹은 현재 자체 인력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기본적인 단계의 알고리즘은 완성된 상태이며, 더욱 정교한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대신자산운용은 올해 초 로보어드바이저 부문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하는가 하면, 대신증권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줬던 조윤남 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영입했다.

자산운용사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면에 내세운 조직을 구성한 건 처음이었다. 대신금융은 내년 초 관련 상품을 내놓는 등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이어룡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라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과 투자가 온전히 바뀌는 새로운 트렌드가 시대를 이끌고 있다”며 “전 사업 부문이 이에 맞는 전략적 진보를 통해 생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업성 놓고 회의적 반응

그런데 최근 이 서비스의 사업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저조한 수익률은 둘째 치고, 투자 모델의 오류나 데이터 부족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오류로 인한 투자 손실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현재 미국 등 해외에서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기대하는 형태의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재로선 환상에 가깝다”면서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이 아닐뿐더러 기술적으로 현재 은행, 증권사 등이 제공하고 있는 퀀트(정량분석)나 시스템트레이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비대면 사업’인 만큼, 투자자의 재무환경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도 최근 “시장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비대면 계약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내년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고객이 금융사를 방문해 일일이 사인을 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자산관리’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처음 도입한 미국의 인식은 로봇이 계좌를 직접 운영해준다는 개념과 거리가 멀다”며 “온라인에서 몇 가지 설문조사를 거쳐 투자자 성향을 파악한 뒤 그에 알맞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할 수 있는 ‘AI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대신금융 조직개편 어쩌나

문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는 대신금융그룹이 자칫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 그룹 주요 계열사 전체가 로보어드바이저에 뛰어든 곳은 대신금융이 유일하다. 시장 선점을 위해 재빠르게 포지션을 차지한 건 이해하지만,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면서 직접 개발에 나선 점은 의문이 남는다.

다른 금융사의 경우 스타트업 등의 IT 전문회사와 협업을 하거나, 전문업체가 이미 만든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식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도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룹이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조직적으로 투입된 건 아니다.

이는 변수가 많아 유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금융업 특성상 경쟁사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조직이 기민하게 움직여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로보어드바이저와 제휴의 다양성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우위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선제적인 업무협약(MOU) 체결로 현재 총 7개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모아둔 전용 홈페이지를 출시한 상태다. 다양한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한 후 고객이 선택해 가입할 수도 있다. 업계 최초 특허출원은 삼성증권에 내줬다.

더 큰 문제는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이 철수 수순을 밟는 경우다. 타 금융사는 업체와의 계약만 해제하면 되지만 대신금융은 조직을 다시 개편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구조조정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그간 대신금융은 경영상의 실패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신증권은 회사가 어렵다며 2014년과 올해 2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을 단행, 직원 수백 명이 사무실에서 자리를 빼야 했다.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건 직원들의 희생 이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이어룡 회장은 2014년 연봉으로 대신증권에서만 전년(6억8400만 원)보다 3배가량 오른 20억1000만 원을 받아 빈축을 샀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사업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다시 물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신금융 측은 로보어드바이저를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우려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신금융 관계자는 “유능한 인력을 활용해 조직을 꾸린 것 뿐”이라면서 “회사가 막대한 투자를 했다면 어려움이 올 수 있지만 그런 차원은 아니다. 직접 개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 조직을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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