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10대 자녀처럼 하루 9시간 화면 응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어른 아이 구분 없어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십대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약 9시간을 화면을 쳐다보면서 보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술과 맺는 관계에 대해 엄청나게 걱정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전자기기와 너무 친하게 지내는 바람에 운동부족이 되지 않을까, 휴대전화를 끼고 살다가 그것에 중독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려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방대한 다수의 부모는 그들 스스로가 자녀들에게 좋은 행동 모델이 되고 있다고 여기며 기술이 자녀의 삶에 좋은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구결과를 내놓은 곳은 디지털 시대에 자녀들의 개발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커먼센스미디어’(CSM)라는 비영리기관이다. CSM은 과거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에 관한 보고서를 여럿 내놓았는데, 부모들의 습관과 태도에 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총괄한 마이클 로브 소장은 십대 청소년들처럼 휴대전화기에 코를 박고 지내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부모들이 죄의식을 느끼도록 만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 각성하게끔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는 어른들은 9시간이라는 숫자가 근무의 결과로 나왔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조사 대상으로 삼은 미국 어른 1786명이 직장 일 때문에 화면 앞에서 보낸 시간은 평균 1.5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7.5시간은 무엇을 하는 데 보냈나?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쇼를 보고, 인터넷에서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소셜미디어를 체크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이런 활동이 근무시간 중에 이루어진 경우가 잦았다. 저소득·저학력 부모가 화면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젊은 부모를 아무나 붙들고 그에게 기술이 엄마나 아빠로서 그들의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물어보면, 그들이 정작 자신들은 기술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사용하는지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면서도, 그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긴장을 파고들었다. 이를테면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기술 때문에 반(反)사회적이 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기술에 능숙한 것이 자녀들이 어른이 돼 일자리를 구할 때 경쟁력을 갖게 해 준다고 믿는다. 일각에서는 부모는 자녀가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기를 바라면서, 다른 한편에서 정작 그들 자신이 전화기의 신호음이 울리면 그것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로브 소장은 “우리 삶의 모든 부문에 걸친 미디어와 기술의 엄청난 분량이 부모가 그들 자신의, 그리고 그들 자녀의 사용을 감시하는 것을 힘겹게 만든다”고 말한다. 많은 측면에서 부모들은 그들 자신의 습관을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화면 앞에서 보낸다고 보고한 시간의 분량은 오직 멀티태스킹 덕분에 가능했다. 응답 부모의 48%는 근무 중에 문자를 보내며, 38%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33%는 TV를 시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 3분의 2는 그들의 주의력을 분산하는 것이 작업의 품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리고 78%는 그들이 대체로 그들 자녀들에게 “좋은 기술 본보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들이 실제로 그런 것보다 멀티태스킹에 더 능숙하다고 생각한다. 『산만해진 마음』이라는 책의 저자인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심리학 교수 래리 로젠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동안에도 여전히 그의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과업을 정확하게 완수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부모 노릇을 잘 하는 법을 일러주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같은 기술이 부모 노릇을 더 쉽게 만들어 준다고 커먼센스 조사에서 응답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자녀의 미디어 사용에 대해 묻자 부모의 약 3분의 2는 그들의 10대 자녀들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56%는 그들 스스로가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TV를 보는 것을 잘 안다고 대답한 사람이 82%,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것을 안다고 답한 사람이 58%, 소셜미디어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안다고 응답한 사람이 40%였다. 그리고 상당한 다수인 67%의 부모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자녀들의 문자와 스냅사진을 감시하는 것이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의 80%는 어떤 콘텐트가 허용되는지에 대해 부모로서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으며 거의 40%는 자녀들과 미디어 사용을 놓고 협상하는 것이 분쟁의 소지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가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부모들의 최대 걱정은 콘텐트가 아니라 기기에 대한 집착이 자녀들의 삶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었다. 부모의 약 절반이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자녀의 신체활동 수준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34%는 기기들 때문에 자녀의 수면이 방해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절반이 넘는 56%의 부모가 자녀가 기술에 중독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부모들은 디지털 기기의 해악을 두려워하기보다 그것들이 가져오는 이득을 더 낙관했다. 부모의 70% 남짓이 기술이 학과 공부, 새 기술 습득, 다른 문화 이해하기, 자기표현, 그리고 창의성 고양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중독은 사회가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측면임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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