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호통’, ‘모르쇠’, ‘말바꾸기’ 청문회 스타 ‘부재’
- 20대 국회 개최된 4개 청문회…‘빈 수레만 요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국회 들어 청문회는 총4회 개최됐다. 지난해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사망한 ‘백남기 농민청문회’,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 이어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다. 모두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핫이슈였지만 결과는 ‘맹탕 청문회’,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청문회’로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에서는 청문회 보완책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50회 청문회가 열렸고 같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도 역대 청문회와 별반 다르지 않게 흐를 공산이 높다. 자칫 하면 20대 국회의 가장 안좋은 청문회 사례로 남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가 종반을 치닫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6일 ‘재벌 청문회’로 시작해 22일 5차 ‘우병우 청문회’까지 5차례 개최됐다. 전반적으로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이지만 성과를 안 낸 것은 아니다. 1차 ‘재벌 청문회’에선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출연에 청와대의 강제성이 있었음을 일부 시인 받았다. 또한 삼성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여러 재벌 오너들로부터 전경련 탈퇴 언명과 삼성내 미래전략실 해체 선언 등을 이끌어냈다.

5회 청문회 116명 증인채택 한자릿수

또한 7일 2차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씨의 측근들이었던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와 차은택 CF감독 등이 출석해 최 씨의 국정농단 사례를 밝혔다. 특히 최 씨를 몰랐다고 했던 김기춘 전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근거로 제시하자 “이름은 못 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또한 4차 청문회에서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청와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찰 의혹을 폭로했다. 또한 의혹으로만 머물던 박 대통령의 태반·백옥·감초주사 처방에 대한 청와대 의무실장의 증언 등도 나름대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의 실체를 노출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구체적으로 이번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를 비롯한 핵심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을 비롯,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한 사실관계 제시 부족, 청문회 스타의 부재로 인해 전국민적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청문회가 다섯 차례 개최되는 동안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만 총 116명에 달했다. 증인 면면을 보면 삼성전자, 현대차, SK, 롯데, 한화, LG, CJ, 한진그룹 등 8개 대기업 그룹 총수가 총집결했고 우병우 전 수석을 비롯해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차은택 감독, 최 씨의 단골병원인 차움병원과 김영재 의원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적인 인물인 최 씨를 비롯해 언니인 최순득 씨, 최 씨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차관,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진 정호성·이재만·안봉근 3인방 등은 각종 이유를 들어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동행명령권’을 발부해 대응했지만 1~4차 청문회까지 동행명령에 응한 증인은 2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5차 청문회에서도 18명 증인 채택중 단 2명만 출석했다.

또한 불출석 사유도 청문회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자녀가 여고생이고 사춘기라 사생활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대입을 앞둔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불참한다고 밝혔다. 최순득 씨의 아들 장승호 씨는 베트남에 있는데 유치원 학부모들 간담회 때문에 못 온다고 했다. 최씨는 ‘심신미약’과 ‘공황장애’를 안 전 수석은 몇 년 전에 한 신장암 수술 후유증 때문에 못 나온다고 밝혀 국회 청문회장을 우습게 만들었다.

‘청문스타’는 없고 호통에 망신주는 청문회

그나마 증인으로 출석한 인사들의 ‘거짓 증언’이나 ‘말바꾸기’ 또한 청문회를 보는 정치권과 국민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김기춘 실장의 최씨 관련 증거가 제시되자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중부정을 통한 답변이나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고에서 “박 대통령이 유리창을 깨서라도 학생들을 구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밝혔다가 이번 청문회장에서 “착각했다”고 번복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도 “학교에 경찰을 투입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발뺌하다가 총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공개되자 뒤늦게 인정했다.

증인 불출석뿐만 아니라 청문위원들의 자질론도 문제가 됐다. 이른바 사실관계보다는 ‘호통 청문회’, ‘망신주기 청문회’에 열을 올리고 ‘위증교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청문위원이 ‘청문회 무용론’에 일조하는 모순된 풍경도 연출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4차와 5차 청문회 초반까지 ‘최순실 측근 및 변호사와 청문회 증언관련 사전 모의했다’는 위증교사 논란으로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여야 청문위원들의 자질도 그대로 드러났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출석한 5차 청문회장 질의응답 때였다. 총 16명의 여야 청문위원들은 우 전 수석의 ‘최순실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거나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해명 자리로 만들었다. 또한 제대로 된 자료 없이 정황이나 전언 그리고 풍문을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장모인 김장자 씨가 운영하는 골프장인 기흥cc 직원들의 최 씨와 장모의 골프회동 녹취록도 공개됐으나 “장모는 최 씨를 모른다고 했다. 녹취록 내용도 납득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장모와 최 씨 간 고리로 청와대에 입성해 최 씨의 국정농단을 방치 내지 조력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 씨와의 모든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기타 의혹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의원이 “우 전 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육사 34~43기로 구성된 사조직 ‘알자회’의 인사 특혜를 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알자회를 들어봤지만 인사 개입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모르쇠’나 ‘책임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하는 우 전 수석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망신주기’와 비아냥으로 대응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이 검찰 출석 당시 여기자를 노려보는 사진을 꺼내들며 “차지철에 버금가는 왜곡된 충성과 김기춘에 버금가는 교활함으로 최순실에 부역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거대한 악마가 됐다”고 공격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이 외제차 사용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자 “내가 검사라면 그런 식으로 답변하는 피의자 한방 쥐어 박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넷에 떠도는 우 전 수석의 현상수배 패러디 사진 등을 보여준 뒤 “학창시절 공부 잘했죠? 머리 좋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충성한 결과가 대통령의 탄핵”이라고 비꼬았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잘못한 것 있죠”,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세월호에 탔어도 구조와 수사를 방해했겠냐” 등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정확한 질문을 해달라”, “그런 적 없다”고 맞받아쳤다. 사실상 우 전 수석을 둘러싼 핵심 의혹인 ▲ 최순실 국정농단 방조 의혹 ▲ 세월호 수사 개입 의혹 ▲ 아들 의경 꽃보직 특혜 의혹에 대한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여야 청문회 보완책 마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결국 ‘단발성 활약’은 있었지만 청문회 스타로 부를 정도의 청문위원은 찾기가 힘들었다. 한때 특위는 청와대 경호동 현장조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청와대 측의 협조 거부로 끝내 무산됐다. 6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 구치소에서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강제구인할 수 없다는 한계만 재차 노출했다. ‘구치소 청문회’라는 생색만 내고 알맹이 없는 청문회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는 청문회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을 비롯해 의원들이 국정조사에서 출석을 기피하는 증인에 대해 강제로 구인하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줄줄이 발의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우상호 원내대표와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 등도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 불참 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에 처하게 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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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영 의원실, “이완용? 이름갖고 장난 치나…악의적”
정의당 윤소하 의원, “발음이 자꾸 그렇게 된다”

최순실 국정조사 4, 5차 청문회 당시 ‘위증교사 논란’의 주인공이 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 이름 때문에 동료 의원으로부터 놀림을 받자 울컥하는 분위기다.

사단은 지난 5차 청문회 때 발생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최순실 청문회’ 위증교사 논란에 휩싸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을 언급하면서부터다. 12월 22일 국회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5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이곳 청문회장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주장은 제 개인 주장만이 아니라 저희 당 의원들과 김경진·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공통된 인식이고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역시 “새누리당 이완영 간사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분명히 해석하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소하 의원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을 언급하며 “이완용, 아니 이완영. 죄송하다. 발음이 자꾸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완영 의원에게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완영 의원실 한 관계자는 “위증교사 의혹은 의혹대로 해명하면 되는 건데 굳이 남의 이름을 악의적으로 잘못 부르는 것은 아무리 야당의원이지만 치사하다”며 “이름 갖고 장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의당 윤 의원이 대한민국 최대 매국노인 이완용을 연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완영 의원을 잘못 부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완용은 한말 을사5적의 한 사람이며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최악의 매국노로 불린다. 헤이그특사사건 후 고종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물러날 것을 강요했고, 순종을 즉위시켰다. 총리대신으로 일본과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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