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성공한 나라가 된 것은 이승만을 위시한 건국의 선각자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했고, 박정희를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했고, 국민들의 잘 살아보자는 열의와 투철한 안보의식이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정통 보수는 경험주의, 점진주의, 실용주의, 도덕주의의 ‘자기 책임’을 기본 가치로 한다. 보수주의의 금과옥조(金科玉條)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은 지도층은 나라가 위기에 닥치면 목숨을 버리고 기득권을 내려놓고, 평상시에는 배려와 양보와 헌신을 실천한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룩한 원동력은 원광법사의 ‘세속오계(世俗五戒)’에 담긴 화랑의 규율로, 이것이 우리 역사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도 독립 애국지사들, 건국의 선각자들, 호국 열사들, 산업화의 주역들이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그동안 국가와 당으로부터 온갖 혜택을 본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보수 이념을 저버리고 집단 탈당했다. 이들은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발부터 잘못됐다. 보수면 보수지 개혁보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국민을 속이는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정통보수는 ‘안정 속의 개혁’,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하지 않으면 수구지 보수가 아니다. 따라서 탈당파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문재인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김문수는 탈당파에 대해 ‘명분 없는 분열’에 동참하지 말고 “당에 남아 함께 새누리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개혁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오자”고 호소했다. 이것이 정통 보수의 책임 있는 자세고 보수 개혁의 바른 노선이다.

탈당파는 그동안 교묘한 변신을 거듭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난파선이 된 새누리호를 구할 생각 없이 친박만의 책임으로 호도하며 집권당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했다. 종북좌파가 뒤에서 주도한 촛불시위와 선동 언론의 눈치를 보고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 이후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한 후 전권을 지닌 비대위원장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경선에 불복했다. 결국은 당권을 잡기 위한 파당행위에 불과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분당을 주도하고 있는 김무성, 유승민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김무성은 대북송금으로 북핵의 원죄가 있는 김대중에 대해 비망록에 “지금 대한민국에 김대중 대통령님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아부를 했으며, 박근혜의 철도노조 개혁을 좌절시킨 사람이다. 유승민은 시장의 자유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안하고 세계에 유례가 없는 상시 청문회법을 주장한 사람이다. 탈당파의 정강정책은 안철수처럼 ‘안보는 보수, 경제·노동은 진보’라는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다. 나경원이 ‘유승민표’ 정강정책에 대해 “보수의 정통성을 살리는 정강정책을 담아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탈당을 보류한 것은 바른 결정이라 하겠다.

탈당파 중 41.4%에 해당하는 12명은 국회 등록 재산이 30억이 넘는 금수저 출신의 거부(巨富)들이다. 이들은 모두 보수 우파의 가면을 쓴 웰빙 보수의 전형이고 강남좌파에 가깝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 우파들은 거의 서민·중산층들이 많다. 탈당파들이 과연 서민 중산층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보수 이념 구현을 위해 자신을 던져 헌신한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자기 희생 없이 순간의 이익만을 쫒는 이들은 결국 종북좌파들의 불쏘시게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놀라운 자정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 철학은 ‘자기 책임’의 철학이다. 국가와 당에 위기가 닥치면 앞장서서 막아내고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헤쳐 나간다. 그런데 진보주의 철학은 회피의 철학이다. 탈당파들은 ‘국가탓’ ‘대통령탓’ ‘남탓’으로 돌리며 소리만 무성하고 대안이 없다. 따라서 탈당파들의 철학은 진보 철학에 가까운 ‘사이비 보수’다. 무엇보다 마땅한 구심점이 보이지 않고 걸출한 대선주자가 없다. 이것이 ‘대선용 급조 정당’이 보수 적자(嫡子)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한계다.

탈당파들에게 권고한다. ‘대통령의 잘못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에 버금가야만 헌재가 탄핵할 수 있다’는 헌법교과서를 읽어보라고, 또한 오는 31일 덕수궁 대한문에서 열리는 태극기 애국 집회에 한 번 나가보라고, 종북좌파들의 내란선동이 얼마나 심각하고 국가혼란을 종식하기 위한 애절한 민의가 어디 있는지를 광장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새누리당에 남은 정통 보수는 보수의 가치를 올곧게 세우고 자기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조국의 미래가 없다.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 미신불사(尙有十二 微臣不死)’의 정신으로 새누리호와 함께 침몰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러면 정우택 원내대표의 말처럼 “반기문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보수의 본류(本流)인 정통 보수 정당이 가야할 길이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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