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한 ‘내부 밀고자’ 의혹이 새롭게 제기돼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4년에 발생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가 펴낸 ‘실록 민청학련(1)’ 기고문에 밀고자 의혹이 수록되면서 잔잔한 파문이 일고있다. 이와 관련 민청학련 사건의 핵심인사중 한 사람인 이철 전의원도 20일 <일요서울>에 “74년 당시 서울대 학생회 핵심간부였던 K씨가 밀고자”라고 밝혔다. K씨가 자신의 5년 후배라고 밝힌 이 전의원은 “K씨를 개인적으로 미워하거나 증오하지는 않지만 역사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그가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하고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실록 민청학련(1)’ 출판기념회가 열렸는데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이나 동기가 있다면.
▲내년 4월이면 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한지 어언 30년이 된다. 74년 발생한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정권의 종말을 예고하고 제촉한 ‘반유신운동’의 절정이었다. 이후 민청학련 정신은 군부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의 근간이 되었고, 노동·농민운동 등 시민·사회운동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청학련 세대가 사회 각계각층의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당시의 초심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따라서 민청학련 사건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흐트러진 초심을 다잡는 동시에 당시 관련자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의 개인적 체험담과 역사적 사실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윤보선 전대통령을 비롯한, 김지하 시인, 홍성우·황인철 변호사, 이종구 교수 등 20여명의 증언들이 수록됐다.

-2, 3권은 언제쯤 출간할 계획인가.
▲2권은 연말이나 연초에, 3권은 3월말쯤 출간할 계획이다. 2,3권에는 보다 생생한 기록과 기억들을 수록할 계획이다. 내년은 민청학련사건 3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만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사들을 2,3권에 수록하는 한편 자료집도 발간하는 등 민청학련사건을 집대성할 계획이다.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갖가지 의혹들이 많다. 최근에는 ‘내부 밀고자’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성공회대 이종구 교수도 ‘실록 민청학련’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는 의혹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다.

-밀고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말인가.
▲물론 알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당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던 주요 핵심관계자들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실명으로 밝힌 순 없다. 이해해 달라. 밀고자는 다름 아닌 민청학련사건이 발생했던 74년 당시 서울대 학생회 핵심간부였던 K씨다. K씨는 5년 후배다. 당시 동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K씨를 지지, 그가 학생회 핵심 자리에 앉는 것을 적극 도왔다. 그가 배신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말끝을 흐린 이 전의원은 조용히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

-K씨가 밀고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있나.
▲30여년 전 일인데 구체적인 물증이 있겠는가. 하지만 K씨가 프락치(밀고자)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K씨는 우리 동지들의 비밀회의에도 참석했는데 그가 참석했던 회의 내용은 중앙정보부가 모두 알고 있었다. 그와 만나기로 한 동지들은 항상 현장에서 검거됐다. 중정에 들어간 학생회 간부들 대부분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핵심간부였던 그는 유유히 풀려났다. 또 많은 동료들이 그의 법정 허위 증언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75년 나와 동료들이 석방됐을 때 그는 정부 유관기관에 취업해 있었다. K씨가 프락치 역할을 한 정황들이다. 나와 관련자 대부분은 그가 프락치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믿었던 후배에게 배신당한 꼴이 됐는데.
▲K씨를 개인적으로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는다. 그를 응징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역사를 바로잡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또 이러한 반민주적이고 비양심적인 인사가 국가 주요기관 핵심 간부로 근무했고, 현재도 공기관에 재직중이라는 사실에 일침을 가할 필요가 있다. K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하고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이다.

-K씨 외에 또 다른 밀고자가 있었나.
▲2∼3명 정도 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K씨가 대표적이었다.

-‘인혁당’이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조정했다는 의혹도 있었는데.
▲전혀 근거없는 의혹이다. 나나 동료들은 인혁당이란 존재를 감옥에 들어가서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인혁당 관계자들의 얼굴, 성향, 존재 등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배후조종을 당할 수 있겠는가. 인혁당사건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수많은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했다. 역사는 반드시 인혁당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솔직한 의중을 피력한다면.
▲서울 성북갑에 출마할 것이다. 연고지는 부산이지만 과거 의정활동을 펼쳐왔던 정치적 고향인 성북에서 재기하고 싶다.

-어느 정당 후보로 나설 계획인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으니까 당연히 우리당 간판으로 나서야 되지 않겠나.

-열린우리당 발기인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다. 중앙위원 152명에 포함되어 있다. 지역구 경쟁자가 반발해 잠깐 이름을 삭제했던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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