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음악 분야서 활약하던 방송인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올라
유재석, MBC 대상 수상하며 명불허전 MC 건재함 과시해

유재석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방송 3사의 연예대상 수상자는 누가 될지 각종 시상식에 관심이 쏠렸던 가운데 2016년에는 유독 운동선수·가수 출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던 연예인들이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특히 KBS에선 김종민이 대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유재석은 13번의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예능황제로 등극했다.

2016년 연예대상의 영예는 신동엽, 김종민, 유재석이 안았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방송연예대상’을 끝으로 지상파 3사 방송사의 연예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우선 지난달 24일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6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후보에 함께 오른 유재석·이휘재·신동엽·김준호를 제치고 김종민(37)이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가수 겸 방송인으로 올해 KBS 연예대상 주인공이 됐다. 김종민은 “대상을 나보다 주변에서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더 원했던 것 같다. 부족하지만 항상 응원해줘 감사하다. 감사하게 잘 받겠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 소감을 전하는 김종민

김종민은 2007년 시작한 KBS 2TV 주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유일하게 시즌3까지 함께하고 있는 원년 멤버다. 9년 동안 주말마다 안방을 찾아 소소한 웃음을 전했던 최장수 멤버라는 점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개그맨보다 웃긴 

가수 출신 방송인의 승리

앞서 김종민은 2000년 혼성그룹 가수 코요태로 데뷔했다. 이후 ‘1박2일’이 신설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쭉 프로그램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지만 목에 힘이 들어간 적이 없다. 매번 해맑은 웃음으로 다른 멤버들과 새 게스트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신바’(신나는 바보)라는 애칭까지 있을 지경이다. 우직하게 멤버들의 곁을 지킨 그가 대상의 영광까지 안자 ‘1박2일’의 멤버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수상 후 배우 차태현은 “종민이가 수상해 올해 내 소원을 이뤘다”며 멤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대상 수상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역사 문제를 곧잘 맞춰내고 그 사이 게스트의 웃음까지 챙기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에 그가 사실 바보 연기를 천재적으로 해내는 것은 아니냐는 재미있는 의혹도(?) 나왔다. 때론 ‘병풍’이란 별명에 속상한 날도 있었다는 그는 시상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약자를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1박2일’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도 받으며 명실상부 올해 KBS 연예대상의 최고 수혜자가 됐다.

그런가 하면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축구선수 이동국이 수상했다. 이처럼 올해는 정통(?)예능인뿐만 아니라 스포츠·음악·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던 방송인들이 예능에 빛을 발했다.

축구선수와 방송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동국

SBS 대상에 신동엽,
‘아버지께 칭찬받은 기분’

지난달 25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예능 부분에서 수상했다. 우선 쇼·토크 부문 최우수상에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한 김건모가,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은 ‘런닝맨’에서 활약한 이광수, 우수상에는 ‘미운우리새끼’, ‘꽃놀이패’에서 입담을 선보인 서장훈이 호명됐다. 

서장훈, 설현

농구스타 출신 서장훈은 “2015년에 신인상을 받았을 때처럼 많은 방송인과 개그맨 분들께 죄송하다. 프로농구선수일 때는 SBS가 상대 팀이었는데 지금은 홈팀인 것 같다. 2016년에 5개 프로그램을 SBS에서 했다. 많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며 뒤늦게 합류한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으로서 개념 있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26년만에 SBS 연예 대상을 수상한 신동엽

SBS 연예대상의 영예는 SBS 공채 1기 코미디언 신동엽(45)이 안았다. 신동엽은 후보에 오른 유재석·김구라·김병만·김국진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신동엽은 2002년(KBS)과 2012년(KBS)에 대상을 받은 바 있으나 SBS에서 받은 건 처음이라 그 의미가 새로워 보였다.

신동엽은 “그간 (상을 받지 못해도) 사회 보는 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을 받으니 이 자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면서 “SBS 개국과 동시에 데뷔했다. 26년 만에 처음 상을 받는다. 남자들은 다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게 있다. 열심히 하고 잘했을 때는 아버지도 워낙 젊고 경황이 없으셨는지 칭찬이나 격려를 안 해주셨다. 26년 만에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은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하다”며 ‘미운우리새끼’ 어머니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8월부터 SBS TV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서 방송 경험이 전무했던 게스트들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면서도 유연한 진행능력으로 프로그램이 안정화되는 데 공을 세웠고 시청률까지 끌어 올린 활약을 인정받았다.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겸손 MC 유재석

역시나 올해의 마지막 연예대상은 유재석의 몫이었다. 지난달 29일 3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방송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대상의 영예를 얻었다. 앞서 2015년 SBS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유재석이 올해에는 SBS, KBS에서 수상하지 못하며 MBC에서의 대상 수상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던 상태. ‘1인자’로 입지를 굳힌 유재석이지만 그도 적잖은 속앓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선전했던 김구라와 ‘무한도전’의 멤버 정준하까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최고의 예능인임을 입증했다.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진심으로 감사드리지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준하 형에 감사하고 죄송하다. 김성주, 구라 형에게도 죄송하다. 가족들과 사랑하는 나경은 씨, 아들 지호, 소속사 식구들, 김태호 PD, 수많은 조연출과 작가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하차한 정형돈, 노홍철, 길과 현 무한도전의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시영, 솔비, 서지수 (왼쪽부터)
걸그룹 AOA 멤버 설현

지난해 SBS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올해(2015) 많이 부족했다”면서 “다음해엔 동시간대 1등 꼭 해보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힌 그지만 올해만큼은 쉽지 않았다. 동고동락했던 SBS‘런닝맨’은 멤버 변동 와중에 통보식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을 야기했고 KBS‘해피투게더’는 타 프로에 비해 토크쇼로서의 영향력을 더 높이진 못했다. 또 야심차게 준비했던 SBS‘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는 지난 7월 4~5%의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해 그 역시 아쉬움이 컸다. 이에 마지막 희망인 MBC‘무한도전’에서도 무관의 위기에 몰렸다. 그때 ‘정준하’라는 다크호스가 등장한 것. 그는 무한도전에서 올해 북극곰을 찾아가는 이색 경험부터 ‘MC민지’라는 귀여운 애칭을 대중으로부터 부여받고 힙합 오디션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미션들을 성공시키며 대상후보에 올라 유재석을 턱끝까지 압박했다. 하지만 유재석은 대상을 수상하며 국민 MC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정준하는 버라이어티 부분에서 최우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시청률에 무너진 예능…
춘추전국시대 예고

올해 예능계에는 다른 분야에서 활약했다가 방송인으로 전향한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대적인 진행자 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여간 방송계를 이끌어 온 개그맨 강호동과 유재석 등 정통 방송인의 자리에 속속 새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장훈, 허지웅을 비롯해 안정환과 한혜진 등 본업이 달랐던 이들은 기존 방송인 못지않은 입담을 뽐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시청률과 광고 수익이 낮은 예능 프로그램은 가차 없이 폐지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에 출연중인 에이핑크 멤버 보미, 최태준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프로그램들이 다양화되고 종편방송의 등장으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방송을 지양하고 있다. 때문에 실험적 프로그램인 ‘파일럿 방송’들로 시청률을 살핀다. 더 이상 인기 스타의 등에 업혀가는 방송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제는 스타의 인기보다 참신한 프로그램의 포맷이 방송의 생사를 결정하는 척도가 됐다. 방송인의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대중들은 보다 다양한 연예인들의 장르 파괴와 프로그램들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더불어 연예계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려 새로운 예능인을 바라는 시청자의 구미를 맞추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이 사라진 지금 연예계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한편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방송 중 돌발 발언과 사고도 곳곳에서 터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 특이한 복장으로 레드카펫을 빛낸 스타들이 시선을 끌었다. 박명수는 KBS 연예대상에서 라디오 DJ 수상소감 중 아내의 둘째 임신 사실을 전했다. 그는 “47세에 둘째를 가졌다.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때가 없었다. 노산인데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KBS 연예대상 MC로 나선 이휘재 앞에 쌍둥이 아들 서언, 서준이 무대 위로 올라와 이휘재 품에 안겨 장내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무대에 난입한 이휘재 쌍둥이 아들 서언,서준. MC석에 혜리, 유희열.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이영자

이휘재를 포함한 MC 혜리와 유희열은 당황한 상태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순간 이영자가 올라와 두 아이를 양 옆구리에 받친 채 다시 자리에 들어가며 짜릿한 생방송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또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스타들의 패션도 방송 재미를 돋웠다. 인기 웹툰 작가인 기안84가 패딩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면바지와 남색계열의 패딩 차림의 편안한 복장으로 턱시도와 정장을 갖춰 입은 다른 참가자들과 다른 독특한 시상식 패션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전현무, 패딩입고 시상식에 참석한 기안 84 (왼쪽부터)

이에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는 직업이 작가인 사람이 시상식을 위해 턱시도를 사는 것은 오히려 돈 낭비라며 기안84를 지지했다. 여론을 의식했는지 기안84는 MBC연예대상에서는 패딩 안에 정장을 입은 채 등장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한혜진, 기안84, 이시언, 박나래(왼쪽부터)

<사진=송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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