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현 정권의 위기 속에서 국민의 정권 세대 교체 바람은 50대 젊은 정치인들을 향해 있다. 그 중에서 원희룡 지사는 올해로 54세가 된 50대 기수 중 한 명으로 지난 4일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줄곧 제주도에서 자란 제주도 토박이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면서 상경한다. 이후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해 검사로 활동했고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 양천갑 지역구로 출마해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다. 17대 대통령 한나라당 경선 후보이기도 했다. 

브레인 중 브레인, 고속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줄 알았던 원 지사는 어린 시절부터 20대까지 가난한 삶을 영위했다고 한다.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사회 구조 속에서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건강하고 개혁적인 보수로 국민 신뢰 쌓아야”
-“분권과 연합을 기치로 세대교체 해야”

- 제주도는 소위 천혜의 땅이라 불리는데 제주지사는 복이 많아서 라는 생각도 든다. 나고 자란 고향 제주도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 세계에 몇 곳 없는 귀한 가치를 가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제주를 방문했던 시진핑, 클린턴 같은 정치지도자들의 감상평이기도 하다. 자연, 문화, 사람이 제주도의 세 개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 세계 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 협약에 따른 람사르 습지로 모두 지정받은 곳이기도 하다. 칠머리당 영등굿, 제주해녀문화, 세계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을 비롯한 제주도만의 독특한 생활문화가 있다.

-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에서 나서 고등학교까지 제주도에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린 시절을 어떻게 지냈나.

▶ 제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농사 이외에는 아무 수입이 없었을 정도로 가난했다. 귤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약간의 현금 수입이 있었지만 그 전에는 밭농사나 남의 밭에서 일해주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살았었으며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허드렛일에 더 익숙한 생활을 했다. 어린 시절 리어카에 발가락이 끼여 절단이 되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 기형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는 당시 돈이 없어 재수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시곤 했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입주과외를 잠깐 한 것 빼고는 달동네를 전전하며 서울의 빈민으로 20대를 살았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으며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정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등에 대해 말해 달라.

▶ 지금은 관광지가 된 중문 앞바다에서 수영을 즐겨 하곤 하던 시골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학력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해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지만 신군부 독재의 현실을 보며 사회정의와 민주화에 눈을 떠 10년가량은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해보기도 했다. 이후 가치관에 대한 혼란과 방황을 겪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IMF위기여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 경영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을 무렵인 2000년도에 입문했다. 제대로 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국가경영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 사회의 변화 흐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젊은 피 수혈에 열을 올리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당시 윤여준 전 장관, 김부겸 의원 등의 권유와 보수세력이 좀 더 개혁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 제주도 도지사가 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제주도정을 담당하면서 처음 계획했던 바를 잘 실천해 오고 있는지,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기억에 남는 활동 등이 있다면.

▶ 청정과 공존 이외의 제주의 정체성을 해치는 투자는 거른다는 큰 방향을 잡고 정착시킨 기간이었다. 제2공항이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미래에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시동을 걸었다. 최근 제주도에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다 보니 쓰레기 문제, 교통문제, 부동산 가격 문제, 각종 안전 범죄 등이 도민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환경자원총량제와 그린빅뱅전략, 그리고 주택, 교통, 쓰레기와 관련해 혁신정책을 도입해서 추진하고 있다. UCLG 아태회장을 맡아 기후변화시대에 맞춘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 에너지 평화를 통한 공존의 미래를 세계 지방정부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 도민 고용 80% 조건 관철시킨 일 등이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 제주도에 땅값이 많이 올랐다거나 중국 자본 유입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다 보니 농지와 주택에 대한 도민들의 실수요 측면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도민들 입 세력의 시장 교란이 심각하다. 그래서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두고 농지 거래 실태에 대한 집중조사, 편법 토지 쪼개기 등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짜 농사꾼도 무더기로 적발해서 농지를 강제 처분하게 했고 기불법형질변경과 투기행위에 대해서도 행정처분, 사법처리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전수조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난개발 억제로 외국인의 땅 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부동산 매입은 2010년 부동산 투자 이민제 도입 이후 크게 늘었는데 취임 후에 난개발에 제동을 걸고 분양형 숙박시설 위주 투자 제한,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범위를 관광(단)지로 한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결과 줄어들거나 증가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최근 개혁보수신당에 입당했다. 최순실 게이트 등 일련의 사태 속에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개혁보수신당은 진보와 함께 공존하고 포용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건강한 보수, 개혁방안에 대한 대안과 진정성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갈 것이다. 과거 새누리당 내 비주류이자 개혁파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지켜왔던 저의 원칙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건강한 보수, 개혁적 보수로서 국민들의 신뢰가 쌓이면 보수층에도 어떤 형태로든 출구는 열릴 것이라 본다.

-최순실 사태 등으로 현재 정치권이 무정부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헌법이 유린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된 기득권의 부패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 공적인 권력과 공적 자원들을 개인이 남용하고 끼리끼리 독식한 부분, 즉 기득권의 불공정과 독식에 국민들이 혀를 내두른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말년을 불명예스럽게 마친 바 있지 않은가.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제2, 제3의 최순실 등장하지 말란 법 없다고 생각한다. 19대 대통령 임기 단축을 시작으로 승자독식에 의한 권력 독점 청산, 지방분권 실천 등 근본적인 국가 시스템 개혁을 위한 개헌으로 나가야 한다. 촛불시위는 국민이 주도하는 정치 개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민은 국가다운 국가, 국민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로 시스템을 개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인데 이제는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기존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구체제를 마감하고 잘못된 국가시스템의 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함.

-최순실 사건 이후로 국민의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는데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 현 정치가 과거 70년대의 경제성장, 80년대의 운동권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젊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21세기에 우리 대한민국이 살아야 할 국가 생존의 조건이나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평적인 토론,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 인정하면서 연합할 수 있는 즉, 분권과 연합의 정치를 실제로 우러나서 할 수 있는 세력과 정치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의 촛불시위는 정치를 바꾸라는 요구라 받아들이고 있고 실제로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은.

▶ 제주 도정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맞다고 보고 제주도정은 하루하루 출근해서 당장의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도정에 대한 고민이 더 깊다. 대권은 누군가 개인의 사적인 욕망에 의해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면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국민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2017년 새해에는 제주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고 싶은지. 새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 등 구체적인 신년계획은 무엇인지.

▶ 난개발을 해소하는 일, 그리고 투자와 관광의 질적 제고, 청정 에너지, 저출산고령화, 격차해소, 사회통합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과제다. 제2공항과 그린빅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새해에 더욱 응집력을 발휘해야 할 분야는 극심한 성장통의 극복을 위해 부동산 안정, 주택공급, 대중교통의 혁명적 변화, 생활환경 개선이다.

- 남은 임기를 어떻게 마무리 하고 싶은지, 남은 정치 인생의 청사진을 말해 달라.

▶ 정치 인생에서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발전을 이어가면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민주화 세대이면서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은 세대로서, 지금까지처럼 성취를 이어가면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는 협상ㆍ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협치ㆍ연정 등을 통해 중도ㆍ진보진영 아우르며 서로가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도록 정치적 갈등 줄여나가는 노력을 앞으로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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