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2,30대가 후보 결정하면 호남이 뒤따라
- 과거 광주·전라가 후보 결정하면, 2·30대가 지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제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다자구도에서 안철수 지지도는 20-25%를 오르내렸다. 대선 이후,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 출마, 새정치연합 창당 준비, 민주당과 합당한 새정치민주연합 시기에도 안철수 대선 지지도는 10%대 중반을 유지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창당 이후 2016년 4월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10%대 초반까지도 떨어졌다. 안철수는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올해 초에는 5%대까지 급락했다.

그는 수준 높은 공적 헌신, 젊은 세대와 소통을 무기로 ‘안철수 현상’을 몰고 왔다. 한때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안철수는 어느새 군소 주자로 전락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정당투표 2위를 기록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3위를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내준 데 이어 4위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존재감은 미미해질 것이다. 왜 안철수는 사라져가는 것일까.

과거에는 광주·전라가 야권 후보 결정

과거에는 광주·전라가 야권의 대선 후보를 결정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기에 해당된다. 호남이 야권 대선 후보를 결정하면 2,30대와 개혁 세력이 지원하고 나섰다. 특히 노무현은 광주·전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야권 대선 후보가 됐다. 호남 몰표를 배경으로 젊은 세대의 압도적 지지, 영남 개혁세력과 진보가 총 망라되는 야권 대선 후보의 승리방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이 후보가 된 것도 광주·전라의 선택 때문이다. 문재인이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안철수를 앞선 시기는 대략 11월 중순 전후이다. 이 시기에는 광주·전라에서도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에 대한 선호도에서 안철수를 앞서기 시작했다. 광주·전라가 야권 대선 후보를 결정하자 젊은 세대, 영남 개혁세력, 진보가 총 망라되어 문재인을 지원했다. 결국 패배하고 말았지만...

이번 대선은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대선에서 차지하는 광주·전라의 무게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 3당이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하는 등 지역주의가 크게 완화됐다. 인구 비중도 계속 줄어 충청권에 밀리게 됐다. 광주·전라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적극 지원했다. 또 지난 총선에서는 안철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광주·전라는 이들에게 갚아야 할 부채가 없다. 최근에는 지역의 이익을 중시하는 ‘호남정치’의 흐름도 강화되고 있다.

광주·전라의 역할을 이제는 2,30대가 대신하고 있다. 광주·전라는 2,30대에게 지지를 받는 대선 주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2,30대의 대표성을 확보한 주자에게 광주·전라의 지지도 역시 쏠리고 있다. 문재인은 안철수가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2,30대에서 지지율 1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광주·전라에서 28석 중 23석을 석권하고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앞섰지만 문재인의 2,30대 지지는 견고했다. 문재인이 광주·전라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다. 촛불정국에서 이재명이 대선 후보 3강으로 부상했지만 문재인의 2,30대 대표성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은 광주·전라에서도 이재명, 안철수보다 10%p 이상 높은 지지를 받아 1위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오히려 안철수를 지지하던 2,30대가 이재명으로 이동하고, 호남과 서울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30대 떠난 안철수, 호남 하락 시간문제

안철수 추락의 원인은 2,30대의 지지 철회에 있다. 2012년 5월 안철수 지지도는 23%였다. 19-29세는 31%, 30대는 33%로 조사 대상 중 1위였다. 광주·전라에서는 39%로 가장 높았고 서울에서는 21%로 2위를 기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인 2016년 1월에는 19-29세, 30대 지지도에서 문재인, 박원순에 각각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야권 강세지역인 광주·전라, 서울에서도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광주·전라는 29.1%로 1위였지만 2위 문재인과 격차가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는 13.2%로 3위에 머물렀다. 2017년 1월 세계일보와 시대정신연구소 신년여론조사에서 안철수는 5.6%를 나타냈다. 19-29세 7.2%, 30대 5.5%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3.2%에 그쳤고 광주·전라에서는 19.4%였다.

광주·전라에서는 문재인이 상당히 앞서 있다. 2위를 놓고 안철수와 이재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19세-29세, 30대에서는 문재인이 큰 격차로 1위이고 이재명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철수가 2,30대에서 지지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광주·전라의 지지도 상승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정권교체 욕구가 강한 광주·전라 입장에서 2,30대가 떠난 안철수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대선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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