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女性性)이 아닌 전문성(專門性)으로 승부”

책임경영 실천과 실력까지 검증받아…2017년에도 주목
역량 발휘로 해당기업 전진기지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유리천장’은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벽을 의미하는 용어다. 지난 한 해, 재계 곳곳에서 유리천장을 부순 여성 리더들이 있었다.

차기 네이버 대표로 내정된 한성숙 네이버 총괄부사장과 유통업계의 두 거목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재계는 성별을 떠나 오로지 전문성으로 승부한 그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재계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책임경영 실천과 실력까지 검증받은 여성CEO로 거론된다.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부임한 이 사장은 본인을 등기이사로 등재하며 책임경영을 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유일한 삼성가의 등기이사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뉴시스>

유통업계 맞수 동반성장

호텔신라의 수장이 된 그는 현재까지 시내면세점 유치를 성공시키고 중저가호텔 신라스테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의 성과를 남겼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시내면세점들의 적자난 속에서 HDC신라면세점만이 유일하게 올해 초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호텔신라의 중저가브랜드 신라스테이는 엔화하락으로 인해 초고급 호텔보다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게 된 방한 일본 방문객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향후 레스토랑과 전통한옥호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은 세계적인 맛집 소개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한식당 라연은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 <뉴시스>

앞서 지난해 3월엔 서울시로부터 전통한옥호텔 건립을 승인 받았다. 2022년 완공될 예정인 장충동 한옥호텔은 서울의 첫 도심형 한국전통호텔로 호텔신라를 대표하는 건물이 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들이 승승장구하는 이 사장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는 이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다. 지난해는 정 사장의 해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통업계에서 활약이 대단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대형복합쇼핑센터인 스타필드 하남을 성공적으로 오픈하고 서울 강남의 코엑스몰과 칼트몰 임차운영 사업권과 면세점 사업권까지 거머쥐었다.

신세계에 따르면 스타필드 하남은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300만 명을 돌파해 1년차 매출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 예상된다. 또 코엑스와 칼트몰 올해 예상 임대 수입이 약 660억 원 수준으로 집계돼 향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굵직한 사업들이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4차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면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스타필드 고양이 오픈을 앞두고 있고 정 사장의 숙원사업으로도 알려진 지난해 12월 15일 오픈한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보유한 자사의 유통망과 노하우를 잘 살린다면 앞으로 진행될 신세계의 새로운 사업들도 미래가 밝다고 전망한다. 

한성숙 네이버 차기 대표. <뉴시스>

기자에서 IT 수장이 되기까지

한성숙 네이버 차기 대표는 성별 핸디캡뿐만 아니라 IT업계에서 성공이 쉽지 않은 ‘문과생’이란 출신성분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차기 대표는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해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IT분야 기자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으로 1997년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비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 차기 대표는 IT업계에서 승승장구했다.

네이버와의 인연은 한 차기 대표가 2007년 검색품질센터 센터장으로 합류하며 시작됐다. 그 후 그는 네이버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인 웹툰, 웹소설 등의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2015년부터는 모바일 및 동영상에 특화한 서비스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한류 스타들의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브이라이브(V Live), 네이버페이 등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또한 한 차기 대표의 작품이다. 특히 브이라이브의 경우 네이버 고객 범위를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하는데 기여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차기 대표는 현재까지도 인터넷, 모바일 등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차기 대표 체제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과 ‘상생 기술 플랫폼’이다.

먼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기술 개발을 위해 네이버는 사내 연구개발원 네이버랩스를 분사시키고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 중이다. 지난 3년간 네이버는 네이버랩스에 3년간 1200억 원을 투자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음성인식, 기계번역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에서 개발된 신기술은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돼 출시될 예정이다.

신규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은 한 차기 대표의 목표인 상생 기술 플랫폼을 위한 첫걸음이다. 프로젝트 꽃은 지난해 1만1000명의 창업자를 지원했고, 올해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커넥트 2017’에서 한 차기 대표는 “지속 성장 가능한 플랫폼으로의 도약과 글로벌에서 통하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앞장서는 네이버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 차기 대표에게 애초에 여성이라는 성별은 현재까지 어떠한 영향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차기 대표가 변화를 주도해온 역량을 발휘해 네이버가 글로벌 전진기지로 거듭나도록 탄탄하게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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