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강도 높은 개편 “선택 아닌 필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조기 대선 바람이 불고 있다. 잠룡들의 대선 움직임도 곳곳에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해외에서도 정가 발 재계개편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트럼프의 기업 보호주의와 중국 발 사드 배치 규제 논란이다. 일요서울은 정가 발 재계개편 시나리오를 들여다본다.

총선 결과 따라 재계 판도 변화 진행될 듯
‘백기’드는 기업들…‘트럼프·사드증후군’

재계는 과연 정가 발 재계개편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 반신반의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경제민주화법안 입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의 기업보호주의와 중국 사드 배치와 관련해 무역 제지도 심도있게 지켜보고 있다.

잠룡들 ‘재벌개혁’ 선점

또 재계는 여야의 각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경제문제를 최대 이슈로 띄우기 시작함에 따라 숨은 의도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이미 주요 대선 주자들은 설 연휴 전후로 대선 캠프를 가동하면서 오는 2월부터 ‘싱크탱크’를 통해 가다듬어온 경제공약들을 본격적으로 발표할 전망이다.
대선 주자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경유착의 근절과 대·중소기업 상생, 불법·편법으로 이뤄진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바짝 날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강자 횡포 규제를 안 해온 만큼 수정자본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그 핵심은 이른바 재벌체제의 해체와 공정경쟁 확립”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등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대량해고·구조조정, 비정규직의 병폐를 해결할 것”이라며 “지배 구조가 개혁돼야 개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 검찰 수준으로 강화하고 징벌적 배상제도를 통해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여기에 경제민주화법으로 분류되는 성실공익법인제도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소야대 지형이 더욱 확고해진 2017년에는 더 많은 경제민주화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혁보수신당과 공조해 공정거래법, 상법 등 경제 민주화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보수신당이 선거연령 18세 인하, 경제민주화 관련해 상법 개정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고위공무원수사처 입법, 언론개혁과 관련된 방송법 정도는 받아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거래법, 상법, 법인세법, 유통산업법 등 다수의 경제민주화법안이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기업의 지배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법안도 적지 않다.

재계는 애초 조기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오는 4월, 늦으면 6~7월가량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쯤 경제민주화법안이 대선 공약과 당론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예상에 발맞춰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트럼프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재계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기업 투자 유치는 지난해 12월 28일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면서 본격화됐다.

트럼프는 당시 손 회장으로부터 500억 달러(약 60조 6000억 원) 투자 및 일자리 5만 개 창출 약속을 받아냈다. 반대로 미국을 떠나겠다는 일부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과도한 세금 징수로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철수 계획이 있던 기업들은 전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시급한 건 특검의 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다. 재계 총수들을 상대로 한 특검의 동시다발적 소환조사가 재계 전체를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특검 줄소환’ 회오리

특검이 기업 총수를 직접 겨냥하고, 대통령까지 조사를 하겠다고 하자 특검 발 ‘메가톤급 후폭풍’이 어디까지 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는 우선 기업 총수들이 단순참고인 신분으로 속전속결 형식의 조사를 받아 내부적으로는 안도를 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기업의 특혜 시비’ 논란도 만만치 않아 향후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17년 기업들은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중국의 사드 보복, 영국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협상 등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해외 요인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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