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숫자 하나 열 히트 상품 안 부럽다

지난해 11월 11일 알리바바그룹의 광군제 행사.<뉴시스>

중국 알리바바 ‘1111’로 지난해 하루 매출 20조 원
빼빼로데이 덕에 600 원짜리 과자 팔아 1조 원 수익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숫자마케팅, 뉴메릭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이 마케팅 기법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나 상품을 대표하는 숫자를 이용해 홍보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전달이 빠르고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 마케팅 기법은 특정 일자를 사용한 홍보, 제품 수량 및 판매량 부곽 등 산업계 전반에서 활용된다. 업계는 이런 숫자마케팅이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광받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다. 

특정 날짜를 이용한 숫자마케팅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숫자 ‘1’이 독신을 뜻하며 1이 네 번 반복되는 11월 11일을 독신의 날, 광군절로 자체 지정했다. 이에 ‘이날 하루 솔로들,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는 슬로건을 걸고 자사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몰에서 2009년 11월 11일부터 전폭적인 할인행사를 열고 있다.

이 행사는 중국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해마다 알리바바그룹에게 사상 최대 매출을 안겨다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알리바바그룹은 광군제 행사로 20조6723억 원을 벌어들였다. 한 시간에 8000억 원씩 거둬들인 셈이다. 2015년에는 매출 15조5678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한 대형마트에서 빼빼로를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소비자들에게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로 인식돼 있다. 빼빼로는 롯데제과의 과자제품인데 이 과자의 모양이 숫자‘1’과 닮아 1995년 여고생사이에서 11월 11일 ‘빼빼 마르자’는 뜻으로 과자를 주고받은 것이 행사의 시작이었다.

롯데제과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의미를 확대해 11월 11일 사랑하는 이에게 빼빼로를 전하자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년, 롯데제과가 빼빼로데이 탄생 이후에 벌어들인 빼빼로 누적 매출은 지난해 9월까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빼빼로가 출시된 1983년부터 빼빼로데이가 등장하기 전인 1995년까지 매출은 1630억 원이지만 빼빼로데이 이후의 매출은 이보다 7배 늘었다.

국내 오픈마켓 기업 위메프는 1월 11일을 브랜드 데이로 지정해 효과를 봤다. 위메프는 지난 1월 11일에 ‘위메프111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위메프는 이날 하루 동안 가전, 식품, 패션 등 전 카테고리의 상품을 111원, 1111원, 2111원 등 가격으로 판매했고 254만 개 이상의 상품이 판매됐다.

이는 위메프 창사 이래 하루 최대 판매량 신기록이다. 위메프는 앞서 지난해 12월 12일에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위메프1212데이를 진행한 바 있다. 위메프1212데이 때도 220만 개 물품을 판매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에 붙은 숫자를 앞세운 숫자마케팅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360도 카메라 ‘기어360’는 공식 시판 전 예약판매 제품 수량을 360대로 한정했다.

이 행사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 판매 10분 만에 전 제품을 완판시켰다. 그 이후 출시한 ‘기어핏2’도 222대 한정으로 예약판매를 진행했고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는 4월에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스마트 폰 갤럭시S8의 경우 중국에서 숫자 ‘8’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숫자 ‘8’은 ‘돈을 벌다’는 ‘發財’와 발음이 비슷해 부귀영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숫자‘8’을 사용해 중국인 잡기에 나선 그룹은 또 있다.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63은 숫자 ‘8’을 이용해 다가올 설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고자 한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오는 2월 12일까지 1회에 한해 면세점 이용고객에게 ‘888’ 이벤트를 선보인다. 이 행사는 최종 결제 금액이 미화 기준 888달러가 되면 온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88만 원 적립금을 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이름에 숫자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롯데그룹은 균일가 소매점 ‘롯데마켓999’를 2009년 론칭했다. 이 마켓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2999원, 3999원, 4999원 등으로 맞춰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9 단위로 책정된 가격이 저렴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리온도 자사 이름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숫자 ‘0’을 마케팅에 사용했다. 매월 10일, 20일, 30일을 숫자 ‘0’과 연결해 ‘마켓오 O-데이’로 정해 마켓오 레스토랑에서 메인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는 11월을 쇼핑축제 기간으로 지정,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진행한 이 행사는 11월 11일에는 매 시 11분마다 할인쿠폰을 나눠주는 등의 방법으로 하루 매출이 평소보다 59% 높았다.

2015년 11월에도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한 달 내내 진행한 결과 매출이 평소보다 29%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해외기업 사례로는 아이스크림 체인점 배스킨라빈스가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한 달 31일 내내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31을 브랜드 이름에 붙인 베스킨라빈스31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현재까지도 매달 31일이 되면 전 매장에서 아이스크림 패밀리 사이즈를 하프갤론으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국내에 가장 많은 아이스크림 매장을 구비한 베스킨라빈스31은 소비자에게 숫자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깊게 인식시켜 대표적인 숫자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제품의 판매량을 사용한 숫자마케팅도 활발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판매된 자사의 아반떼 차량을 줄지어 세우면 지구 11바퀴를 세울 수 있다고 광고했다. 같은 사례로 LG전자는 판매된 1억5000만대의 세탁기를 쌓으면 지구 3바퀴를 돌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숫자마케팅을 활용한 제품 및 기업 홍보가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말한다. 이 관계자는 “숫자마케팅이 가진 기억효과는 대단하다”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활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 마케팅 기법을 업계에서 너도나도 사용하면 소비자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제품·브랜드와 더 연관성 있는 숫자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또 이를 활용한 현실적인 스토리 개발에 치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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