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참석차 지난 19일 오전 미국으로 향했다. 19일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에 도착하고 3박4일간 머무르며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번 방미는 트럼프 당선인 측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에서 트럼프 당선인 핵심 참모였던 폴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을 만나 한미관계를 논의한 바 있다. 그는 귀국 후 22일 오후 ‘국민주권 개혁회의’ 출범식 참석을 시작으로 개헌 고리에 기반한 제3지대 연대 세력 규합에 본격 나섰다.

국민의당 중심의 ‘빅텐트론’ 급부상 중
손학규, “반기문 왜 저러나 싶다”고 말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제3지대도 속속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조기 대선 구도가 점점 복잡해지는 형세다.

야권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시작으로 정치행보를 넓히고 있다. 국민주권 개혁회의는 손 전 대표의 정치결사체로 개혁 세력을 결집하는 수단이다.

손 전 대표는 그동안 개헌을 중점으로 한 개혁의 필요성만 역설했다면 교육 혁명이나 대북정책 등 비교적 구체적인 기반을 세우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지난 16일 손 전 대표는 “광장의 민심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는데 이제 정치권의 책임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있다”며 “개헌으로 권력 구조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개헌론으로 시작을 알렸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7공화국의 건설이고 이것을 위한 개헌이 다가오는 대선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며 거듭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의 방향에 대해서는 “내가 바라는 개헌의 방향은 독일식 책임총리제”라며 “원래 내각제를 반대했었는데 독일은 번영과 통일을 한꺼번에 이룬 나라로 다당제 하에서 연립정부를 구성, 협치를 통해 정치적 안정과 연속성을 이뤄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주권 개혁회의에
‘현직 국회의원 없을 것’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주권 개혁회의에 대해 현직 국회의원들은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또 “‘내가 나를 대표한다’라고 하는 국민주권시대에 기득권 패권 세력이 아닌 국민 주권의 개혁 세력이 공동체로 모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주권 개혁회의에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계와 국민의당 의원들이 함께할 것이라는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국민주권 개혁회의가 정당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만큼 현직 의원들의 ‘추후 합류’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는 반응이다.

국민의당 중심
‘빅텐트론’ 탄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후 영·호남, 진보·보수 진영을 넘나들며 행보를 벌였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이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간의 연대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최근 ‘우클릭’ 행보를 보이자 정체성이 야권인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는 반 전 총장과 점점 거리를 벌리며 공통분모를 넓혀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권의 제3지대에서는 반 전 총장 측이 내세운 ‘빅텐트론’보다는 국민의당 중심의 ‘빅텐트론’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또 손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현재 정치적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어떠한 형태로든 손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이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20일 기자들에게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설 관련 “본인 판단 아니겠는가.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국민의당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정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정 전 총리의 동반경제성장과 국민의당의 공정성장은 맥을 같이한다”며 “정 전 총리는 열려 있는 분이고 국민의당도 열린 정당이다. 반드시 우리 국민의당에 오셔서 꼭 한번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꾸준한 ‘러브콜’을 보냈다.

손학규 “반기문 설전에 만날것”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방미 당시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왜 저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외교 공무원으로서 보수적 바탕에서 살아왔고, 보수만 갖고는 안되니 진보를 얻겠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는 것을 이해는 한다”고 전했다.

또 “행보가 왔다 갔다 하고,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조금은 더 지켜보려고 하는데 지금의 우리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을 평가절하하면서도 “반 전 총장이 설 전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그러자’고 했다”고 전해졌다.

이는 반 전 총장이 귀국에 따른 지지율 상승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정당 입당이나 제3지대 정치세력과의 연대 등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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