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 ‘최대(?)’ 글쎄 MC사업부가 문제

뚜껑 열어보니 LG전자 문제점 따로 있어

마케팅 아닌 제품 본연 가치 끌어 올려야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는 물론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등으로 LG전자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의 공분을 산 만큼, 삼성전자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악재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정·재계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평가된다. LG전자는 마케팅에 투자를 늘리는 등 줄곧 반전을 노려왔고, 삼성의 악재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면 실적부진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반사이익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그동안 업계 2위에 머무르며 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려졌던 LG전자는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품의 품질에서는 삼성전자와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1위로 도약하려면 마케팅 전략으로 이미지 반전을 노리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3분기 광고선전비를 보면 8412억 원(누적)으로 전년 동기(7633억 원) 대비 10%가량 늘었다. ‘모듈형’인 G5를 출시하면서 기존 스마트폰과는 다르다는 확실한 이미지 각인이 필요했고, 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역시 광고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분기 MC사업부분에서만 영업손실 1535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에 참패했다. 당시 회사 측은 ‘G5 마케팅 비용 상승’을 손실의 발생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LG전자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꾀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태’로 단종을 선언하자 ‘G5’ 출고가를 13만 원가량 인하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는 전 세계에 풀린 갤럭시 노트7 사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G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갤럭시 노트7 사용자들의 맘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기대치만큼 판매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을 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의 전량 리콜 사태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의 국내 출시 전이었다. 이에 LG전자는 G5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 할인 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LG전자는 전국 베스트샵과 이동통신 3사 매장 2000여 곳에 체험 존을 운영하며 V20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LG톤플러스(HBS-900)와 LG블루투스 스피커(PH1), 배터리팩(추가 배터리+충전 크래들)을 할인가 제공을 통해 소비자 유치에 힘썼다. 이에 업계에서는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순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앱 정보업체 앱텔리전트는 회수 중인 갤럭시 노트7 사용자가 V20 사용자보다 많다는 통계를 내놔 수모를 겪었다.

MC사업부 외 타 사업부 선전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총수 부재’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혐의 탈피와 법정싸움을 앞두고 있어 바짝 긴장한 상태다. 그러나 LG전자의 경우는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으로 꼽히며 타 대기업에 비해 경영활동에 받는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대 수혜기업이 LG전자가 될 관측을 내놨다.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의 공분을 산 만큼 삼성전자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갤럭시 노트7 폭발은 물론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반사이익은 별로 누리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갤럭시 노트7과 관계가 없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하 MC사업부) 외 타 사업부들은 연일 실적을 올리며 선전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G5’ 판매 부진으로 지난 3·4분기 MC사업본부에서 4364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누적 영업적자는 7921억 원에 달했다. 특히 한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41%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의 지난 4분기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14조7819억 원에 353억 원의 잠정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는 11.8%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MC사업부문의 손실을 이겨내지 못해 영업이익은 35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영업적자를 본 결정적인 요인으로 MC사업본부의 부진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결국 중요한 건 마케팅이 아닌 제품 본연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에서 배터리가 발화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최종 발표했다.

당초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원인 규명을 빨리 이룬 후  ‘MWC 2017’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측됐던 ‘갤럭시 S8’의 공개가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공개가 4월로 미뤄진 상태다.

스마트폰 ‘G6’에 사활 걸다

이에 LG전자가 ‘G5’ 후속작 신제품 ‘G6’로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에 독자노선을 구축해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할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갤럭시 노트7 사태를 겨냥해 G6에 노트북과 PC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열전도 및 확산에 탁월한 구리 소재의 ‘히트파이프’를 적용해 6~10%까지 발열을 낮췄고, 국제기준보다 높은 다양한 품질 테스트를 도입했다. ‘안전성’ 강화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발 벗고 나선 것.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고집해왔던 LG전자의 ‘G6’가 삼성의 부재에 맞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스마트폰 출시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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