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문제에 쿠첸 ‘묵묵부답’


“제품 모델 말고 소비자 서비스에 신경 써라”

“기한이 지났더라도 해주는 게 바람직한 기업”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밥솥 전문업체 쿠첸의 내구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쿠첸 밥솥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밥솥 화재’ ‘A/S 불만’ 등 연이은 사고에 불안감에 떨고 있는 것. 실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쿠첸 측의 이상한 대처에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객 만족 최우선’ ‘소비자 최우선’ 슬로건을 내건 쿠첸 밥솥에 발생하는 여러 소비자 피해사례들을 토대로 쿠첸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주방가전 브랜드 ‘쿠첸’은 지난해 8월 (주)리홈쿠첸에서 인적분할 돼 신규 설립됐다. 쿠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2021억 원(누적 기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52억 원으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쿠첸은 경쟁업체이자 선두업체인 쿠쿠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 보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쿠첸 밥솥 사용자는 지난 23일 ‘쿠첸 밥솥이 혼자 불이 났어요’라는 제목으로 쿠첸 밥솥(모델명 LB0603FR)이 불에 그을려 녹아내린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 소비자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침식사 후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집 내부에서 플라스틱이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아 주변을 살펴봤지만 이상이 없어 출근길에 올랐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보니 거실 부엌에서 연기가 자욱하고 유독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며 밥솥에 불이 붙어 있었다. 이에 그는 물을 부어 진압했다. 이후 밥솥을 살펴보니 전기코드만 연결돼 있었고 보온모드는 따로 설정돼 있지 않았다. 또 내솥도 빼놓은 상태였지만 내솥 하단의 가열판이 다 녹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쿠첸 측의 안일한 대처다. 이 소비자는 쿠첸 측이 자신을 ‘블랙컨슈머’ 취급했다며, 쿠첸은 소비자에게 “보험처리해 드린다” “위로금 50만 원을 주겠다”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이 아닌 해당 사건을 쉬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달여 동안 위로금 지급만을 일관하던 쿠첸은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위로금 액수를 올려주겠다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쿠첸 홈페이지에 명시된 ‘고객 만족을 최우선’ ‘소비자를 최우선’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쿠첸 소비자 혼란 자초

쿠첸 밥솥에 지난 2013년 클린커버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부분이 금이 가며 손상돼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2012년 10월경부터 2013년 10월까지 생산한 전기압력밥솥(WHC-CT1029iD 등 16종) 약 21만 대에서 나타났다.

쿠첸(당시 리홈쿠첸)은 해당 문제가 발생하자 개선된 제품을 무상으로 교환해 주는 A/S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에게 구입 1년 이내의 제품만 무상 교환해 준다는 쿠첸의 안내로 인해 혼선이 일었다. 이에 쿠첸은 구입 후 1년이 경과해도 무상으로 AS를 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재는 구입 2년 안에 클린커버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육아 휴직하고 이제 좀 (쿠첸 밥솥) 쓰기 시작하려 했다”며 쿠첸 밥솥에서 김이 새서 인터넷으로 고무패킹 사다 바꾸고 해도 소용이 없어 검색해보니 클린커버 플라스틱 부분에 결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히 살펴보니 클린커버 부분이 깨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 쿠첸서비스센터와 콜센터에 문의했지만 모두 정해진 매뉴얼대로 무상기간 2년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이 소비자는 “인테넷 찾아보니 무한 무상이라는 글도 있던데 (쿠첸이) 말을 이리저리 바꾸고 있는 것 같다”며 “밥통 기계 결함이면 2년이 아니라 몇 년이 되어도 무상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가) 밥통은 쿠쿠를 사라고 왜 그러셨는지 이제는 좀 알겠다. 제품 모델 신경 쓰지 마시고 그 돈으로 제품 개발 및 소비자 서비스에 더 신경쓰라”고 지적했다.

일요서울은 소비자보호원에 쿠첸의 리콜 조치 시기에 대해 문의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그것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결해 줘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해줘야 하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 2년 정도로 하면 적게 잡았다고 할 수는 없다. 리콜 이행 점검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종료됐다고 인정해준다. 기간을 무한정으로 두지는 않는다. 어떤 기준을 만들어 놓고 공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 기한이 지났더라도 해주는 게 바람직한 기업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국시장 진출에 적신호

쿠첸은 근거리무선통신(NFC), 와이파이 등 스마트 기능을 더한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중국 시장 공략 등을 통해 국내 밥솥 시장 선점에 나섰다. 쿠첸은 중국 최대 가전기업 메이디와 공동으로 설립한 합자회사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생산·판매함으로써 해외 영업의 다각화를 이루게 됐다. 합자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은 쿠첸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쿠첸은 2018년 매출 목표액을 1000억 원으로 설정하고 중국 내 2500개 매장에 이르는 메이디사의 유통망과 판매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 점유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 진출에 나섰다. 국내 전기레인지 보급률이 5%도 안 돼, 성장 기회가 많은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조기 선점 효과로 1등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계속된 악재로 인해 소비자 신뢰도 하락하고 있어 국내 판매율과 중국시장 진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첸 측에 해당 문제들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쿠첸 측은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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