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대선 출마 포기는 역설적으로 반기문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은 거꾸로 대한민국 대선 후보의 조건과 자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10년이나 지낸 국제적 인물이 막상 정치 앞에서 그의 민낯이 생생히 노출되고 전해지는 과정에서 나는 그에 대해 적지 않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면서 내심 낙제점을 주어왔다. 마침내 그가 귀국한 지 3주 만에 대권 도전의 꿈을 스스로 접었다.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에서 매우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무엇인가? 그렇다면 왜 대권 도전에 나선 것인가? 반기문이 비록 유엔사무총장이라는 국제적 거물 출신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이야말로 영혼이 없이는 처참하게 몰락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나는 윤창중칼럼세상 TV 개국 기념으로 ‘반기문은 대한민국 태극기 세력의 대안이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그가 왜 대선 후보로 부적합한지 조목조목 열거한 바 있다. 나의 예측이 정확히 맞았다.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그가 보수 우파 세력이 자다가 이름만 들어도 벌떡 일어날 만큼 혐오하는 박지원을 만나 협력을 구걸하는 것만 봐도 그는 영혼 없는 인간형이라고 감히 말해도 될 것이다.

박지원이 누구인가? 현존하는 ‘악(惡)의 정치의 화신’ 아닌가? 그런 인간을 만나 대선 문제를 협의하는 반기문, 그가 어떻게 정치교체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박지원과 야합한 안철수가 새 정치를 말하는 것과 똑같다. 그가 대선 불출마 회견에서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를 꼬집었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반기문이 박지원을 만날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박지원으로부터 “이제 (국민의당은 반기문에게) 셔터를 닫았다”는 소리를 듣게 될 정도로 면박을 당한 반기문이 과연 그런 평가를 내놓을 수 있다?

반기문은 ‘빅텐트’를 치기 위해 부득이 박지원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하겠지만 보수우파 세력이 대선 후보 기근으로 인해 애를 태우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거나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버젓이 박지원을 만나 대선 문제를 놓고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보수 우파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반기문은 박지원 말고도 손학규, 김무성, 오세훈과 같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 우파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떠난 인물들을 만나 ‘빅텐트’를 논의했다. 반기문은 아무리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보수 우파 세력의 입장에서는 반기문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접게 만드는 배신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반기문 지지도가 급락했다.

반기문은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빈곤했다. 정치는 명백히 적과 우군을 구별하는 직업이다. 명백히 우군을 챙겨야만 자신의 지지기반을 만들 수 있다. 적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면 우군을 만들 수 없고 자신의 지지기반도 붕괴된다. 정치는 우군을 챙기지 않으면 지지기반을 만들 수 없고 적에 의해 궤멸하게 된다는 정치학의 기초원리를 반기문의 좌절은 생생히 보여주고도 남았다.

내가 말하는 영혼이란 시류에 당당히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인이 성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감추고 시류에 영합하는 방식과 시류에 맞서는 방식이 있다고 보는데, 큰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시류에 당당히 맞서면서 자신의 정치적 소견과 주장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정치철학 중 하나다. 흔히 정치를 하려면 시류에 영합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런 사람은 일시적으로는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끌수 있을지는 모르나 절대 큰 정치지도자가 될 수 없다. 시류에 영합하고 편승하는 직업은 싸구려 정치평론가들이나 하는 짓이다.

반기문이 귀국 후 지지도가 올랐어야 마땅한데도 오히려 급락했던 두 번째 원인은 그의 기회주의적 속성에 보수 우파 진영이 크게 실망해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귀국하기 전 뉴욕에서 광화문 촛불 광란극을 격찬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를 다시 확인하게 된 태극기 세력은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기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촛불시위가 자랑스러웠다.”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 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좋은 국민”이라는 낯간지러운 극찬을 쏟아냈다.

당연히 보수 우파가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는 반기문이 왜 이런 발언을 쏟아냈을까? 어차피 보수우파 세력은 죽으나 사나 자신을 찍을 것이니 마음놓고 좌파를 향해 추파를 던지면 자신의 지지도가 상승할 것으로 오판한 것! 그러나 좌파에서조차 반기문의 그같은 기회주의적 표변에 혀를 찼고 보수우파 세력 역시 고개를 싸늘하게 돌린 결과 지지도는 10%대로 급락하게 됐다.

그가 자신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기용하고 유엔사무총장까지 만들어 준 노무현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추모동영상을 보내달라는 부탁까지 거절했다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폭로는 반기문의 표리부동한 처신을 설명해주고도 남았다.

반기문은 귀국 즉시 박근혜 대통령과 귀국인사를 나누지 않다가 나흘이 지나서야 단 2분간 통화했다는 사실만 간단히 공개할 만큼 자신과 관련된 권력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엄청나게 몰인정한 인간형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정치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인 만큼 비인간적인 모습에 국민은 정을 떼어버린다. 바로 이 경우가 반기문에 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나갈 때에는 시진핑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군 퍼레이드를 향해 손을 흔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사진 찍히는 것을 서슴지 않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폐인 같은 신세로 몰리자 아예 외면하면서 좌편향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에 보수우파는 물론 중도세력까지 등을 돌리게 됐다고 봐야 한다.

부질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나는 단언하고 싶다. 만약 반기문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신의(信義)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며 보수우파 진영의 편에 계속 서 있기를 고집했다면 지금쯤 불과 귀국한 지 3주일 만에 반기문은 보수우파 자유민주주의 태극기 진영의 대안으로 우뚝 자리 잡았을 것이다.

반기문은 근성(根性)이 없는 공무원에 불과했다.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은 공직자는 반기문의 경우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근성이 없는 인간형'은 대통령이 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대학 졸업을 전후해 고시에 패스하고 공직사회에 들어가 제때에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 생활을 하며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월급조차 없는 백수건달의 풍찬노숙을 하면서 인내심을 기르며 인생을 공부했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만큼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 이들은 근성이 생길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고위공직자로 마쳤다고 해도 고난과 시련을 견뎌내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약하다.

바로 행정의 달인이라고 칭송을 받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최연소 전라남도도지사, 청와대 정무수석, 명지대학교 총장, 국회의원, 장관 3번, 서울시장 두 차례 등 대한민국 요직을 모아놓은 도서관이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만큼 대표적으로 화려한 경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을 당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자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권 도전을 포기해버렸다.

고건 전 총리 역시 자신이 국무총리로서 노무현의 탄핵 시절에 대통령권한대행까지 했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을 바탕으로 대권을 도전하지 않으려 하자 노무현은 배신감을 털어놓으며 고건 전 총리를 기용한 것이 인사실패라고 역공을 가했다. 고건 전 총리는 이런 공격조차 견뎌내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각혈을 한다고 고통을 호소하다가 끝내 대권 도전을 그만둬버렸다. 공직사회에 있으면서 큰 소리 치는 고위공직자들이 실은 얼마나 허약하고 문약한지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바로 고건이고 이번에 반기문의 케이스이다.

1980년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통국가, 정상국가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야스히로 나카소네 전 총리는 그가 쓴 ‘보수의 유언’이라는 책에서 국가 지도자는 정치인 출신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공직사회가 우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직자 출신은 정치인 출신과 비교할 때 국면을 돌파하며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반기문의 중도 하차로 인해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문재인의 대세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반기문을 지지했던 이른바 중도층이 문재인의 대세론에 휩쓸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이들을 강력하게 흡수할 마땅한 보수우파 후보가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에 ‘최악의 좌파 대통령'이 되고도 남을 문재인이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막아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보수우파 자유민주주의 태극기 진영의 역할이 더욱 중대해졌다. 문재인이 집권하게 되면 어떤 대한민국이 될 것인지 분명히 알고 이를 중도층에게 전파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한 문재인은 적나라하게 자신의 사상적·이념적 실체를 요약해 보여주었다.

그의 꿈은 김대중, 김정일이 합의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남북한을 통일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남북문제에 관한 한 그의 멘토는 김대중과 김정일인 셈이다. 당연히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고, 사드배치는 철회될 것이며, 한미FTA도 재협상해야 하고, 제주 강정해군기지도 다른 용도로 전용하려 할 것이다.

이보다 대한민국 안보에 결정적으로 위해를 가져오게 될 그의 꿈은 ‘자주국방'이다. 노무현 시절에 합의한 2017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박근혜 정권에서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다시 진행되고도 남을 것으로 나는 내다본다. 그 과정에서 주한미군은 결국 철수의 운명에 이르고 한미관계는 파탄을 넘어 이혼 단계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막연한 색깔론이 아니라 그의 발언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

반기문의 돌연한 하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세론은 대한민국에 독약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태극기 진영은 명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나는 현재의 난세에 대해 결코 낙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근거는 대선에 있어 승리를 가져오게 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지지층에서 갖고 있는 ‘위기감'이라고 나는 내 경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갖게되면 반드시 대안이 나오게 되어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절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사실을 보수우파 자유민주주의 태극기 세력에게 간곡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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