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작곡가, “표절이란 ‘악의적 흠집 내기’에 한국 대중 음악계 침체될까” 우려

드라마PD, “요즘 가족 드라마 보면 한 명은 의류회사, 또 한 명은 유명 식당 운영”

OST 갑질 논란에 휩싸인 도깨비 OST round and round 표지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케이블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거둔 tvN 드라마 ‘도깨비’가 종영 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수록곡의 원곡 가수를 둔 ‘갑질 공방’에 이어 대표 OST 곡이 ‘표절 논란’에도 휩싸였다. 또 무려 270여 개의 간접광고로 ‘PPL드라마’라는 오명도 얻었다. 흥했던 드라마 속 OST의 표절 논란과 간접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방송 생태계를 짚어봤다.

화제 속 종영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神) 도깨비’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가 인기 못지않은 구설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OST 곡 중 ‘뷰티풀(Beautiful)’과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가 해외 가수들의 곡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인기와 더불어 OST 표절, 갑질, 간접광고(PPL)로 잡음이 끊이지 않은 도깨비, 사진은 출연 배우들

최근 유튜브 페이지 ‘표절헌터’(COPYCAT HUNTER)에 드라마 ‘도깨비’의 OST 중 ‘뷰티풀’(Beautiful)과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가 외국 곡을 표절했다며 비교 영상을 게재됐다.

그에 따르면 ‘뷰티풀’은 라틴팝 스타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의 ‘키사스’(Quizs)와 전개가 유사하다. 또 그는 ‘스테이 위드 미’가 더체인스모커스의 ‘돈 렛 미 다운’(Don't let me down), 원디렉션의 ‘라이트 나우’(Right now), 알랜 워커의 ‘페이디드’(Faded)를 부분적으로 따왔다고 주장했다.

여러 추측들로 논란이 쉬이 수그러들지 않자 두 곡의 작곡에 참여한 이승주 작곡가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악보와 해당 곡들의 코드를 직접 상세하게 설명하며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우선 ‘뷰티풀’에 대해 그는 “남자 가수 곡에 많이 쓰이는 ‘Bb 키(Key)’만 같을 뿐 코드와 멜로디 진행이 달라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스테이 위드 미’에 대해선 “조옮김을 했을 때 유사하게 진행되는 코드의 곡은 다수”라며 존 레전드, 켈리 클락슨 등의 곡을 예시로 들며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네티즌이 표절로 몰아간다”며 “한두 마디 비슷한 점을 표절로 몰아간다면 나 한 사람뿐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창작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악의적으로 흠집을 내는 누리꾼들에 법적인 수단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수 헤이즈

두 곡의 표절 논란에 앞서 또 다른 OST ‘라운드 앤드 라운드 (Round and Round)’는 가수 한수지와 헤이즈의 원곡자 논란으로도 구설에 올랐었다. 드라마에 삽입됐던 한수지의 50초 버전이 정식 음원 발표에서는 헤이즈가 부른 3분가량의 노래로 편곡되면서 원곡자를 홀대했다는 비난이 나온 것.

음원에서는 한수지가 피처링 가수로 표기됐다. 누리꾼들은 ‘대중에게 알려진 헤이즈를 전면에 표기하고 무명 한수지를 피처링 가수로 넣은 것 아니냐’며 제작사인 CJ E&M의 ‘갑질’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제작을 맡은 CJ E&M 음악사업부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음악사업부는 “이 곡은 남혜승 음악감독이 방송 시작 전부터 풀버전(연주곡)으로 작곡해둔 작업물”이라며 “한수지가 앞부분 50초만 우선 녹음했다. 그러나 구상 때부터 다른 가수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시원찮은 답변을 내놨다.

표절·갑질 논란 뒤로
제 배불리기 혈안된 제작사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 '청춘'으로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수 김필

OST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88’ OST 김필의 ‘청춘’은 밴드 민트그레이의 ‘안녕’과 멜로디 진행이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영화 ‘수상한 그녀’ OST 수록곡 ‘한 번 더’는 인디 듀오 ‘페퍼톤스’의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러나 당시 각각 김필 측과 CJ엔터테인먼트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언급을 꺼리며 논란을 무마시켰다.

수록곡 '한번 더'로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 수상한 그녀

방송 관계자들은 제작사의 OST 표절 논란이나 갑질은 공공연히 자행되는 답습과도 같다고 말한다. 새 음원을 인기 드라마에 얹어가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사 배불리기란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OST 논란 외에도 도깨비는 방송 내내 무수한 간접광고(PPL)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해 ‘PPL 드라마’라는 오명도 남겼다. 극중 배우 김고은은 향초부터 수건, 유명 샌드위치, 가구전문점 등 특정 상품, 상표를 노골적으로 노출시켰다. 2회에는 버스정류장에 쓸쓸히 앉아있는 김고은의 뒤로 향초 브랜드의 전광판이 더욱 눈길을 끌며 감정선을 무너뜨렸다.

인디 듀오 페퍼톤스

또 유인나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님으로, 김고은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설정하며 치킨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그러다 보니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공유가 뜬금없이 샌드위치를 건네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도깨비’의 과도한 PPL 노출에 피로함을 토로한다. 한 매체에선 모든 방송분에 나온 간접광고를 세어본 결과 270개의 PPL이 방송됐다고 전했다. 시청자는 1회당 약 17건의 PPL장면을 본 셈이다.

극의 작품성을 저해하고 시청자도 불편하게 한 PPL의 수혜는 고스란히 제작사에 돌아갔다. 방송가에 따르면 ‘도깨비’가 김은숙 작가와 배우의 인지도를 활용해 끌어온 PPL수익은 7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PPL에 PD들도 한숨이다. 지난해 한국PD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PD의 89%가 “간접광고와 협찬이 방송 내용과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 드라마PD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올라 PPL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다”며 “요즘 가족드라마를 보면 가족 중 한 명은 의류회사에 다니고 다른 한 명은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한다. 다 PPL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혹여 구설수로 시청자가 가졌던 드라마의 찬란했던 여운도 쓸쓸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곡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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