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소비자 몫 인증업체·대기업만 배불리나

영세 사업자들, 인증 검사 ‘비용’에 부담 호소

해외 쇼핑몰 전안법 적용 안 돼 역차별 논란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전기용품과 생활 공산품의 안전관리 제도를 통합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을 두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안전한 물건을 살 수 있어 전안법을 반기는 이들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물건에 인증을 받기 위해 인증 비용이 들어가면 그 비용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 전안법은 인증업체와 대기업 배불리기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영세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일부 조항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KC인증(국가통합인증)마크를 게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검사 인증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전안법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과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실효성을 들여다봤다.

정부는 지난 1월 28일 전기용품에만 적용되던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에 적용되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하며 기존 공산품 가운데 전기제품과 아동복에만 적용했던 안전관리법을 의류 및 잡화를 포함한 신체에 접촉하는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을 시행했다.

전안법의 주요 내용은 전기용품 외 의류·신발 등 생활용품 제조자도 제조에 사용된 원단 등 재료의 안전성 시험성적표 같은 ‘공급자적합성확인’ 증빙서류를 보관하도록 했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판매 상품에 대해 인증정보(KC 인증마크, 인증번호 등)를 표기·게시하도록 했다. 해외 직구 구매·배송 대행업체 역시 동일한 해당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KC마크를 부착한 채 판매·유통되고 있음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전안법 시행은 ‘옥시 가습기 사태’ ‘갤럭시 노트7’ 등 여러 사고를 거치며 높아진 안전기준 강화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안법 시행 직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세 사업자들이 인증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나선 것. 이들은 대기업 등 일정 이상 규모의 기업들이 안전검사 장비를 갖춰 KC 인증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KC인증을 받으려면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여 외부 인증 업체를 통해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인증을 받게 되면 해당 인증 비용이 제품 값에 반영돼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다며 영세업체들은 장사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안법은 대기업 배불리기 위한 정책 아니냐고 지적했다. KC인증을 받지 않거나 KC인증을 표시하지 않고 관련 제품을 제조·수입·판매·구매대행·판매 중개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규모 영세업체들의 반발이 심한 가운데 최근 발생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사태’ ‘치약 사태’ ‘물티슈 사태’ 등을 열거하며 전안법의 시행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은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악법’이라며 전안법 반대에 발 벗고 나섰다.

전안법 시행 의구심

일부 소비자들은 “KC마크인증 받은 갤럭시 노트7, 옥시 가습기 살균제 무엇이 안전이라 논하나 절대 반대한다. 이딴 탁상행정으로 이루어진 법안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인증한답시고, 돈만 받아가고, 관련 인증기관만 배불리고, 문제 생겨도 (인증기관이)책임은 안 진다”고 주장했다.

한 소비자는 전안법 시행 취지는 좋지만 KC인증 받는 비용이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백만 원 하는 제품으로 정말 안전이 중요시돼야하는 전자제품은 이해하려고 하면 할 수 있을 거 같다”며 “(그러나) 일반 의류에 전부 적용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 만 원, 2만 원하는 제품에 70, 80만 원 비용을 들여서 인증을 받으라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제도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 역시 영세 사업자들과 같은 맥락의 주장으로 인증 검사 비용이 들어간 만큼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된다며, 정부의 국민 안전을 위한 조치인 ‘전안법’ 실효성에 의문점을 던졌다.

검사 인증은 받아야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법 시행이 임박한 지난 1월 26일 일부 핵심조항을 1년 추가 유예하기로 했다. 법 시행 초기에 인증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판매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생활용품 중 공급자적합성 확인 제품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인증마크를 게시하지 않아도 판매 가능하도록 하고, 생활용품의 제조ㆍ수입업자 관련서류(제품설명서, 시험결과서 등)의 보관 의무도 올해 연말까지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생활용품 중 공급자적합성제품 중 의류 등 생활용품 41종에 대해서만 인증마크 게시와 관련 서류 보관 의무를 올해 말까지 유예한 것으로 전기용품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KC인증마크를 게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검사 인증은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측 관계자는 전안법에 대해 “제품 안전, 어린이용품 안전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부분은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시장성 차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매대행·병행수입 업체 커뮤니티인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는 지난 1일 ‘전안법이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이달 안에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혀 헌법소원의 결과에 전안법의 운명이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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