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논란·직원이탈, 기소 가능성까지 ‘산 넘어 산’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이사. <뉴시스>
전기공사업법 위반 검찰 조사 중…‘기소 시, 물러날 수도’
소비자 “방송 계속 끊기고 휴대폰은 환불도 안 된다니…”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지난해 SK텔레콤과 인수합병 실패 후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가 경영정상화를 통한 재도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된 계획엔 신규투자 및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출범 등을 통해 매출부진을 극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품질 논란·만만치 않은 경쟁자 대거 포진·직원 이탈 문제·김 대표 기소여부 등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헬로비전 합병인가신청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당시 SK텔레콤은 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거셌고 공정위 측도 독과점을 우려하며 합병을 막았다.

공정위는 “양사의 기업결합이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 소매·도매시장 등 방송통신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며 합병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양사의 합병이 무산되자 헬로비전이 받은 타격은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헬로비전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1006억 원, 영업이익 429억 원, 당기순이익 21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 1조1826억 원과 영업이익1049억 원, 당기순이익 596억 원으로 각각 6.9%, 59.1%, 64.0% 감소했다.

합병불발 후 계속된 실적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고 홈쇼핑 송출수수료 감소·콘텐츠 수수료 증가 등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헬로비전은 합병 준비기간 동안 사실상 영업 활동을 멈춘 상태였고 케이블TV 가입자 수도 지난해 5개월 만에 1만6000여 명이 이탈하기도 했다.

합병불발 후 잇단 악재

김진석 헬로비전 대표는 최근 구원투수로 합류한 변동식 전 헬로비전 대표와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밝혔다. 경영 정상화와 함께 헬로비전은 올해 케이블TV 사업을 혁신하고, 홈 IoT(사물인터넷) 등 고객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품질 논란·서비스 미흡·기소 여부·직원 이탈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헬로비전 케이블TV 소비자는 방송이 계속 끊겨 AS 기사가 6차례 넘게 다녀갔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계약을 해지한 상태고 해지 과정도 위약금 등 문제로 불쾌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가 사례를 공개한 이 사이트에는 같은 이유로 헬로비전의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한 경험이 있다는 소비자들이 줄지어 글을 남겼다.

또 재생 중고 폰(리프레시폰)을 시중에 유통하며 개통 후 반품 불가 조항으로 인해 소비자의 뭇매를 맞았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는 통화품질 불량에 있어서는 반품이 가능하다.

하지만 헬로비전의 경우에는 이를 청약 철회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 ‘배짱 영업’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김 대표의 전기공사업법 위반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헬로비전 법인과 지역본부 관계자 6명이 협력체와 공모해 220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매출을 부풀린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헬로비전 본사가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논의 과정에서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매출을 부풀린 것으로 의심하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매출 부풀리기에 본사 차원의 지시·개입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헬로비전이 306억 원 상당의 태양광발전소 공사에 참여해 일괄 하도급을 줘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를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김 대표와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헬로비전은 시공 능력이 없는데도 대구와 충남 등 전국 5곳의 태양광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모두 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변 대표와 투톱체제로 가고 있는 만큼 만약 김 대표가 기소될 시 사내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지거나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영정상화 가능할까

계속되는 경영악화와 기소 등의 불안감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헬로비전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직원수는 1095명으로 전년 동기 1159명에서 5.5% 감소했다.

2014년 직원 수 1287명에서부터 계속 줄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무산으로 인한 경영악화와 IPTV(인터넷망을 통해 제공되는 텔레비전 서비스)의 결합상품 할인 공세 등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지를 넓히겠다고 한 홈IoT 시장도 먼저 입지를 다진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들과의 대결이 쉽지 않을 듯 보인다. 이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홈IoT전용망을 구축했고 건설사·전자·가구 업체들과 협력을 늘려가는 중이다.

헬로비전 관계자는 김 대표 검찰 조사 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이라 언급하기 곤란하나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김 대표는 현재 대외업무, 변 대표는 내부 경영을 맡고 있다”며 “두 대표의 합심으로 회사는 곧 경영정상화와 실적 부진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직원들의 회사 이탈은 일반적인 규모며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 케이블TV 가입자도 증가하고 있고 신사업 부문도 계속해서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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