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국민의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가 거친 용어를 입에 담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향해 “2012년 대선 때 제가 문재인 후보를 안 도왔다고 말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그동안 안 전 대표가 보여준 이미지와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당분간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불안하다’는 주변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투사’로 나서는 한편, 구민주계의 탈당이나 분당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밀약설’을 폭로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 간의 ‘서부권벨트’ 행보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등 이른바 ‘강철수’ 행보를 선보여 관심이 모인다.

짐승 발언은 지방 일정 첫 날인 광주에서부터 나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뉘앙스로 대담집을 펴낸 것을 두고 “동물도 고마움을 아는데 그렇게 말한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후보를 양보한 이후 40차례가 넘는 전국 지원유세와 3차례 합동유세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당도 아니고 경선을 치러서 진 것도 아니고 당에 지분을 요구하거나 어떤 조건도 요구한 적 없음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같은 내용의 발언을 전해들은 문 전 대표는 “네, 뭐 그냥 넘어가죠”라며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앞서 1월31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인류 역사상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말이 나오는 건 처음 듣는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강경 발언 잇따라
정치권 ‘의외’ 반응


‘독철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세가 강한 대전에서 안 지사를 대상으로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안 지사가 지지층을 흡수하자 위기를 느낀 게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는 “대선 후보 비교표를 만들면 누가 몇 전 몇 승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선거에서 연패했었던 점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정치권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평소 안 전 대표의 모습과 다른 점에 대해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단순한 심경변화는 아닐 것이란 얘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발언을 마치고 얼굴이 붉어진 점을 보면 그냥 나온 말은 아니고 준비된 발언으로 보인다”며 “‘불안하다’는 주변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투사’로 나섰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짐승 발언이 생각보다 세다’는 지적에도 “저는 갈수록 세집니다”라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일각에선 구민주계의 탈당이나 분당, 연대, 통합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 화합과 결속을 위한 계산도 짚이는 대목이다.

실제 구민주계로 분류되는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안 전 대표께서 평소에 그런 말씀을 잘 하시는 분이 아니다. 속이 상해서 그런 말을 하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안 전 대표를 감쌌다.

주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아무 조건 없이 문 전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했지 않느냐”며 “그것만 가지고도 문 전 대표가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남 탓을 하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오는 말이 좋아야 가는 말이 곱다”며 원인은 문 전 대표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철수’가 된 건 잘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여의도에선 지난 2012년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밀약설에 대한 폭로설이 조심스레 회자된다. 지난 대선 당시 단일화를 위해 두 후보가 만난 자리에서 오고간 대화를 공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안 전 대표가 가지고 있던 앙금이 깊어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이유다.

안철수 발
빅딜 공개설


앞서 두 사람의 회동 직후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하기로 돌아선 이유가 문 후보 쪽에서 안 후보에게 ‘빅 딜’을 제의한 게 아니냐는 밀약설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오고간 대화를 폭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강경 발언으로 더민주와 선을 확실하게 긋는 동시에 ‘강철수’로 유약한 이미지까지 벗어던진 효과를 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면서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수단이 더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