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작가의 예술세계에 대해

신수원 작가 작품 '원앙의 꿈'
한국시각예술가협동조합에서 함께 활동하는 정유림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신수원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며 영양가 없이 바쁘고 피곤하게 하루하루 보내다가 주옥같은 그림을 접하고 마음이 맑아졌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는 필자로서 다채롭고 풍부한 색감과 그림 속 민화를 차용한 여러 모티브가 눈길을 끌었다. 현대 회화 속 전통민화를 만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현대적 민화를 다양하게 접해왔지만 틀을 벗어난 재미와 새로움이 느껴졌다.

신 작가는 캔버스에 스케치를 하고 밝은 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하는 작업을 하지만 이 스케치를 그대로 한지에 그리고 석채나 분채로 채색을 한다고 가정하면 영락없는 전통 민화의 이미지가 형상화 된다. 민화는 조선후기 유행한 서민들의 그림이었으며 그림에 따라 여러 가지 소망을 담고 생활공간을 장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다. 신 작가의 "원앙의 꿈"은 전통민화의 화조영모도와 일맥상통한다.

의좋게 노니는 한 쌍의 원앙은 예로부터 부부의 금슬과 애정을 의미했다. 원앙 주위에 풍성하게 피어있는 연꽃은 불교적인 의미 외에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꽃이 지고 난 뒤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자라는 점에서 연이어 귀한 자식을 낳으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물새와 함께 그려진 연꽃 그림은 인간사의 즐거움을 기원하는 뜻도 함께 지닌다. 그림의 배경에는 십장생도 중 구름과 산이 묘사되어 있는데 구름은 속세와 벗어난 신선의 세계를 나타내는 도교적인 의미도 지니지만 일반적으로 자연의 조화와 농경사회의 풍요로움을 나타낸다. 산은 단군 설화에서 보여지 듯 우리나라의 그림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산 그림은 액을 막아주고 복을 준다는 의미이다. 조선시대 십장생도는 매년 1월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액운을 떨치기 위해 선물용으로 주고 받기도 한 그림이었다.

"원앙의 꿈" 민화의 모티브 뿐 아니라 꽃이 핀 선인장과 지붕이 있는 집이 다복하게 그려져 있다.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선인장과 안정감을 주는 낮은 집은 그림에서 평안함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강인함이 전달된다. 그림을 통해서 신 작가는 밝고 행복하게, 둥글면서도 강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전통 민화의 모티브를 차용하지만 작가만의 새로운 상징물을 추가해 개성을 살리고 이 상징물이 지닌 의미를 풀이하며 우리네 삶이 더 밝고 행복하기를 고대해 본다. 현 시점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현대식 집 그림과 사막지역에서 온 선인장 까지. 조선시대의 민화를 전통이라 부르듯 먼 미래에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역시 신 작가의 작품이 전통의 하나의 축으로 우뚝 서기를 희망한다. 

<구본숙 미술평론가 (수성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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