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투표제 안 하면 흥행 어쩌나…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대선후보 경선 경쟁이 본격화됐다. 최근 두 사람은 정반대 행보를 이어가며 각자의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대세론’을, 손 전 의장은 ‘대안론’을 내세우며 다음 달 중순에 있을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경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당내에서 안 전 대표 측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투표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당은 경선 흥행을 위해 문턱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모바일 투표제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난제 앞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흥행 참패는 물론 민주당과 비교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이 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룰 협상을 지난 22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최근 상반된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안 전 대표는 ‘대세론’을 바탕으로 정책 발표에, 손 전 의장은 개별 접촉을 늘리며 당내 ‘대안론’에 주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잇따라 일자리·교육 등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래 4차산업에 대비한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 구축에 노력 중이다. 경선 룰 협상을 시작한 이 날도 임산부 해고 금지 기간 확대(30일→90일)와 돌봄노동자 경력인정제 도입 등 여성 근로자 공약을 내놨다. 추후 산업·창업 정책 발표도 예정돼 있다.
 
반면 손 전 의장은 일정의 수를 늘리기보다 지지층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전남 강진에 칩거하면서 소원해진 옛 지인과의 관계 회복과 당내 호남 인사들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의장이 경선 룰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국민의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을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인단 200만명을 목표로 온·오프라인 모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국민의당은 수치에서 민주당과 비교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1월 창당된 신생 정당이다. 긴 역사를 가진 민주당보다 당원수나 지지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체 당원은 약 18만명에 불과하다. 국민경선을 채택해 일반인들에게 선거인단을 개방한다고 해도 규모는 30~40만명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 나은 정권교체’를 표방하며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선거인단 규모가 명백히 비교된다면 당과 후보들 입장에서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경선에서의 흥행을 기대하려면 참여의 문턱을 낮춰야 하지만 공정성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의당은 모바일 투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인지도에서 앞선다고 자신하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적극 환영할 만한 카드다.
 
하지만 손 전 의장은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손 전 의장은 지난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관리하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공정성이 인정되지 않는 모바일 투표 도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선거인단 수치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법을 어떤 방식으로 찾을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 측은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도 안산시 해양경비안전센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본선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대원칙을 내세웠다. 룰 협상 과정에서 본선 경쟁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당 지지기반이 약한 손 전 대표 측은 모바일 투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제외하면 ‘열린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손 전 대표 측 최원식 전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으로 가되,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미국식 현장투표를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 방식대로 현장 중심의 깨끗한 선거를 치르면 된다”고 말했다.
 
경선 룰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와 선거인단 모집 방식 등을 두고 주자 간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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