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할 텐데…

업체 선정·요율 조정 ‘제 마음대로’
가스공사, “문제 없어”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평택·인천 LNG기지 업체 선정 과정에서 슈퍼 갑질 행세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예인선을 이용해 대형 선박의 입·출항 보조 등의 서비스 제공을 영업하는 사업 종사자(이하 예선업 종사자)들은 “한국가스공사가 자칫 해상운송업에 막대한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20일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입찰을 강행 중이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내부 비리가 폭로되고 장비 도난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지난 20일 전국 예선업 종사자 200여 명은 한국가스공사 본사(대구) 앞에서 평택·인천LNG(Liquefied Natural Gas)기지 예인업체 선정 입찰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예인선은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해 LNG기지와 같이 대형 선박이 많은 곳에 필수 요소다.

논란은 한국가스공사가 이 기지의 전용 예선사 선정 절차를 주관하며 불거졌다. 가스공사는 대한해운·팬오션·현대상선·SK해운·현대LNG해운·H-Line해운 등 6개사로 구성된 국적LNG운영선사위원회와 인천·평택 LNG기지 선박에 대한 전용 예선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입찰 대상자를 인천 지역 등록 업체에서 전국 업체로 확대하며 예선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측은 한국가스공사의 이런 행위가 항만마다 예선업을 등록토록 하는 선박입출항법에 반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고, 한국가스공사 측도 법원에서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지난 1월 3일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업체 선정 범위를 전국 등록 업체로 확대한다는 것이 선박입출항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업계 갑의 갑질

예선업계는 한국가스공사가 전체시장(약 3500억 원)에서 연 300억 원의 예선료를 지불하는 갑의 위치라 업체 선정, 요율 조정 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지난 2월 10일 한국가스공사와 선사, 예선업계는 3자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가장 큰 대립점이던  업체선정 범위와 요율 조정 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예선업계는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항만예인선연합노조 김진호 위원장은 “LNG기지는 예선업계에서도 환경오염은 물론 안전에 있어 혐오·기피시설로 치부되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수익사업을 몰아주는 것은 인천시민 전체를 농락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특히 예선업에 종사하는 인천 지역 선원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한국가스공사의 갑질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한국가스공사가 부당한 입찰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절차와 방법을 지켜 예선업 입찰을 재개할 때까지 우리 항만예인선연합노조 조합원 모두는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전준수 서강대학교 석좌교수는 한국가스공사가 업계의 관행이기도 한 예선요율 등을 따르지 않는 것은 국제적인 질서를 침해해 무역 분쟁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최근 트럼프 취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추세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요율을 조정해 운송비용 차이가 난다는 걸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스공사가 작은 것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국가 신뢰도의 타격으로 이어지는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전 교수는 “가스공사의 주장이 겉으로 보면 매우 공정하고 투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갑을관계를 이용하며 해운업의 공익성과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응책이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의 대치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 톤수로는 8억8800만 톤 정도를 해상운송이 담당하는데 예선업이 없으면 입항 및 하역 작업이 마비된다. 한진해운 사태 때는 대체재가 있었지만 예선업은 별다른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비 도난·비리 적발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연이은 사건·사고로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4000여만 원의 장비를 도난당했음에도 18개월 동안 정부에 보고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정식 절차를 거치느라 보고가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장비 도난도 8개월 만에 감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손실을 부담케 하는 등의 부적절한 처리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한국가스공사의 직원 수십 명이 협력업체로부터 술·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 사장은 직접 청렴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예선업계의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지난 1월 3일 결정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에 해당 항만에 예선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자가 낙찰 후 등록을 하는 행위가 선박 입출항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예선요율에 관해서도 지방예선운영협의회가 정한 예선요율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 이번 사업자 선정이 사법상 무효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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