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에 부딪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네타나휴 이스라엘 총리에게 트럼프 등장은 반가운 일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오랜 염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트럼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베냐민 네타나휴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대해 앞선 미국 행정부들과 달리 분명한 지지를 유보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이의 깊고 오래된 분쟁에 대한 한 국가(이스라엘) 해법에 그가 찬동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불화를 빚었던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미국-이스라엘의 새로운 친선 시대를 암시하면서, 평화에 도달하는 특정한 길보다 평화로 이어지는 협정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네타나휴 총리와 나란히 연단에 선 트럼프는 그가 이스라엘 문제 해결에 있어 전임 대통령들의 접근법과 결별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지역에서 지지하는 해법과 미국이 거리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앞으로 장차 건설할 국가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에 유대인 정착지를 건설하는 공사를 연기하라고 네타나휴에게 촉구하기는 했지만,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여태까지 미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두 국가(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법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나는 두 국가(해법)와 한 국가(해법)를 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양 당사자(이스라엘+팔레스타인)들이 좋아하는 방안을 좋아한다. 나는 어느 것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개의 국가가 평화와 안전 속에 사이좋게 사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말했던 2002년 이래 두 국가 해법을 공식 정책으로 지지해 왔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정책을 비공식적으로 수용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디딤돌로 간주되었던 1990년대 일련의 오슬로 합의를 감독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재임 1993년 1월~2001년 1월)은 퇴임 직전 중동 분쟁의 해결에는 실행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일대 변화를 예고한 바로 그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는 네타나휴에게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신용할 수 있는 평화과정을 재개할 용의”를 표명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압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비밀리에 만났다고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팔레스타인과 미국 간 고위급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있었던 모든 진지한 중동 평화협상은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의 건설을 전제로 삼았다. 팔레스타인이 국가 건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 이외의 다른 대안들로는 평화 전망을 밝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도 미국을 포함해 수십 개 나라가 두 국가 협정에 대한 기존 지지를 재확인했다. 안토니오 쿠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카이로에서 “두 국가 해법을 제외하고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상황에 어떤 제2안도 없다. 그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의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는 중동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네타나휴가 트럼프의 말을 자르면서 “양쪽 모두가(그래야 한다)”라고 끼어들었다. 트럼프가 “급진 이슬람 극단주의”와 싸울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이를 맞받아 네타나휴는 평화가 유지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선행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면서 “유대 국가 인정과 이스라엘 안보에 요르단강 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승인하고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 10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두 국가 해결안(two-state solution)’에 기초해 국제사회가 기울이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에 협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 국가 해법은 전략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 중요한 점령지역을 이스라엘이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정작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두 민족 한 국가’ 방식이 심지어 유지하기에 더 어려울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팔레스타인 사람 수백 만 명에게 시민권과 투표권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이스라엘의 다수 주민인 유대인들(이스라엘에는 아랍인도 상당수 살고 있다)과 유대 특성을 위협하게 된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핵심 측근들 가운데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포함됐다. 트럼프 취임식에도 정착촌 운동 지도자들이 초대받았다. 하지만 정착촌 건설공사의 확대라는 이슈가 본격 제기된 지 몇 주가 지나자 트럼프는 네타나휴에게 “정착촌을 잠깐 연기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여러 주에 걸쳐 네타나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東)예루살렘에 6000채 이상의 새 정착 주택을 짓는 것을 승인했다. 이 두 지역은 1967년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다. 네타나휴는 또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건설된 정착주택 4000채를 소급해서 합법화하는 법률을 의회가 통과시키는 것을 허용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룸에 있어 오랫동안 절묘한 균형을 취해왔다. 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밀한 우의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정착촌 확대처럼 평화 노력을 해치는 행동에 대해 이스라엘에 주의를 주곤 했다. 지난해 12월 유엔안보리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오바마와 충돌했던 네타나휴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네타나휴는 워싱턴에서 트럼프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제러드 쿠시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제러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을 알아왔는지 밝혀도 되나요?”라고 농담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과 그 가족, 그의 팀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만큼 유대인과 유대 국가에 더 큰 지지를 보내온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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