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국정 실패 책임론 털고 보수 결집 성공할지가 관건
- 야권, 포스트 탄핵주도권 유지 여부가 대선 승리 가늠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4일 또는 7일 남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심판은 10일이나 13일쯤 이루어질 전망이다. 만약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리면 즉시 대통령선거(대선)에 돌입한다. 대선 재보궐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헌재 심판이 2월 10일이면 대선은 4월 26일, 2월 13일이면 5월 10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재보궐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떤 예측도, 어떤 가정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헌재 탄핵심판이 임박한 지금은 범 야권 천하다. 지난 3월 3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34.0%를 얻어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2위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15.0%다.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로 9.0%를 얻어 3위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야권, 문재인이냐, 아니냐 갈림길

범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합계는 무려 66.0%다. 범 여권 지지율 합계는 단 9%에 불과하다. 범 야권 대(對)) 범 여권 비중은 대략 7대(對) 1 수준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처럼 범 야권이 강세를 보인 적이 있었나 싶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 국정실패의 최대 수혜자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지기 전까지 그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 20.0% 안팎에 머물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은 2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고질적인 불안한 이미지, 숙명적인 확장성의 한계, 내공 부족으로 비쳐지는 국내 정치의 경험 때문에 문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 감으로 인정하는 여론은 형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는 언제나 다이내믹하다.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문 전 대표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문 전 대표는 탄핵정국 이후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나마 유일한 대항마로 거론되던 반 전 총장도 제풀에 꺾여 불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전후로 이재명 시장이 깜짝 등장했다. 하지만 1-2개월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시장의 바톤을 넘겨받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지난 설 연휴 직후 한동안 문 전 대표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일 뿐, 문 전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문 전 대표가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독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탄핵정국에서 정권심판 여론은 7,80%를 넘나든다. 여론조사에서 7,80%이면 만장일치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문 전 대표는 정권심판을 위해 질주하는 말(馬)을 타고 있었다. 일테면 행운의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4-7일 남았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 국정실패 탓에 어부지리를 얻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헌재 탄핵 이후 문 전대표가 대선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을지는 온전히 그의 정치적 내공에 달려 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회의 의장과의 승부는 피할 수 없다.

여권, 대반전 이루어낼 수 있을까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된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과반이 넘는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 탄핵 찬성 여론은 여전히 7,80%에 이른다. 그렇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끌어내렸는데 어찌 역풍이 없겠는가. 강도가 문제겠지만 탄핵 이후 보수는 당연히 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현재 여권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으로 양분되어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는 황교안 대행,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대략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째는 박 대통령 탄핵에 격분한 보수 민심이 자유한국당에 쏠리는 경우다. 둘째 박 대통령 국정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다. 셋째는 정당의 선택이 아닌 가능성 있는 여권 대선주자 중심으로 범여권을 재편하는 것이다.

숱한 논란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보수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가짜 보수 또는 사이비 보수로 비판받고 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일군 주역이기도 하다. ‘꼴통 보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존재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일부다. 보수는 생각보다 현명하다. 아마도 보수는 셋째 대안, 즉 기능성 있는 여권 대선주자 중심으로 범 여권을 재편할 것이다.

문제는 보수 또는 범 여권 대선주자들이 박 대통령 국정실패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다. 범야권 대(對)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7대(對) 1은 다분히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국정 실패의 책임은 분명히 범 여권에 있다. 보수 결집은 대선승리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충분조건이 더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국정운영 역량이다. 보수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지금의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국민에게 입증해야 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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