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강의 뗏목’이라는 文 ‘떠난 배 맞다’는 安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선 후보들의 대권을 향한 도전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예비후보가 여전히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당내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뽑혀야 하는 만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당내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노리는 전략으로 지지세력들의 결집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도 문 후보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지지율이 문 후보에 못 미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후에는 상황이 다를 거란 전망으로 야권 텃밭인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야권 단일 후보가 나서지 않는다면 대선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불꽃 튀는 경쟁이 예견되는 이유다. 

문재인 “강을 건너면 뗏목은 버리는 것 아닙니까”
安 지지자들 “대선후보 안 후보에게 양보할 마음 없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자 자신의 당을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1명뿐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위해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하고 말았다.

지난 대선 패배 속
가시지 않은 앙금들


대선을 향한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시작은 문 후보의 자서전이었다. 문 후보는 최근 펴낸 자서전 ‘대한민국이 묻는다’ 속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이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함께 선거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자 “그런 식의 아쉬움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많은 아쉬움들이 있지만 알 수는 없죠”라고 말했다. 

또 왜 붙잡지 못했냐는 질문에 “제가 안철수 의원이 아니니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죠. 그건 그분의 몫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사실 문 후보는 “안 의원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아쉽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안 후보는 “짐승만도 못한”이라는 표현으로 응수했다. 국민의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던 중 문 후보가 지난달 25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안 후보 발언에 대해 “말하자면 모두 다 후보의 책임이지 누구의 탓을 할 수 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음 대선이 목전에 다가왔는데 지난 대선을 놓고 뭐라 하는 것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라며 “우리가 강을 건너면 뗏목은 버리는 것 아닙니까. 언제까지나 지난 강의 뗏목을 지고 갈 것인가. 그런 말씀도 드리고 싶네요”라고 말해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다음날 국민의당은 김경록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안철수 전 대표가 문 전 대표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한 뗏목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떠난 배 맞다. 하지만 어제 문 전 대표의 발언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고 비판했다.

또 “당시 저를 포함한 백여 명의 진심캠프 자원봉사자들은 안철수 전 대표가 후보를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과 정권교체를 위해 추운 겨울날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했다”며 “문 전 대표의 뗏목 발언은 또 한번 안 전 대표 캠프의 자원봉사자들과 지지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문재인 양보?
지지자들도 의견 분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실 형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권력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라도 일어서야 한다. 지난 대선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채 새로운 경쟁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는 이번에는 문 후보가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입장도 보인다. 지난달 22일 오산시청 강당에서 열렸던 ‘문재인 전 대표 초청 대담’에서는 안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문 후보에게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라며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안 후보에게 양보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문 후보 지지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문 후보도 즉답은 피했다. 당시 상황은 ‘양보론’을 둘러싼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생각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문 후보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꾸준히 달리고 있는 만큼 안 후보 측과 국민의당은 문 후보를 향한 비판을 멈출 여지는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박지원 대표까지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박 대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기간 연장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 묻고 있다. 지난해 탄핵을 앞두고 ‘선총리 후탄핵안’을 제안했지만 이들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황교안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여론을 문 후보 측으로 돌린 것이다. 

“문재인 타령 좀 
그만하라”


국민의당과 박지원 대표의 비판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도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김효은 부대변인 명의로 “듣기 좋은 꽃노래도 아닌 국민의당의 ‘선총리 후탄핵’ 타령”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김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어린아이들이 떼를 쓸 때는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온통 갖고 싶은 것에만 매몰돼서 그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하며 징징댄다”며 “지금 ‘선총리, 후탄핵’만 되새김질하는 국민의당이 딱 그런 꼴이다”라며 “특검연장 안 된 것이 어찌 민주당 탓이고 문재인 전 대표 탓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내일은 또 무슨 억지와 궤변을 들고 나올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주목을 받으려면 레퍼토리라도 바꿔야 하지 않겠나? ‘기승전문재인’, ‘문모닝’ 당이라고 불리는 것도 마땅치 않다면 말이다. ‘달타령’ 노래도 아니고 문재인 타령 좀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부대변인은 “듣기 좋은 꽃노래도 3번 들으면 지겨운데, ‘선총리, 후탄핵’을 수도 없이 듣는 국민들 생각 좀 하시라.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국민의당’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 경선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당 대표 후보로 확정된 사람이 본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된다. 당분간 두 당은 서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노이즈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1위와의 싸움은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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