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3월8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전 대표는 ‘개헌’과 ‘반패권주의’를 내세워 당내 개헌파와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반문재인 전선의 선봉에 서 있었다.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제3지대 발 빅텐트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당분간 김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남아 나라를 위해 고난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바로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김 전 대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킹’이냐, ‘킹메이커’냐 선택의 갈림길에 선 김 전 대표 향후 행보를 짚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반문연대’ 선봉 김종인 - 손학규, 안철수 포위론 가동
- 孫측, “김종인 함께할 것” VS  安측, “손 트로이목마!”


김종인 전 대표는 11, 12, 14, 17,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의원이다. 정계 입문은 1981년 41세에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 11대 비례대표 의원으로시작됐다. 다섯 번의 국회의원을 비례로만 지낸 이력도 국내 정치인중 유일하다.

비례 5선 당적 5회 변경
김종인의 ‘변신’


정당도 민정당, 민자당,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민주당을 거쳐 최근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보사부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 됐지만 경제정책을 놓고 대립하다 탈당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표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삼고초려해 입당,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었지만 1년도 안 돼 다시 탈당했다.

정치권은 금배지마저 던진 김 전 대표가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뒷방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탈당의 변을 통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며,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대표는 당분간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아 있겠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과거 이력을 비춰볼 경우 무소속 보다는 당에 입당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식이든 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민주화’, ‘개헌’, 그리고 ‘반패권주의’의 좌장으로서 반문, 반박전선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주목받는 인사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다. 8일 탈당을 하기 전날 김 전 대표는 손학규 전 지사와 조찬회동을 통해 탈당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 역시 개헌과 친박·친문으로 대비되는 여야 패권주의 관련 김 전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두 인사는 제3지대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한국당 내 비박 세력을 묶어 반문반박 전선을 형성해 대선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보다는 국민의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은 상황이다. 손학규 측근 사이에서도 “김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걸림돌은 ‘김종인 대권 구상’의 한 축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제3지대 빅텐트론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있는 민주당과 야권 단일화 내지 연대에 부정적이다. 아울러 과거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바른정당과의 연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김종인 구상’에 반발해 ‘제3지대는 국민의당’이라며 플랫폼 정당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바른정당과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대론을 포함해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관심이 쏠리다 보면 오히려 이벤트 중심으로 선거가 흐르는 것을 굉장히 경계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결국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보다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손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입당을 할 당시에도 막후에 김 전 대표 의중이 실려 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문제는 혈혈단신으로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 전 대표로선 당내 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처지다.

또한 뜨지 않는 지지율도 한계다. 손 전 대표는 대선 후보 선호도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황교안, 안희정 후보 다음으로 4위를 달리고 있지만 손 전 대표는 바른정당 유승민, 남경필 후보에도 뒤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후보로 결정되고 박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후보에서 밀려난 황교안 대행총리가 빠질 경우, 사실상 여야 후보를 망라해 안 전 대표가 2위인 셈이다.

손학규, 김종인 보낸 트로이목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 경선룰을 갖고 안 전 대표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선거인단 명부 작성을 기반으로 한 현장투표 75%, 여론조사 25%안을 제시했지만 손 전 대표 측은 사전 선거인단 없이 현장투표 80%, 숙의배심원제 20%를 고수하며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다. 숙의배심원제란 배심원단이 후보들의 토론을 본 뒤 현장에서 투표하는 방식이다.

손 전 대표 측은 경선 룰 협상 거부를 넘어 “우리 경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벼랑끝 전술마저 펼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역시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대중적인 인지도나 조직에서 손 전 대표에 앞서고 있지만 손 전 대표 측 경선룰을 받아줄 정도로 한가한 처지는 아닌 상황이다.

일단 당내 굵직굵직한 선거에서 안 전 대표는 연이은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일단 작년 12월29일에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안철수 사람으로 알려진 김성식 의원이 구민주계 대표로 나선 주승용 의원에 패한 바 있다.  또한 올해 1월15일 치러진 당 대표 선거에서도 호남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박지원 후보가 안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후보에 승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월 중순부터 치러진 16개 시도당 개편대회에서 전남 광주시당 권은희, 인천시당 이수봉 두 인사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비안철수계 인사가 대거 당선됐다. 특히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의 경우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채이배 의원에 맞서 정대철 전 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전 의원이 1000표 가까이 큰 차로 승리해 안 전 대표 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해 지난 총선에서 원내 제3당이 됐고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정작 당내 선거에서 안철수맨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런 점은 손 전 대표로 하여금 경선 룰 협상에서 인기투표보다는 조직 투표를 고집하는 배경이 됐다.

또한 당내 선거결과 조직에서 안 전 대표 측에 앞서고 있는 호남 출신 구민주계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 전 대표까지 국민의당에 와서 자신을 지지할 경우 천군마마를 얻는 셈이다.

김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나오는 배경에도 ‘제3지대 빅 텐트론’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일화나 연대에 부정적인 안 전 대표보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 성공할 경우 김 전 대표는 스몰 텐트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공동 후보를 내고 여기에 한국당 비박계 세력까지 묶어 ‘빅 텐트’를 치고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냐 손학규냐
‘김종인 구상’ 변곡점


손 전 대표가 ‘경선 룰 협상’을 두고 안 전 대표와 벼량 끝 전술을 펼치는 배경에도 김 전 대표와 사전 조율이 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안 캠프에서는 보내고 있다. 안캠프 내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쪼개기 위해 김종인이 보낸 트로이목마가 아니냐”는 격앙된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재차 ‘김종인 구상’은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김 전 대표는 민주당에 있을 때 김부겸, 안희정 등 ‘50대 대망론’을 내세워 동반 탈당을 내심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배지까지 버려가면서 뛰쳐나온 김 전 대표다. 그의 ‘50대 대망론’ 구상의 성패는 국민의당 안철수, 손학규 경선 결과가 중요한 터닝포인트(변곡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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