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인 지지 세력이냐’ ‘일방적 공격 세력이냐’ 의견 분분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10일 대통령 탄핵심판 파면선고로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정치인들만 분주한 것이 아니다. 각 대선 주자의 팬클럽들도 특정 정치인의 ‘공식 기구’ 역할을 하며 민심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들은 정치인들의 인기 척도이자, 대선 주자의 필수 요건으로까지 자리잡아 작지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토론회 등에서 상대 대선 주자에 대한 비방이 인격모독 수준에 이르고 있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사다리 타기 게임’ 미숙 문재인···반문(反文)세력 비난 속출
친문세력 “여러분의 저열함이 여러분을 죽일 거다” 역(逆) 비난


대선 주자와 같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클럽은 인터넷이 활성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98년에 만들어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팬클럽 ‘창사랑(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정치인 팬클럽의 시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에도 정치인을 지지하는 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시대정치연합청년회’가 있었다.

그러나 두 조직은 정당이 정치 활동을 목적으로 만들고 관리한 조직이어서 지지하는 세력이 자발적으로 만든 지금의 팬클럽과는 차이가 있다.

창사랑·노사모 모두 각 주자의 패배를 계기로 온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팬클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때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역할이 컸고 이들은 최근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각하를 주장하는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의 주역이기도 했다.
 
‘인지장애’ ‘치매’ 등
문재인 향한 비난 속출

 
대선 주자들의 선거운동에서 지지층 결집의 동력으로 팬클럽은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특히 조기 대선 정국에 들어서며 대선 주자 팬클럽의 회원 수는 점차 증가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는 팬클럽 단체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의 일부 회원들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인격모독 수준의 공격을 퍼부어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문 전 대표에게 ‘인지장애’ ‘치매’ 등의 비방을 했으며 여러 누리꾼들의 지적을 받았다.

손가혁은 이재명 선남시장의 팬클럽 이름이며 2015년 즈음부터 이재명 시장이 직접 이들을 언급하고 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가혁 카페 게시판에 한 회원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이 방송은 지난 3일 토론 순서를 정하기 위해 사다리 타기를 진행했다. 이때 문 전 대표가 사다리타기를 잠시 헷갈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진행자인 정관용 한림국제대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손가혁 회원들은 이 같은 모습을 모인 문 전 대표에게 “순발력, 습득력, 센스 그리고 융통성까지 심각하게 부족하다” “시중드는 사람이 없으면 사회생활 힘든가” “치아가 없는 사람은 치매가 올 확률이 높다” “문 전 대표는 병원에 가야 한다” 등의 비난과 조롱이 이어갔다.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조롱 영상과 게재 글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로 공유되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와 별개로 이 시장을 응원할 목적이던 손가혁의 취지가 공격전으로 훼손됐다는 의견이다.

결국 손가혁 외 여러 커뮤니티 회원들은 “많이 퍼트려 달라고 하니 퍼트려 드린다. 사다리 타기(를) 못 한다? 여러분(손가혁)이 어떤 걸 퍼트리고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겠다. 여러분의 저열함이 여러분을 죽일 거다” “저도 사다리타기를 해본 적이 없다. 나이는 중년인데도···그보다 추첨을 하면서 사다리타기를 하는 게 매우 부적절해 보였다. 불법도박을 연상시키는 사다리타기부터 황당했고, 타이머가 한쪽에만 있어서 후보들이 시간 조절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저 꼴이라도 뭐, 자제시킬 생각도 없지 않느냐? 아니, 독려하고 있는 건 아닐지…” 등의 비난이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손가혁-문빠
온·오프라인 전쟁 중

 
논란을 일으킨 손가혁의 주 공격 목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친문(親文)’ 세력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이재명 광주전남경선승리연대(손가혁 광주본부)가 광주광역시 금남로 거리에 “나와라! 겁쟁이 문제(재)인 TV토론장으로~”라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격은 문 전 대표를 적으로 간주하며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일보가 실시한 대선주자 팬클럽 카페 빅 데이터 분석에서 손가혁이 문 전 대표를 가장 큰 라이벌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문 전 대표 지지 세력인 ‘문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시장과 손가혁을 공격하고 있다.

손가혁 만큼 결집된 세력은 아니라고 알려졌으나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여러 세력(팬클럽)을 더하면 그 규모는 손가혁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문 전 대표 팬클럽 카페 중 하나인 ‘문팬’ 회원 수는 약 1만5000여 명이며,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손가혁 출정식에는 약 70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3일 문재인 공식 팬클럽 카페에서 한 회원은 “지나온 역사가 문재인을 부른다”며 “이재명은 사소한 것 같지만 치명적인 잡범 수준의 전과와 난방열사 스캔들 등이 버티고 있어 본선을 넘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가 주도하는 손가혁은 일베, 닭사모 국정원 등 반문 세력의 온상이 되어 분탕질로 세상을 흐리고 있다”라며 손가혁과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처럼 두 세력의 공격전에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반(反)야권 세력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좌X들이 분열하게 만들기 딱 좋음” “그들의 대다수는 절대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라며 보수 지지층의 어부지리 가능성을 거론했다.

결국 손가혁의 한 회원은 “다 같은 민주당 지지자들인데···지지자를 보면 후보도 보인다”며 일방적 비난을 중단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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