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이 바뀌었으니 새 판을 짜자

은행 주식 유망·물가연동채권 고려해볼 만…보험주 신중
글로벌 우량주·4차 산업 핵심주 등 단순한 펀드 투자


트럼프 정부의 슬로건은 보다 강한 미국, 보다 잘사는 미국이다. 당장 올해는 이와 관련된 현안들로 차고 넘친다. 정부예산안 제출과 부채한도의 승인, 감세안을 중심으로 한 세제개편안과 재정투자 관련 안건들이 아마도 상반기 중 논의되고 늦어도 연말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할 판이다.

이보다도 당장 4월말로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보고서도 우리에게는 중대한 현안이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긴장 속에 사드 문제로 우리기업들의 근심도 더욱 깊어가고 있다.

트럼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글로벌 금융시장은 결국 트럼프 발 이벤트로 적지 않은 출렁임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3월 미국 금리인상도 세계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변수다. 자칫 세계교역은 위축되고 물가와 금리는 오르는 이상한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

이제 이쯤에서 우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지난 세월을 한 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지난 오바마정부와 트럼프정부의 근원적인 차이점에 관한 것이다. 지난 수년 간 미국경제는 2%를 밑도는 성장을 보여 왔지만 트럼프정부는 향후 3~4%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 4년간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고작 1.2%에 그쳤지만 앞으로의 4년은 이보다는 훨씬 높은 인플레를 감당해야 할 듯하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시장금리는 이례적으로 낮았고 정책금리는 최대한 억제되어 왔지만 이제부터는 그 친절한 중앙은행의 이미지가 종료됐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제부터의 금융환경은 그간의 상황과는 여러 관점에서 크게 다를 수 있다. 앞으로 지구촌 경제의 내용과 질에 따라서 이러한 물가나 금리상승은 자산시장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세계경제가 좀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그런 그림이라면 그리 두려워할 것은 사실 없다. 설혹 의사결정이 다소 성급하거나 정답에서 빗나가도 결국 기다리면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의 추가 상승 여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고 만약 그에 비해 자산가격은 너무 올라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적절한 위험관리와 신중한 태도가 중요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트럼프 시대의 환경 속에 우리에게는 어떤 투자전략이 필요한가?

첫째 금리가 오를 때보다 유리한 자산은 늘리고 반대의 자산에는 이제부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원래 경기와 금리가 함께 뜨는 기간에 유망한 자산이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가가 이미 상당한 폭으로 올라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도 주식이 무조건 대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뭔가 께름칙하다.

앞으로 경기추세를 지켜보면서 대처해야 한다. 금리상승과 규제완화에 수혜를 받는 은행이나 투자은행 주식은 유망해 보이지만 금리에 취약한 보험주는 신중해야 한다. 물가상승기에 유리한 물가연동채권도 고려해 볼만한 투자대상이다.

둘째로 환율이나 유가 등 모든 가격변수들은 더욱 정책 이벤트나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정책은 각국의 환율갈등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높은 환율 변동성을 예고한다.

유가도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환율이라고 보면 배럴당 45달러 중반에서 60달러 초반의 변동성을 고려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오히려 이런 뉴스 홍수시대에는 정책이벤트와 단기 이슈에 너무 일비일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셋째로 이러한 여러 자산가격의 널뛰기로 인해 앞으로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수년간 금융투자가 정규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게릴라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산가격의 일정한 추세를 쫓는 게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물론 개인투자자 입장에 모든 이벤트와 글로벌 위험요소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헤지펀드나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펀드가 유망해 보인다. 헤지펀드의 근간 전략이 무엇이든 단순히 추세를 추종하는 상품보다는 절대수익 추구형 금융투자 상품이 보다 유리해 보인다.

넷째로 트럼프 핵심정책의 신뢰 여부나 그 정책성과에 따라 스타일 전략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즉 정책신뢰도가 높아지면 위험자산에 보다 힘이 실리고 반대로 실망감이 커질 경우, 안전자산이 부각되는 시소게임이 예상된다.

여기서 안전자산이란 달러나 우량국채, 배당 유망 주식, 방어주를 뜻하고 위험자산이란 경기 관련 주식, 신흥국통화, 국제유가나 원자재, 하이일드 채권 등을 뜻한다. 이런 금융환경에서는 너무 복잡한 자산 포트폴리오보다는 단순한 투자가 오히려 유리하다.

보유자산이 너무 많고 구조가 복잡하면 수익률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뿐더러 결정적일 때 위험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글로벌 우량 성장주나 4차산업 핵심주를 집약해서 담아 놓은 펀드와 같이 개념이 단순한 펀드가 결과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안겨 줄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